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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한 순간과 시인이 된 순간이 다르다고 믿는 사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정말이지 열심히 한다. 어떻게든 해내고 말겠다는 마음 때문에 몸과 마음을 많이 다치기도 했다. 다치는 와중에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삶의 중요한 길목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일을 하다가 마주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그랬기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쓸 때마다 찾아오는 기진맥진함이 좋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때문이 아니라, 어떤 시간에 내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엉겁결에 등단했고 무심결에 시인이 되었다. 우연인 듯,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은 사람을 들뜨게 만들지만, 그것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글쓰기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기에 20여 년 가까이 쓸 수 있었다. 스스로가 희미해질 때마다 명함에 적힌 문장을 들여다보곤 한다.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항상’의 세계 속에서 ‘이따금’의 출현을 기다린다. ‘가만하다’라는 형용사와 ‘법석이다’라는 동사를 동시에 좋아한다. 마음을 잘 읽는 사람보다는 그것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와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너랑 나랑 노랑』, 『다독임』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2002~2007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학사
2007~2009 카이스트대학원 석사
말들은 여전히 내 가슴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나는 말을 아끼는 것보다 그 넘치는 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싶다. 거기서 나만의 리듬을 찾고 싶다. 나만의 언어를 건져내고 싶다. 《풋.》 2010년 겨울호

작가의 추천

  • 눈 온다! 누나, 겨울이 온다. 비 온다! 누나, 여름이 온다. 시 온다! 누나, 시가 온다. 누나가 있다. 시인이 있다. 떠올릴 때마다 다시 있다. 수경이 있다.
  • 딸기 따는 손은 줄기차게 문을 두드린다. 있기 위해서, 제대로 존재하기 위해서, 함께 살기 위해서. 말이 통하지 않고 마음을 나눌 수 없는 국경에서도, 삶은 매일 기지개를 켠다.
  • 이 책은 곁을 사랑하는 책이다. 일상을, 가족을, 자신이 하는 일을, 마침내 스스로를 사랑하는 과정에 대한 책이다. 재수 작가의 글과 그림은 삶을 지탱하는 것도,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도 다름 아닌 사랑임을 보여준다. 매 페이지 각기 다르게 일렁이는 사랑의 물결을 바라보니 오늘 또한 새로이 태어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가 이렇게 될 줄 알게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랑의 비밀이, 삶의 묘미가 아닐까.

작가 인터뷰

읽다
[인터뷰] 오은 “산문은 수렴하듯 쓰고, 시는 발산하듯 쓰죠“
시인 오은이 불러내는 무수한 밤, 그리고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2025.08.11.
읽다
[책읽아웃] 특집! 『없음의 대명사』 출간 기념 우리끼리 북토크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3.05.25.
읽다
오은 "뒤늦게 떠오른 수수께끼를 푸는 심정으로"
"시인은 직업이 아니라 상태"라고 말하는 시인, 오은의 여섯 번째 시집이 출간됐다.
2023.05.17.
읽다
[커버 스토리] 황정은, 오은 "읽고 쓰고 말하는 일"
내가 ‘우물 안 개구리’임을 깨닫게 해주는 독서가 아닐까요. 동시에 우물 밖을 상상하게 해주는 독서, 마침내 우물을 박차고 나오게 해주는 독서, 이는 제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22.01.28.
읽다
[커버 스토리] 김하나, 오은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하는 일”
팟캐스트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직업군 중 하나가 됐어요. 측면돌파, 옹기종기 팀이 있어서 가능했죠.
2019.02.28.

작가의 동영상

한국 문학을 이끄는 5인이 모인 이유 | 이슬아, 박상영, 김화진, 오은, 황인찬
2023.04.06.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 - 오은 편
2020.12.18.

관련상품

[책읽아웃]김동영의 읽는인간 - 시인 오은 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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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밑줄긋기

c***9 2026.07.17.
p.231
깊은 밤이 지나면 어김없이 야트막한 새벽이 찾아왔다. 하늘은 해를 만날 것이다. 밤새 굳게 닫힌 건물들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도로는 차를 만날 것이고 바퀴가 굴러간 흔적을 제 표면에 새길 것이다
c***9 2026.07.14.
p.151
살기 위해서는 꿈꾸지 않으면 안 된다.뿌리치는 대신, 능동적으로 가지를 쳐야 하는 것도 있다.
드*렁 2026.01.23.
p.67
자고 났더니 눈에 쌍까풀이 생겼다 자, 누구한테 고백해야 할까 너는 섣불리 국경을 넘어 내 품에 파고든다 키스하기 싫은데 너의 입에 어떤 색깔의 재갈을 물릴 것인가 척골처럼 부서져버릴까 꽃병처럼 깨져버릴까 너와 나의 의견처럼 산산이 조각나 다시는 붙지 못해버릴까
ㅁ**ㄹ 2026.02.17.
p.81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감정을 쓰는 일과도 같다.상대가 새로운 이라면 감정의 밀도는 높아지고, 한명이 아니고 여러명이라면 감정의 부피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c***9 2026.07.12.
p.51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셈하고 있지는 않았으면 해. 거절 못해서 쩔쩔매고 있을 가능성은 여전할 테지만, 할 수 없는 일을 꾸역꾸역 해내다가 몸과 마음을 다치지는 않았으면 해. 너를 지킬 수 있었으면 해. 아무리 바쁘더라도 스스로를 지키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해.
i***u 2025.09.17.
p.66
대화를 하다가 영화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바다를 보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면, 당신은 기운 것이다. 기울고 만 것이다. 마음결을 비집고 파도가 스며들면 기울지 않을 도리가 없다.
p*********4 2024.05.04.
p.65
자려고 너무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 잘하면 잠들 수도 있다는 오지도 않을 행운은 기대하지 말자. 그냥 어린 왕자의 삶은 관두자.
현****해 2024.09.12.
p.61
농담으로 인해 삶의 농담도 변한다. 지루한 일상에 던져진 날카로운 농담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바쁜 삶에 던져진 농담은 숨을 고르게 한다.봄에서 여름으로 농담을 달리하던 그 계절이 생각납니다.
s****8 2025.07.05.
p.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 언제 읽어도 좋은데 그림과 함께라서 더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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