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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5년 05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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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388쪽 | 506g | 140*210*20mm |
| ISBN13 | 9791172132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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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일까. 사후세계처럼 종교적 혹은 영적 의미라기보다 실존적 물음에 가깝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상태의 나'말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것이 죽음이기에 뾰족한 답이 묘연하다. 질문이 계속 된다. 나답게 죽을 수 있을까. 나답게라.. 그렇다면 '나답게'란 도대체 무엇일까.
죽은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남겨진 자들의 몫이라 여기며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 복잡하고 무거운 절차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장례에 대해 생각한다. 장례식장의 풍경과 상조 서비스, 애도하는 사람들을 거쳐 내 사체는 어떻게 처리될지에까지 미친다. 상조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는 건가. '서비스'를 믿고 따르면 될까. 여전히 막연하다. 좀더 구체적인 언어가 필요하다.
"다르게 죽기 위해서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 사람이 하는 일을 보려 했다. 죽어가는 자를 찾아가진 않았다. 죽은 자를 둘러싼 사람들을 볼 생각이었다. 죽음을 둘러싼 의례이자 집약적인 노동의 시공간인 장례에서 이뤄지는 일을 본다면, 다르게 죽는 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p. 18
'죽은 다음(한겨레출판)'은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기록 노동자 희정이 죽음 이후를 탐구한 책이다. 그는 왜 장례지도사 자격증이 필요했을까. 시신 수습과 신변 정리, 애도 등 남겨진 사람의 몫은 곧 노동을 의미하고, 그 노동이 축약되는 시공간은 장례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엿보는 사람이 되기 싫"었던 저자는 과감하게 그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일로 접하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저자는 실제로 염습실에서 직접 고인을 맞이한 실체적 경험을 생생한 언어로 전달한다. 또, 장례지도사, 의전관리사, 수의 제작자, 선소리꾼, 화장기사, 장묘업체 운영자, 상여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 다양한 장례업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렇듯 생생한 언어를 채집해 우리 시대의 죽음과 애도, 장례 문화와 산업에 대해 탐구했다.
책에는 사망진단서 발급부터 빈소 마련, 입관, 발인 운구, 매장 및 화장 등 장례의 절차들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장례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와 규범, 제도 환경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무엇보다 업계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지다보니 더욱 생동감 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다가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소비자가 된 사별자가 그 순간에 해야 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생산품에서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애에서 소외도고 있다. 나는 내 죽음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다." p. 233
저자는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일할 자격', '뒷자리' 등을 쓴 노동 르포 작가답게 장례 노동자들의 낙인과 애환을 집중 조명한다. 그러면서 "좋은 장례지도사를 만다는 건 고인의 복"이라며 업계의 내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또, 장례업계에서 여성들이 받는 처우에 대해서도 짚는다. 의전관리사(장례도우미)의 노동 환경에 대해서 읽다보면 장례식장의 풍경이 달리 보인다.
책을 읽으며 착잡해지는 이유는 '장례의 외주화'로 치닫는 현실 때문이다. 저자는 장례 노동자의 역할이 '상품 판매'로 여겨지고, 유족들은 280만 원 구성, 360만 원 구성, 430만 원 등 몇 가지 패키지 중 하나를 고르는 소비자로 전락했다고 개탄한다. 1990년대 이전에 대부분 집에서 임종을 맞이해 가족과 이웃이 장례를 도맡았던 거과 달리 지금은 병원과 장례식장에서 죽음이 마무리되는 탓이다.
이제 사람들은 장례에 대해 잘 모른다. 선택해야 할 것은 여전히 많지만, 일일이 고를 수 없다. 상조에서 제시하는 패키지가 전부이고, 상조 설계사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불공평한 관계 앞에 장례는 하나의 상품이자 산업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제 장례는 "문화, 경제, 상징 자본이 드러나는 채점표"가 되어 버렸다. 죽음은 평등하다지만, 장례식장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답게 죽는 것이 가능할까. 역시 '나답게'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죽음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다행히 저자는 생전장례식, 공영장례, 장례협동조합 등 대안 장례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또, 해외외 다양한 장례 문화도 들려주며 고민의 폭을 넓혀준다. 물론 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일 터. 책의 말미에 적힌 이 말이 위로가 된다.
"살고 죽는 데는 정답이 없어요. 함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망설이면 돼요." p.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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