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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6년 06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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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 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538g | 128*188*30mm |
| ISBN13 | 9791172134297 |
| ISBN10 | 1172134294 |
5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한겨레출판으로부터 해당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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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낯선 봉투가 도착했다….”로 시작하는 소설 도입부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섬세한 봉인은 부적으로, 한문 ‘인비인’이 적혀있다. 텍스트보다 먼저, 책장을 넘기기 전에 먼저, 독자를 인비인의 세계로 흡인하려는 모양새였다. 봉투를 조심스레 뜯어내며 나는 점차 그 세계와 합일한다. 그 세계가 자아내는 음습함에 압도되고야 만다.
전작인 <혼모노>에서도 단숨에 독자를 압도하며 세계로 이끌고 들어가는 그녀의 필재에 놀란 적이 있다. 단편소설이라는 포맷은 특히나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을 완결 지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마련인데 그녀의 문장에는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다.
한여름에 접어들기 직전, 스산한 여름밤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성해나의 첫 기담집, <인비인>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다.
- 속도감 있는 전개와 서사에 대한 몰입감을 중요시하는 독자
- 여름이 다가오면 공포, 기담, 괴담과 같은 콘텐츠를 즐기는 독자
- 베스트셀러 <혼모노>의 작품성 자체에 매료되었던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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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은 인비인에 수록된 단편 중, 성해나 작가가 엄선한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목이 잘려나간 동상의 형태가 어쩐지 영화 <랑종>이나 <주>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악한 기운이 묻어 있다.
그리고 나 같은 부류는 여름만 되었다 하면 -어쩌면 사계절 내내- 이런 종류의 기분 나쁨과 찝찝함을 찾아다니곤 한다. 나는 여러 사이트의 ‘괴담 게시판’에 가입되어 있는데,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은 들어가 새 글이 올라와 있는지 정독한다. 인스타그램을 넘기다가도 ‘호러’ 관련 주제가 곧잘 뜨는 편이다. 요새는 AI 프롬프트를 활용한 시각 이미지와 음산한 효과음도 잘 구현되어 있어 즐기기 용이하다. 이전까지는 새로운 자극 없이 봤던 것을 또 보고, 잘 쓰인 고전을 또 읽고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중추신경을 찌르르 자극하는 AI 영상들이 난무한다.
<인비인>은 그래서 더 놀랍다. 이건 시각 자료도 아니다. 어떠한 효과음도 없으며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도 없다. 활자와 묘사만으로 극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 단편이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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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로 이어지는 대단원 중 ‘어제’에 해당하는 <인비인>이다. 기담집의 제목과 같아 제법 기대했는데,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이끄는 데에 완벽하게 성공했다는 생각이다.
전작인 <혼모노>에서도 그랬듯, <인비인>에서도 성해나 작가는 독자를 결론까지 손수 데려가 주는 친절함을 베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어떤 독자는 그저 이 단편들에서 ‘기묘함’과 ‘찝찝함’을 느끼는 것에 겨우 도달한다(내가 여기 해당한다). 기담집의 장르 문학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것 역시도 성공한 독서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독자는 이 단편들에서 소설의 제목의 함의가 그러하듯, 인간과 비인간의 속성을 꿰뚫는다. 어떤 인물이 진짜 ‘비인’인지에 대해 곱씹다가 그 간극으로부터 얻는 공포를 즐긴다.
<인비인>에서는 일제강점기의 과학자와 실험 대상, 그리고 그 실험 대상이 낳은 기괴한 비인간 생명체가 등장한다. 기묘한 것이 찐득하게 달라붙어 오며 ‘오야지(아버지)’라고 부르는 상황. 하지만 읽다 보면 독자는 의식하게 된다. 이 살덩어리가 진정 비인인지, 주인공이 비인인지.
<혼모노>에서도 끝까지 진짜와 진짜 아닌 것들 사이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다면 <인비인>에서는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의 세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힘은 오로지 독자에게 달려있다.
‘오늘’에 해당하는 <윤회 (당한) 자들>. 전생과 현생의 기억이 어긋난 톱니바퀴처럼 구른다. 주인공이 만들어낸(비인) 전생의 기억이 주인공의 의식을 대체하게 되었을 때. 무수히 흔들리고야 마는 현재의 삶-인간-에 염증을 느껴 완결된 전생-비인-의 세계로 빠져들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드러난다.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독자는 어느새 변질된 길을 걷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진짜 주인공은 샤오잉의 환생인가? 그는 가상의 인물이 아니었나? 이 모임은 진짜인가? 가짜라고 하기에는 그들이 제시하는 세계관이 너무 체계적이지 않나? 무수한 질문 속을 돌아다니다가 출구를 찾지 못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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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원은 <아미고>. 아미고는 알다시피 스페인어로 친구라는 뜻이다. 인간과 비인간 로봇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일자리로부터, 일종의 효능감으로부터 내몰린 인간은 결국 그들이 준비한 안락함에 몸을 뉜다. 비인간 로봇은 인간의 친구인가, 인간-비인간 존재 간의 복종인가(누가 누구에게 복종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인간 영역에의 침투인가?
시의성이 돋보이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즐겁게 읽은 챕터였다. 항상 로봇 따위의 비인간 존재물에 애정을 느끼는 인간에 대한 자료만 읽다가, 그들을 기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화자의 입장에 서자니 또 다른 느낌이다. 인간을 대체하는 듯하지만 인간의 존엄까지는 물려받지 못한 비인간. 로봇이 엉망으로 부서진 장면에서는 섬뜩함까지 도사린다. 인간이 저 정도로 부서졌다면, 우리는 이렇게 감흥 없이 멀찍이 떨어져 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진정 ‘아미고’라면….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고, 독서모임에서도 여럿이 읽어 각자 느꼈던 바를 나눈 적이 있다. 애당초 ‘몰입감’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소설답게 각자가 가장 몰입했던 챕터가 따로 있었다는 것이 첫 번째, ‘혼모노’라는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는 점이 두 번째 재미였다.
신작 <인비인>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재빠르게 서평단이 되었다. 짧다면 짧은 단편 하나하나에 얼마나 작은 디테일까지 살려 놓았는지, 모든 게 실재-실존하는 것 같아 씁쓸한 그 뒷맛이 좋았다. 그 섬세함이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것이겠구나- 했다. <인비인> 속의 단편들도 그러하다. 작중 표현을 빌리자면 ‘끗발 좋은 작가’임에 분명하다. 그녀가 이끄는 대로 속절없이 따라갔다가 어느새 혼자 남겨진다. 거기서부터는 내가 발끝을 겨누는 곳으로 걸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해나 작가가 부여하는 세계가, 서사가, 이야기가 좋다.
한여름, 비 오는 장마철 혹은 잠이 쉬이 들지 않을 것만 같은 열대야의 밤에 읽을 서늘한 소설을 찾는다면 <인비인>이 제격일 것이라 감히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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