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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들

올가 토카르추크 저/최성은 | 민음사 | 2024년 10월 25일 | 원제 : Opowiadania bizarne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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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84g | 140*210*17mm
ISBN13 9788937454783
ISBN10 8937454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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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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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았다. 1962년 1월 29일 폴란드 술레후프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문화인류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으며, 특히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신화와 전설, 외전(外典),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인 ...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았다. 1962년 1월 29일 폴란드 술레후프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문화인류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으며, 특히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신화와 전설, 외전(外典),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다.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 타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은 토카르추크 작품의 본질적 특징이다.

등단 초부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고른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데뷔작인 『책의 인물들의 여정』(1993)은 폴란드 출판인 협회 선정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E. E.』(1995)와 『태고의 시간들(Prawiek i inne czasy)』(1996) 발표 이후 1997년에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다. 『태고의 시간들』은 폴란드 시사 잡지 [폴리티카]가 선정한 ‘올해의 추천도서’로도 뽑혔다. 단선적 혹은 연대기적 흐름을 따르지 않고, 짤막한 조각 글들을 촘촘히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특유의 스타일은 『낮의 집, 밤의 집』(1998)으로 이어졌다. 이후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100여 편의 에피소드들을 기록한 모음집인 『방랑자들(Bieguni)』(2007)을 발표해 2008년 폴란드 최고 문학상인 니케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18년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전 세계 문학계에 크게 회자되었고, 영어판 『Flights』로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했다. 2009년에 발표한 추리소설 『죽은 자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2017년에 아그니에슈카 홀란드 감독의 영화 [흔적(Pokot)]으로 각색돼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이후 발표한 『야고보서』(2014)는 니케 상과 스웨덴의 쿨투르후세트 상을 받았다.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에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 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2010년에는 폴란드 문화훈장 은메달을, 2013년에는 슬로베니아의 국제문학축제에서 시상하는 빌레니카 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낮의 집, 밤의 집』이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 최종심에 올랐고 2015년에 독일-폴란드 국제 교류상을 수상했다. 현재 노바루다 근처의 작은 마을에 살며 집필 활동과 더불어 루타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폴란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리 곳곳에서 문인의 동상과 기념관을 만날 수 있는 나라, 오랜 외세의 점령 속에서도 문학을 구심점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왔고, 그래서 문학을 뜨겁게 사랑하는 나라인 폴란드를 ‘제2의 모국’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2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십자 기사 훈장을 ...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폴란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리 곳곳에서 문인의 동상과 기념관을 만날 수 있는 나라, 오랜 외세의 점령 속에서도 문학을 구심점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왔고, 그래서 문학을 뜨겁게 사랑하는 나라인 폴란드를 ‘제2의 모국’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2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십자 기사 훈장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 『태고의 시간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다정한 서술자』를 비롯하여 『끝과 시작-쉼보르스카 시선집』과 『충분하다-쉼보르스카 유고시집』, 『쿠오 바디스』, 『코스모스』, 『헤로도토스와의 여행』 등이 있으며,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과 『흡혈귀-김영하 단편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폴란드어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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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65

줄거리

승객

어린 시절,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무서웠던 미지의 어떤 존재 때문에 밤마다 극심한 공포에 시달린 주인공은 성인이 된 지금은 아무런 두려움도 체감하지 못한다. 당시 부모님은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 “바깥세상은 여기보다 훨씬 안전하단다.” 이 말이 예언이나 주문처럼 그에게서 두려움을 앗아간 것이다. 주인공은 내게 이런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다. “지금 당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당신이 보고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신을 보고 있기에 존재한다.”

녹색 아이들

시대적 배경은 1656년. 스코틀랜드의 왕과 함께 우크라이나 르부프로 여행하던 사절단은 인간도 짐승도 아닌 이상한 생물체를 발견한다. 숲속에서 자라 식물을 연상시키는 초록빛 피부를 가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인간의 언어도 모르고, 대상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매를 가진 이 ‘녹색 아이들’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얀 카지미에시 국왕 폐하의 주치의 윌리엄 데이비슨은 볼히니아에서 겪은 이 괴상한 사건들을 기록한다.

병조림

오십이 넘었지만 자립은 꿈도 꾸지 않은 채, 연금 생활자인 노모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주인공. 그러다 결국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남긴 건 현금도 주식도 아닌, 병에 넣어 밀봉한 각종 음식물뿐. 손끝 하나 까딱 않고 어머니에게 빌붙어 기생하던 아들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뒤, 영국과 폴란드의 축구 경기를 보면서 상자 속에 들어 있던 병을 차례차례 따서 먹기 시작한다. 그러다 병조림 안에서 점점 괴이한 것을 발견하는데, 심지어 2001년이라는 날짜가 붙어 있는 토마토 소스에 담겨진 스펀지도 있다. 오래된 병조림을 먹은 아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솔기

아내가 죽은 뒤 홀로 외롭게 지내던 노인 B. 언젠가부터 모든 종류의 솔기가 거슬리기 시작한다. 양말에서 풀려 나온 솔기에서 시작된 견딜 수 없는 분노는 푸른색 얼룩을 남기던 볼펜이 갈색 얼룩을 남기는 것으로 이어지고, 우표 또한 네모가 아닌 동그란 모양으로 짜증을 유발한다. 그렇게 익숙하게 여기던 일상의 사물들이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고, 세상은 점점 적응하기 힘든 곳으로 변해 간다. 통제력과 평정심을 잃어가는 노인에게 설상가상 체력 저하와 질병까지 보태어진다. ‘노년기’에 다다른 인간의 모습과 반응을 냉정하고 객관적이면서도 씁쓸한 시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방문

하나의 인물 ‘에곤(egon)’에서 갈라져 나온 네 개의 변종들이 가정에서 각기 다른 네 가지 역할을 조직적으로 수행하며 살아간다. 덕분에 가사일과 밭일과 육아 분담이 이루어져서 편안하다. 어느 날 집을 방문하겠다는 이웃의 연락을 받고 변종들은 당황한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상에 끼어든 낯선 방문객.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나’와 내 변종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익살스럽고 기묘한 방법으로 21세기 가족의 새로운 유형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동시에 단절된 가족 관계의 문제점을 풍자한 작품이다.

실화(實話)

네덜란드의 한 지하철역. 한 여자가 승강장에 쓰러져 있는데 아무도 돕지 않고 지나쳐 간다. 유일하게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선 외국인 교수는 오히려 가해자로 의심을 받아 도망자 신세가 된다.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과학과 예술, 그리고 문학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으나, 어느 순간 여권도 증명서도 사라지고, 언어 기능도 상실한 채 갑자기 한순간에 익명의 존재가 되어 버렸다. 여행을 떠나거나 낯선 곳을 방문할 때 이따금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착륙해 버린 듯한 당혹감과 두려움에 직면할 때가 있다. 인간의 이러한 심리를 정교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심장

중년 남성이 중국에서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뒤부터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주변 사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의 색채가 갑자기 강렬하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장기 기증자의 눈(어쩌면 그의 뇌와 영혼)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그는 아내와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혼이 정화되는 기묘한 체험과 함께 자신이 품었던 의문이 실은 하나도 중요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

트란스푸기움

비밀스러운 시술이 이뤄지는 숲으로 둘러싸인 의료 시설 트란스푸기움. 주인공인 레나타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트란스푸기움에 가서 다른 생물체로 전환하는 시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가족은 큰 충격을 받고, 여동생은 레나타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그녀의 시술에 동행한다. 과연 미래에는 인성과 자연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이 가능한 것일까? 인간이 동식물로 자신의 형태를 바꾸는 이런 시술이 어쩌면 그동안 인간이 파괴를 일삼으며 단절을 자초한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미래를 배경으로 한 퓨처리즘적인 경향의 소설이다.

모든 성인의 산(山)

암 말기인 나는 폴란드의 심리학자로서, 스위스 산중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십 대 소녀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심리학 실험을 실시하게 된다.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되는 실험이지만 대신 거액의 보수를 보장받았다. 실험을 진행하던 중 우연히 인근의 한 수도원을 방문한 나는 괴상한 이름을 가진 나이 많은 수녀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옛 순교성인들의 행적과 그들의 운명에 대한 여러 단서를 발견하고, 순교자들의 유골도 목격하게 된다. 나는 부패한 그들의 육신을 보며 그들이 겪은 수난과 고통, 시간의 엔트로피 작용에 대해 성찰한다. 과거 순교자들의 행적과 내가 현재에서 실행하고 있는 심리학 실험이 연결되면서, 신비주의적인 요소와 현실이 결합되는 가운데 스릴과 공포를 유발한다.

인간의 축일력(祝日曆)

가장 긴 분량을 차지하는 에피소드이자 아홉 번째 이야기와 대구를 이루는 이 마지막 단편에서 토카르추크는 불멸을 향한 인간의 영원한 욕망을 포착한다. 가까운 미래가 그 배경이다. 미지의 신성한 존재(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신(神)일 수도 있다.)가 남긴 연약하고 병든 육체 모노디코스(Monodikos)가 수백 년 동안 지속적으로 죽음과 부활,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면서 생(生)과 사(死)의 그 가느다랗고 미세한 경계선을 넘나든다. 덕분에 인류는 삶과 죽음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그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토카르추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본성과 그들의 잔혹함을 일깨운다.

출판사 리뷰

추천평

“초현실주의와 철학적 성찰이 결합된 독특한 소설집. 때로는 사이버펑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디스토피아적인 환경에서 전개되는 독창적인 단편들 속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이 교차한다.”
- 폴란드 최대 일간지 《가제타 비보르차》
“『기묘한 이야기들』은 독자의 시야를 확장시킬 뿐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결국은 경이로움에 이르게 한다. 또한 급변하는 세상에서 현실이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초월하는지 보여 준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수많은 정교한 수식어를 동원해도 제대로 설명하기 힘든 독보적인 작가다.”
- 폴란드 문화 포털 《문학의 소리》
“『기묘한 이야기들』에서 토카르추크는 우리의 상상 속에 관용적으로 자리 잡은 비유들을 문자로 재현해 낸다. 이미 익숙하고 길들여진 것들에 새로운 움직임을 부여함으로써 세상의 기이함과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단지 일상적인 언어의 얇은 막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 미하우 소빈스키 (문학평론가)
“토카르추크의 기묘함은 대체 현실을 창조하기 위함이 아니다. 판타지나 사변 문학과의 장르적 연계를 통해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만들고, 비정형적인 현실을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포착한다.”
- 마테우쉬 구르니아크 (작가)
“『기묘한 이야기들』은 각각의 이야기를 따로 음미하기보다는 한 권의 책으로서 그 개념을 확장하여 읽을 때 더욱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을 통해 토카르추크는 이야기를 담는 형식이 단순히 서사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역설한다.”
- 카밀 부이니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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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h***s | 2024-11-19 | 신고

괴이하고도 수상스러우며 무척이나 기묘한 이야기들!

익숙한 감각과 고정된 관념의 더께를 닦아내고 논리와 이성 너머에 있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을 열어 보일 때 우리는 좀 더 다정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여기, 한 교수가 있다.

그는 학술대회에서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에스컬레이터 끝에서 여자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다. 쓰러지면서 조각상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탓에 여자의 옷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고, 괴로운 듯 가쁜 숨 사이로 피가 섞인 타액이 솟구친다. 교수는 달려가 자신의 재킷을 벗어 부상당한 여자의 머리 아래에 괸 뒤 도와달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구급차를 불러달라는 교수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군중은 흘낏 쳐다본 뒤 빠르게 스쳐지나갈 뿐이다. 그 사이 여자의 상태는 심각해지고 교수의 새하얀 셔츠마저 피범벅이 되어갈 무렵, 다행히 경찰이 나타난다. 그런데 경찰은 쓰러진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쩐 일인지 수상쩍은 표정으로 교수를 바라본다. 그 순간, 교수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아, 이들은 나를 범인이라 생각하는 게 틀림없구나, 하고.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는 걸까?


  올가 토카르추크의 단편소설집 『기묘한 이야기들』 속에 수록된 「실화(實話)」라는 작품에는, 한순간에 가해자로 의심받아 도망자 신세가 되는 한 외국인 교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쓰러진 여자를 돕기 위해 벗어준 재킷은 물론, 재킷 속의 여권마저 사라지자 공황상태에 빠진 교수는 그 길로 경찰에게서 도망친 뒤 투숙하고 있던 호텔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수치심을 안고 내쫓기게 되고, 그만 충격으로 인해 언어를 상실하고야 만다.


  이후 거리의 젊은이들에게 두들겨 맞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낯선 이국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길이 없어 고립된 한 남자의 처절한 비극에 몸서리치게 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이웃으로부터, 군중으로부터, 사회로부터 한순간에 익명의 타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야만 하는 세상의 요구와 압박으로부터 느끼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당신이 보고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신을 보고 있기에 존재한다.” / 「승객」 중에서 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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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행복감이 다가올 광기를 예고하는 것처럼, 불행의 재빠른 일격 앞에는 우선 안도감이 찾아온다.” / 「심장」 중에서 124p


  올가 토카르추크는 세상과 문학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자’로서 범우주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존재론적 숙명과 실존적 고독, 인간과 동물 혹은 생태 전체에 관한 모럴리티, 이른바 ‘주변부’로 명명되는 소외되고 연약하고 힘없는 존재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그녀만의 독특한 문학적 지형도를 완성해나가는 작가다. 전작인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와 『태고의 시간들』이 그러한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이러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단편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10편의 단편작은 하나같이 괴이하고 수상하며 기묘하다. 우리는 흔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하고 묘한 느낌’을 기묘하다고 표현하는데,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 속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정상과 비정상이 혼재하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집안 곳곳에 ‘식초에 절인 신발 끈’이나 ‘토마토소스에 절인 스펀지’ 따위를 담은 병조림을 모아왔던 노년의 어머니(「병조림」),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트란스푸기움에 가서 다른 생물체로 전환하는 시술을 받기로 결정한 레나타(「트란스푸기움」), 양말 한가운데에 세로로 난 솔기에서 시작해 익숙한 것들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그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지는 B(「솔기」), 마치 비현실적인 존재처럼 느껴지는 피부가 온통 녹색인 아이들(「녹색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나무 위에서 살며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서 잠을 잡니다. 달이 뜨는 낮에는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알몸을 달빛에 노출시켜 피부를 초록색으로 변하게 합니다. 이 빛 덕분에 그들은 많이 먹을 필요가 없고, 숲의 열매나 버섯, 호두 따위로 양분을 섭취합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경작하거나 집을 지을 필요가 없으므로 모든 일은 그저 즐기기 위해 수행합니다. 거기에는 통치자나 영주, 농민이나 사제도 없습니다. 어떤 일을 처리해야만 할 대는 나무 주위에 모여 서로에게 조언을 구하고 거기서 결정한 대로 실행합니다.” / 「녹색 아이들」 중에서 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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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처지가 마치 오래된 모래시계 같지 않나요?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모래시계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모래알이 마모되면서 더 빨리 흘러내리게 된대요. 그래서 오래된 모래시계는 점점 빨라지게 마련이죠. 선생님은 이런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우리의 신경망도 모래시계처럼 닳고 닳아 지쳐버린 거예요. 구멍이 숭숭 뚫린 거름망처럼 모든 자극이 신경망을 술술 통과해 버려서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거죠.” / 「솔기」 중에서 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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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우리는 인간과 세상 사이의 간극이 다른 존재들 사이의 간극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쉽게 가정해 버리는 걸까요? 느껴지십니까? 당신과 저 낙엽송 사이의 간극이 낙엽송과 저기 있는 딱따구리 사이의 간극보다 더 심오하고 철학적인 이유가 대체 뭐죠?”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니까요.”

(…)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침팬지이자 고슴도치이고 낙엽송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우리 내면에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그 본성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를 그것들과 분리시키는 간극은 결코 넘을 수 없는 게 아닙니다. / 「트란스푸기움」 중에서 147p


   어쩌면 진실은 우리가 정형화된 이미지라고 여겼던 것들이 어긋날 때 느끼게 되는 이 낯설고, 불편하고 당혹스러울 만큼 기묘한 감정들 속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식의 문이 깨끗이 닦이면 모든 것이 무한히 드러난다.”라는 블레이크의 시 구절처럼, 익숙한 감각과 고정된 관념의 더께를 닦아내고 논리와 이성 너머에 있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을 열어 보일 때 우리는 좀 더 다정한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평범한 물질적 속성이나 인과 관계, 확률의 법칙을 초월하여 세상의 더 많은 존재들을 껴안는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세상이 인간에게 맞춰 만들어졌다면 왜 우리는 세상이 우리를 압도한다고 느끼는 걸까? 무엇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들이 두렵거나 부끄럽게 느껴질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 안에 있는 엄격한 판단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세상은 왜 결핍으로 가득 차 있을까? 음식도 돈도 행복도 왜 항상 부족할까? 잔혹한 행위는 어째서 벌어지는 걸까? 그래야만 할 합리적인 이유가 전혀 없는데.” / 「인간의 축일력」 중에서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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