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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다음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 한겨레출판 | 2025년 05월 06일 리뷰 총점9.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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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5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506g | 140*210*20mm
ISBN13 979117213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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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375

출판사 리뷰

추천평

타인의 죽음과 장례를 숱하게 보거나 간여하다가 정작 자신의 죽음 이후는 자신만 전혀 모르고 가는 것이, 사람과 뭍 생명의 결국이다. 죽음은 그 자체로 당사자에게 종결이다. 생애의 모든 긍과 부, 기쁨과 고통과 걱정은 죽음을 통해 완벽하게 끝나고, 나머지는 산 자들의 몫이다. 죽음과 장례를 관음하고 있는 자신을 알아챈 저자는 차라리 그 안으로 들어가 기록하기로 작정하고, 장례 노동자가 되어 목도하고 경청하고 만지며, 시선과 인식을 벼려가며 끈질기게 죽음 이후를 탐구했다.

저자는 많은 장례 산업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노동을 통해 점차 산업화되어 가는 장례 문화 속 ‘빈부’ ‘성평등 ‘가부장적 혈연 중심’의 의제를 추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운동 현장에서 치러진 사회장과 마을 사람들이나 친지들이 주관한 공동체장례, 생전장례식 등 “다른 장례들”을 찾아간다. 나아가 퀴어,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사회적 참사,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 거리와 시설 속 죽음, 자살, 고독사, 공영장례, 반려동물 장례 등 다양한 현장과 의제를 쫓아가면서, 소외되고 배제된 죽음들 혹은 소외와 배제를 디딤돌 삼아 전통과 고정관념에 적극적으로 균열과 변혁을 만들고 있는 대안적 장례들을 섭렵하고 있다. 더불어 시신을 ‘바다로, 들로, 바람 속으로’ 보내는 장례 등 타국의 의미 깊은 장례들도 소개한다.

죽음과 장례에 관한 혁신적이고 탁월한 시선이 벼려낸 사유와 기록은 죽음과 애도라는 흔한 현장 속까지 ‘사회적 성원권’이라는 의제를 붙들고 들어와,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삶과 돌봄과 사회가 어떤 것인지에 관한 독자들의 질문을 확장하게 한다. 죽은 자와는 이미 무관해져버린 ‘죽은 다음’에 관한 희정 작가의 치밀하고 냉철한 기록이 산 자들 사이에서 거듭 읽히고 토론되며 참고가 이어지기를 뜨겁게 권하는 이유다.
-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죽음에 관한 말들이 범람하는 시대다. 하나하나의 죽음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점점 희미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희정은 장례지도사, 의전 관리사, 수의 제작자 등 죽음 곁에서 일하는 이들을 취재하고, 이 시대에 죽음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그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죽음까지 제대로 들여다보아야 삶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역설에 도달한다. 죽음의 불평등으로부터 삶의 불평등을 샅샅이 살피는 작업은 삶과 죽음이 모두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게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입말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산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묵직한 질문으로 변모한다.

이 책을 읽고 삶뿐 아니라 죽음에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관계하는지 알게 되었다. 희정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죽음의 지형도를 ‘장례’라는 스펙트럼으로 들여다본다. 예식이 시장 논리에 맞추어 상품으로 취급되고 서로 돕는다는 의미인 ‘상조(相助)’가 상조업이 되는 시대, 그는 생애주기의 많은 순간에 편리의 외피를 쓴 외주(外注)를 경험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그에게 장례식장은 감정 노동과 돌봄 노동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곳이자 혈연과 정상가족, 가부장제 프레임에 포함되지 못하는 삶과 죽음을 헤아리는 곳이기도 하다. 죽음이 끝이 아니고 끝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죽은 사람의 장례를 산 사람이 치르기 때문이다. 죽음은 삶을 각성하게 한다.

사회적 죽음이 금세 잊혀도, 애도의 매뉴얼이 새로이 등장해도, 장법(葬法)이 바뀌고 절차가 간소화되고 장례의 성격이 변화해도 ‘죽음’ 자체의 아득함은 여전하다. 체계적인 산업과 양질의 서비스가 품지 못하는 어떤 것이 있으니 말이다. 책 속의 귀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죽음을 둘러싼 일은 마음을 쓰는 일, 마음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수의를 짓고 염을 하고 상여를 메고 노래를 부르고 묘를 쓰고 화장을 하고 칠성판에 몸을 뉘어 고인의 기분을 헤아리는 일은 모두 애도를 전하는 일이다. 삶과 죽음을 높이어 귀하게 여기는 일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사람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가리킨다. 생로병사의 ‘생로병’이 삶 쪽에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얼마나 신산한지 짐작게 해준다. 죽음을 통해 무수한 삶을 조명하는 이 책은 누가 있었는지와 누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길어 올린다. 죽음을 잘 치러내면서 역설적으로 잘 살고 싶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죽음을 얘기할 때조차 희정의 글은 삶 쪽에, 사람 곁에 있으니 말이다. 그에게는 사람이 현장이다. 없음에서 있었음을 떠올리는 일, 희정은 지금껏 누구보다 성실하게 이 작업을 해왔다. 삶을 소외시키지 않는 ‘있음’으로, 죽음에서 소외당하지 않는 ‘있었음’으로.
- 오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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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 작가의 '죽은 다음'은 장례와 죽음 이후의 삶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장례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노동의 과정임을 강조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가진 작가는 다양한 장례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장례가 어떻게 상품화되고 외주화되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장례의 역사와 규범, 제도적 환경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대안적인 장례 방식에 대한 소개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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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w********t | 2025-08-15 | 신고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일까. 사후세계처럼 종교적 혹은 영적 의미라기보다 실존적 물음에 가깝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상태의 나'말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것이 죽음이기에 뾰족한 답이 묘연하다. 질문이 계속 된다. 나답게 죽을 수 있을까. 나답게라.. 그렇다면 '나답게'란 도대체 무엇일까. 

죽은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남겨진 자들의 몫이라 여기며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 복잡하고 무거운 절차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장례에 대해 생각한다. 장례식장의 풍경과 상조 서비스, 애도하는 사람들을 거쳐 내 사체는 어떻게 처리될지에까지 미친다. 상조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는 건가. '서비스'를 믿고 따르면 될까. 여전히 막연하다. 좀더 구체적인 언어가 필요하다. 

"다르게 죽기 위해서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 사람이 하는 일을 보려 했다. 죽어가는 자를 찾아가진 않았다. 죽은 자를 둘러싼 사람들을 볼 생각이었다. 죽음을 둘러싼 의례이자 집약적인 노동의 시공간인 장례에서 이뤄지는 일을 본다면, 다르게 죽는 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p. 18

'죽은 다음(한겨레출판)'은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기록 노동자 희정이 죽음 이후를 탐구한 책이다. 그는 왜 장례지도사 자격증이 필요했을까. 시신 수습과 신변 정리, 애도 등 남겨진 사람의 몫은 곧 노동을 의미하고, 그 노동이 축약되는 시공간은 장례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엿보는 사람이 되기 싫"었던 저자는 과감하게 그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일로 접하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저자는 실제로 염습실에서 직접 고인을 맞이한 실체적 경험을 생생한 언어로 전달한다. 또, 장례지도사, 의전관리사, 수의 제작자, 선소리꾼, 화장기사, 장묘업체 운영자, 상여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 다양한 장례업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렇듯 생생한 언어를 채집해 우리 시대의 죽음과 애도, 장례 문화와 산업에 대해 탐구했다.

책에는 사망진단서 발급부터 빈소 마련, 입관, 발인 운구, 매장 및 화장 등 장례의 절차들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장례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와 규범, 제도 환경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무엇보다 업계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지다보니 더욱 생동감 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다가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소비자가 된 사별자가 그 순간에 해야 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생산품에서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애에서 소외도고 있다. 나는 내 죽음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다." p. 233

저자는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일할 자격', '뒷자리' 등을 쓴 노동 르포 작가답게 장례 노동자들의 낙인과 애환을 집중 조명한다. 그러면서 "좋은 장례지도사를 만다는 건 고인의 복"이라며 업계의 내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또, 장례업계에서 여성들이 받는 처우에 대해서도 짚는다. 의전관리사(장례도우미)의 노동 환경에 대해서 읽다보면 장례식장의 풍경이 달리 보인다. 

책을 읽으며 착잡해지는 이유는 '장례의 외주화'로 치닫는 현실 때문이다. 저자는 장례 노동자의 역할이 '상품 판매'로 여겨지고, 유족들은 280만 원 구성, 360만 원 구성, 430만 원 등 몇 가지 패키지 중 하나를 고르는 소비자로 전락했다고 개탄한다. 1990년대 이전에 대부분 집에서 임종을 맞이해 가족과 이웃이 장례를 도맡았던 거과 달리 지금은 병원과 장례식장에서 죽음이 마무리되는 탓이다. 

이제 사람들은 장례에 대해 잘 모른다. 선택해야 할 것은 여전히 많지만, 일일이 고를 수 없다. 상조에서 제시하는 패키지가 전부이고, 상조 설계사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불공평한 관계 앞에 장례는 하나의 상품이자 산업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제 장례는 "문화, 경제, 상징 자본이 드러나는 채점표"가 되어 버렸다. 죽음은 평등하다지만, 장례식장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답게 죽는 것이 가능할까. 역시 '나답게'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죽음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다행히 저자는 생전장례식, 공영장례, 장례협동조합 등 대안 장례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또, 해외외 다양한 장례 문화도 들려주며 고민의 폭을 넓혀준다. 물론 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일 터. 책의 말미에 적힌 이 말이 위로가 된다. 

"살고 죽는 데는 정답이 없어요. 함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망설이면 돼요." p.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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