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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대표작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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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대표작 세트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채식주의자 + 흰 + 희랍어 시간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6권 ]
한강 | 문학동네+문학과지성사+창비 | 2022년 03월 28일 리뷰 총점9.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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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379쪽 | 1,967g | 153*224*12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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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랍어 시간

    희랍어 시간 한강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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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 2026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 2023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수상작

    한강 저 | 문학동네 | 2021년 09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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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주의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양장, 개정판

    한강 저 | 창비 | 2022년 03월 28일

    15,300(10% 할인)

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2023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 2025년 출간도서 시상식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로 2026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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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10점 | e******4 | 2025-10-07 | 신고

책띠지를 벗기면

어느 해안가가 책표지 전체에 담겨 있다

그런데 저 하늘색 벽 같은 건 뭘까

살아서는 넘어설 수 없는 무언가일까

저너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니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미 <소년이 온다>에서

작가님의 문장력과 표현력에 압도당했으므로

믿고보는책이라고 충실한 신념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경하의 계속되는 악몽으로 시작하는데

경하는 삶에서 어떠한 희망이나 의지가 보이지않았다

곧 자살이라도 할 사람같이

저조한 에너지로 글이 시작된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인선의 갑작스런 호출로 인해

인선의 사고를 알게 되고

인선이 키우던 새의 생존을 위해

본인의 삶도 포기하려던 사람이

폭설이 내리는 제주로 향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 새가

아직까지 살아있을지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서울에서 급작스럽게 제주에 간다는 것이...

새장 안에 새는 사람이 먹이를 주고 돌봐주지 않으면

횟대에서 아무렇지않게 버티다가도

돌연 죽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누군가를 지키기위해

기상악화와 먼거리에도 불구하고 가게 된다

어쩌면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살리는 일인지도...

모든 생명체는 중요하고 또 중요하지만

새 한마리를 살리기 위해 가게 되지만

2부에서 경하는

신비롭다고 해야할지 미스테리하다고 해야할지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 병원에 있어야 할 인선이

아무렇지않게 와서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 건너마을 사람들의

바로 그 제주 4.3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쩌면 인선의 잘려나간 손가락의 신경은

내 피붙이기에 아파도 버릴 수 없고

고통을 계속 참아가며 지켜내고싶은

어머니, 아버지, 건너마을 사람들은 아니었을까

뻐근한 사랑이 살갛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p. 311

제목처럼 <작별하지 않는다>는

어머니가 제주에서 시체조차 찾지 못한

인선의 외삼촌을

혹은 인선이 어머니를

작별하지 않았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을까

인선의 외삼촌이

어느 갱도에 총살로 쓰러져 뼈만 남았는지

아니면 극적으로 탈출해서 마을에서 옷을 빌려 입고

어디선가 살아있었을지

혹은 어디론가 떠내려간건지

인선의 외삼촌은

인선의 어머니 가슴 속에 여전히 존재하며

정신을 잃어갈 때도 함께였다

작별하지 않았다

10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조차 멸절시키는 중에도

몸은 작별했지만

그들의 영혼은 작별하지 않았다

영원히 가슴 속에서 작별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어디에선가

후환이 두려워서 조용히 살아있었을까를 생각하는데

이것은 상대성 이론의 현실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성 이론은

아예 전혀 다른 세계에서 존재하며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사실 그 진실을 목격한 일이 없으니

현실판 상대성 이론은 아닐지......

개념과 맥락이 비슷해보였다

훌륭한 작품이고

한 번쯤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성냥개비에 불을 붙히며 의식을 잃어가는건지

뭔가 애매하고 흐릿하게 결말이 끝나서

책장을 덮어도 찜찜함이 남는다

그게 우리의 역사적 트라우마여서였을까

추리소설 장르였다면

범인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사건의 전말이 수면 위로 나타나고

떡밥들이 회수되고

결과가 보이게 깔끔하게 끝났을텐데

이 소설의 중심은 아직도 끝나지않은채

많은 사람들과 유족들의 가슴 속에 현재진행형이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일 수도ㅠㅠ

<소년이 온다>의 전개속도보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전개속도는 느리다

때론 몽환적이고 의구심이 들며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이......

사건의 진행과 과정이 어찌되었던

그 발단의 시시비비를 떠나

모든 생명의 죽음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글을 빌어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9 댓글 6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뻐근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평점10점 | k*****o | 2025-09-19 | 신고
뻐근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해석(解釋)하지 않는다. 아니,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어떤 식으로든 독자의 생각을 풀어 얘기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고쳐 써야겠다. 한강 작가가 쓴 <작별하지 않는다>의 두 주인공 ‘경하’와 ‘인선’은 오랜 친구 사이로 닮은 구석이 많다. 한 사람은 글을 쓰고, 다른 한 사람은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며 ‘이야기 전달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소설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경하는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와 단편소설 『작별』을 쓴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쓴 소설들을 통해 왜 인간은 이토록 아름답고도 잔인한가에 대한 답을 찾아볼수록 삶의 결핍감과 부채감은 응어리처럼 가슴속에 쌓여간다. 인선은 역사라는 수레바퀴에 치이거나 깔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고이 담아내다 돌연 작가가 절필하듯 고향인 제주로 가서 목수(木手)로 활동한다. 
  어느 겨울날, 인선은 목공일을 하다 그만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겪는다. 누구에게나 ‘손(手)’은 소중하다. 작가와 목수에게 더더욱 없어서는 안 될 ‘손’의 연장(延長)이자 도구로서의 연장일 테다. 병원에서 수술 후 재활하던 인선이 자기 집에서 얼마간 반려조를 ‘손’봐달라고 경하에게 부탁한다. 언뜻 보면 집에 두고 온 새 한 마리가 그토록 중요한가 싶겠지만, 이 ‘새’야말로 경하와 인선, 나아가 그들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전령으로서 기능한다.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에서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보이지 않는 남자가 어두운 건물 안에 갇힌 ‘새’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이 떠오른다.
  하염없이 내리면서 쌓이는 ‘눈’ 때문에 경하가 인선이 아끼는 새를 구하러 가는 길은 여간 녹록하지 않다. 마치 소설 『흰』에 등장한 ‘눈’이 이 소설 전반에 내리는 것 같기도 하다. 경하는 “눈처럼 가볍고, 새처럼 가볍다”고 여겨지는 그들에게도 ‘무게’가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독자는 새와 눈의 역할 못지않게 ‘바람’의 영향력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바람은 눈을 날리게 하고 새가 날 때 일어나는 존재이자 주변의 소리를 머금는 특성을 가진다. 즉 소리를 잘 들리지 않게 만드는 요인인 셈인데, 반대로 무언가를 귀 기울여 잘 들어야 한다고 속삭이거나 고함치는 것처럼 감각된다. 어쩌면 인선이 누워 있는 병실의 창문에서, 경하가 도착한 인선의 집 문 앞에서 두드리는 소리를 낸 것이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해몽(解夢)하지 않는다. ‘꿈속에서 문득 다른 꿈의 문을 열고 들어선 것 같은(233쪽)’ 생시 같은 꿈이 연속해서 펼쳐진다. 사건의 발단 역시 몇 해 동안 거듭되는 경하의 꿈에서 비롯한다. 인선에게 전해진 꿈, 그러니까 흰 눈이 내리는 가운데 수많은 무덤이 물에 잠겨가는 공간에서 어쩔 줄 모르는 경하의 모습은 서서히 현실로 구현된다. 갈피를 잡지 못해 고통스럽던 경하도 인선의 집에서 그 꿈의 실체를 조금씩 알아차린다. 여기서 꿈이란 무의식의 욕구와 억압된 감정을 드러내는 상징적 활동이라고 해석한 프로이트와 다른 결의 설정이 퍽 흥미롭게 다가온다.
  요즘에 소설, 웹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의 소재로 사용되는 ‘평행우주’의 개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슈퍼 히어로 영화 속 대사처럼 “꿈은 또 다른 세계의 나를 만나(보)는 창문”을 여닫으며, 경하와 인선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윗세대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과거의 크고 작은 선택과 행동이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는 종종 만약에 그때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 혹은 후회를 하곤 한다. “인선의 손가락이 잘리지 않은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면(155쪽).” 경하 또한 이런 가정을 해보는 것이다.
  더불어 경하는 인선의 집으로 가는 길에 내리는 눈이 수십 년 전 학살의 현장 위로 내리던 비는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된 존재가 아닐까 하는 물음을 자신과 독자에게 던진다. 개인과 역사의 수난이 마치 이처럼 순환하여 거듭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더 늦기 전에 악순환을 멈추고 선순환을 이루기 위하여 개인과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설령 악몽이더라도 깨어난 현실에서 어떤 마음가짐, 또는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꿈보다 해몽 같은, 조금 더 진실에 가까운 것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작별(作別)하지 않는다. 인선이 경하에게 묻는다.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 건지,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작별이 완성되지 않는 건지, 작별을 기한 없이 미루는 건지”를. 두 사람의 곁에서 숨죽여 지켜본 독자로서 생각건대, 작별은 서로가 ‘잘 있음’이 전제되어야 하는 헤어짐이 아닐까 싶다. 떠나거나 보내고 남은 이 모두가 무사히 지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작별이 아닌 이별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어떤 면에서 경하와 인선은 일종의 작별의식을 치룬 것인지도 모른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어느 시점을 계기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둘을 묶어준 ‘실’이 끊어지려 하는 그 순간을 한강 작가가 포착한 게 아닐까 싶다. 인하의 죽음으로 인해 당장은 (현)실이 끊어지는 듯 보이지만, 인선로부터 건네받은 ‘촛불’이 경하로 하여금 계속해서 어둠을 헤쳐나갈 수 있는 (구)실이 되어준 것이리라. 이 이야기가 단지 둘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선이 경하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엄마가 이곳에서 저 건너를 봤듯이, 아버지가 섬을 떠나 십수 년간 저 건너편을 지켜봤듯이 경하와 독자는 사건 너머 진실을 똑바로 응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우 거북스럽거나 가슴이 뻐개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멈추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어렵사리 다 읽고 나면 힘에 겨워 벅찬 기분을 어떻게 진정시키면 좋을지 모를 수도 있다. 읽고 들을수록 눈이나 새, 바람처럼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저 개인의 악몽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제주 4·3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봐서일 테다. 그래서 소설은 고요히 외친다. 이 미결의 얽히고설킴을 다 함께 차근차근 풀어나가자고. 이제 당신에게 ‘뻐근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건네니 받아 보시길 바란다. 

2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27 댓글 19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독후감) 희랍어 시간
평점8점 | p********m | 2025-09-01 | 신고

남자, 여자, 그, 그녀 그리고 나.

나의 주변 인물 'R', '요하임 그룬델' 그리고 '란' 1장(무제, 남자): 보르헤스 그리고 '서슬 퍼런' 칼 2장(침묵, 여자): '희랍어 시간' 3장(무제, 남자): 보르헤스의 문장 '세상은 환이고,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입니다',  '그 꿈이 어떻게 이토록 생생한가. 피가 흐르고 뜨거운 눈물이 솟는가.' 4장(무제, 여자): 침묵 속에서, 어어, 우우, 분절되지 않은 음성, 처음 몇 개의 단어들 5장(목소리, 남자):  R, 사랑 그리고 어리석음. 보이는 세계가 썰물처럼 밀려가 사라지는 동안, 우리의 침묵 역시 서서히 온전해졌을 겁니다. 6장(무제, 여자): '희랍어 시간' 7장(눈, 여자):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8장(무제, 남자): 그러나 피가 흐르고 눈물이 솟는다. 9장(어스럼, 남자): 란, 그리고 아버지 10장(무제, 여자): 흑판에 씌어진 모국어 단어들이 육각 연필의 매끈한 표면에 으깨어져 있다. 11장(밤, 여자): 제논과 세슘137, 방사성 요오드131 12장(무제, 여자): 신과 인간과 혼 13장(무제, 남자): 점자 편지, 꿈 14장(얼굴, 남자): 요하임 그룬델 15장(무제, 여자): 몸이 없는 단어들 16장(어둠, 여자와 남자): 박새

17장(어둠, 여자와 남자): 박새

18장(무제, 여자와 남자): 먼저 // 병원으로 // 가요 19장(어둠 속의 대화, 여자와 남자): 카타콤베 묘지, ..... 희랍어는 왜 배우는 건가요?

20장(흑점, 여자와 남자): 어둠을 향해 두 눈을 뜬 채 그는 아직 그녀의 어깨를 안고 있다.

21장(심해의 숲, 남자): 우리

0장(무제, 여자): 나에게서 나에게로


나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다. / 혀끝으로 아랫입술을 축인다. / 가슴 앞에 모은 두 손이 조용히, 빠르게 뒤치럭거린다. / 두 눈꺼풀이 떨린다, 곤충들이 세차게 맞비비는 겹날개처럼. / 금세 다시 말라버린 입술을 연다. / 끈질기게, 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다. / 마침내 첫 음절을 발음하는 순간, 힘주어 눈을 감았다 뜬다. /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사라져 있을 것을 각오하듯이. /


나는 의문했다. 소설의 주인공에게 고유명사로 인격을 부여하지 않고 ‘그’나 ‘그녀’의 3인칭 대명사나 ‘여자’와 ‘남자’의 보통명사로 일반화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1장부터 시작한 소설은 왜 0장으로 끝이 나는지. 1장부터 21장까지 일관되게 남자를 ‘나’로 지칭하더니 마지막 장인 0장에서는 왜 ‘그녀’가 ‘나’가 되었는지.


세상과 나 사이에 놓인 서슬 퍼런 ‘실명失明’의 위기에 처한 남자.

갑작스럽게 두 번째 실어失語를 경험한 여자. 첫 번째 실어失語는 희랍어의 중간태 문장처럼 수천 개의 바늘로 짠 것 같은 언어의 옷을 그녀 스스로 벗어 버리듯 말을 버린 것이었다면, 두 번째 실어失語는 - ‘그것’이 왜 다시 찾아왔는지보다는 - 모성애로 인해 바늘로 짜여진 그 옷을 다시 꺼내서 입어야 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이 본능적으로 바늘에 찔리는 고통을 회피하듯 그녀의 몸은 말이 흘러나왔던 길에 새겨진 바늘 자국과 핏자국을 모두 지워버렸고, 여자는 그 자국들을 다시 찾아야만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남자와 말을 할 수 없는 여자.

남자가 낭떠러지로 향해 걸어가고 있지만 그 위험을 알려줄 수 없는 여자.

낭떠러지를 향해 걷고 있는 여자의 위험을 볼 수 없는 남자.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태로움이 이보다 더할까.

그녀의 실어失語와 그의 실명失明이 만나지 않았다면, 박새로 인한 위태로움을 피할 수 있었을까. 고작 10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새의 퍼덕이는 소리에 겁을 먹고 휘청거려 안경알을 밟고, 깨어진 안경 유리 조각에 손바닥이 찔리는 상처를 입었을까.


하지만, 앞이 보이고, 말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한들 삶에서 고통을 피할 수 있을까. 여자는 말을 잃지 않았던 시절에 모친상을 치르고 이혼을 당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는 고통을 당했다. 남자는 박새를 보고 놀랄 정도는 아닌 정도의 시력을 유지하고 있을 때 어리석은 말로 R에게 상처를 주었으며 그 상처는 자신의 왼쪽 뺨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작가는 마치 삶이 위태로운 것은 말을 할 수 없어서 또는 앞을 볼 수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시력을 잃을 것이 두려웠던 남자는 ‘우리는 언젠가 함께 살게 될 것이고, 나는 눈이 멀 것이며 내가 보지 못하게 될 때 그때는 말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R에게 말을 해 보라고 했다. 남자의 처지에서는 참으로 현실적이고 절실하였을 물음이었을 테지만 R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필요의 대상일 뿐이라고 충분히 오해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이해할 수 없는 광기로 타올라 나무토막으로 남자의 얼굴을 내려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남자는 ‘옛 여자’에게 보였던 그것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에게서 느끼는 침묵은 빛이 가득 고여 일렁이는 것 같았던 R의 것과는 전혀 다른, 얼음 밑에서 두드리다 굳어버린 손 같기도 하고 피투성이 몸 위로 쌓인 눈더미 같은 침묵이었지만 남자는 이번에는 말해 달라고 침묵을 깨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는 빛도 소리도 없어 서로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곳에서 함께 누웠다. 소리와 빛을 느낄 수 없으니 심해처럼 느껴졌겠지만, 그들이 누워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남자 방의 ‘짙은 청색 매트리스 커버에 싸인 철제 싱글침대’ 위이다. 여자의 떨리는 검지손가락 끝으로 남자의 손바닥에 또박또박 글을 쓰듯, 어두운 곳에서 글을 쓸 때 윗문장과 아랫문장을 겹쳐쓰지 않으려고 가능한 한 넓게 간격을 두는 것처럼 문장과 문장 사이에 긴 사이를 두듯 그렇게 쉼표와 마침표 그리고 입맞춤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하여 희랍어 수업 시간에는 곤충들이 세차게 맞비비는 겹날개처럼 떨리는 눈꺼풀을 힘주어 감았다 뜨면서 눈을 뜨는 순간에는 다른 장소에 옮겨져 있기를 바랐던 여자는, 이제는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사라져 있을 것을 각오’하면서 힘주어 눈을 뜨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여자는 ‘나’가 된다.


‘편지나 고백, 회상이나 일기 등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남자의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남자는 말을 할 수 있으니까. 반면 이탤릭체로 적힌 그녀의 심리상태는 난해하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어서일까’라고 처음엔 생각했었다.


내 생각은 틀렸다.


이탤릭체는 여자의 심리상태를 표현할 때만 쓰이지 않았고, 일상을 적은 것 같은 남자의 글들은 철학적 사유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로 가득했다. 보르헤스의 불꽃과 화엄을 시작으로 하여 흑점, 카타콤베 묘지 등 너무나 생소한 상징이나 비유들은 책을 읽는 내내 책장을 넘기는 것을 머뭇거리게 하였고,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희랍어 알파벳과 희랍어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사용된 듯한 ‘모국어’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선득한 입술에 입을 맞출 때 섭씨 수천 도의 흑점들이 폭발하듯,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사라져 있을 것을 각오하듯, 뭍으로 거세게 쓸려왔지만 두려워하지 않듯, 나는 그들로부터 ‘서슬 퍼런’ 칼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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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작별하지 않는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t*****j | 2025-04-17 | 신고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역사적 아픔과 슬픔을 담은 작품이기도 한 『작별하지 않는다』 


주인공 경하의 꿈 꾸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눈 내리는 벌판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 묘지인가 싶었다가 어느 틈에 차오르는 물. 이미 잠긴 무덤을 어쩔 수 없더라도 묻힌 뼈들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어쩔 줄 모른 채로 깨어버린 꿈. 학살에 대한 책을 냈을 무렵 그런 꿈을 꾸었던 것이라 생각하는 경하. 제주로 내려가 어머니를 돌보고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꾸었던 꿈을 토대로 영상 작업을 계획한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고 겨우 회복했지만 하려던 일은 하지 못했다. 


겨울의 어느 날, 인선은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 절단 사고가 나고 경하에게 제주 집에 있는 새를 구해달라 부탁한다. 인선의 간절한 부탁에 거절하지 못한 경하는 서둘러 제주로 내려간다. 하지만 때마침 강풍에 폭설에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 와중에 고질적인 두통으로 힘들어하던 경하는 겨우 버스를 타고 인선의 마을로 향한다.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진 인선의 집으로 가던 경하는 폭설과 어둠에 갇혀버린다. 


이상하지 눈은, 하고 병실 창밖을 향해 중얼거렸을 때 인선이 떠올린 것도 그런 것들이었을까.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창 너머의 안 보이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항의하는 듯 그녀는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물었다. 눈의 아름다움이란 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오래전 세밑의 밤에도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던 것같이. (p.94~95)

겨우겨우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는 70여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보게 된다. 

가족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감옥에서 십오 년이나 보내야 했던 아버지, 부모와 동생을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 수 없는 채로 언니와 둘이 남겨진 어머니.. 그 학살 사건 이후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쏟았던 인선의 어머니. 폭설로 고립된 집에서 떠오르는 그리움. 담담하게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는 장면들. 어떻게 이렇게 고. 요. 하. 게- 작별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와 화해를 묻는지.. 과거의 기록으로 남아 두기 전에 기억해야 할 제주 4.3 사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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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어 본 <작별하지 않는다> .. 눈 밟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바람 소리, 성냥에 불 붙이는 소리, 인선과 경화의 차분한 대화.. 정적인 듯했지만 섬세한 묘사 때문일까.. 문장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비극적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제주 4.3' .. 정치적 갈등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아픔에.. 마음이 먹먹하고 숙연해졌다. 가라앉은 묵직한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은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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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작별하지 않음으로써 작별할 수 있게 되는 우리
평점10점 | l*******3 | 2025-02-27 | 신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최근에 읽어서 그런지 인물들의 혼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환상적 구성 방식에 익숙했던 것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이 사건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이후에 한반도에 닥친 제주 4.3사건을 중점으로 하고 있는데 근현대사 교과서 등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보는데에도 꽤 도움이 되었다. 제주도와 같은 섬의 고립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같은 민족끼리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폭행과 살인을 일삼으며 더 나아가 그 사망자들을 처리하는 악랄함에 읽는 내내 치를 떨었다. 소설 초반에 한강 작가 본인이면서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인 우리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인 경하는 제주에 살던 친구 인선이의 부상 소식에 병원을 찾아가고 인선이의 잘린 손가락의 신경을 이어주기 위해 요양사가 3분마다 계속 바늘로 찌르는 고통스러운 장면을 보며 눈을 찌푸리게 된다. 이렇게 신체 훼손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소년이 온다>를 통해서도 보여준 한강의 기법으로 고통을 직접 겪지 않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감정을 극대화시켜 공감을 자아내게 유도하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인선이가 잘린 손가락을 포기하고 없이 사는 방법에 대해 의사와 논의했을 때 없어진 손가락에서 환상통을 겪게 되고 그것 또한 괴로운 일이니 다시 붙이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의사의 부분에서는 제주 4.3사건처럼 끔찍한 일을 겪은 제주도민들 그리고 그 이후 세대들이 경험하는 트라우마와 정신분열에 대해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경하야.  인선이 나를 불렀다.  내가 디딘 데만 딛고 와.
1부에서 인선이가 본인의 앵무새 아미가 곧 죽을 수도 있으니 얼른 제주도로 내려가 먹이를 챙겨달라는 황당무계할 수도 있는 부탁에 경하는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인선이가 사는 곳까지 가는 길이 휘몰아치는 눈으로 인해 고되어 추위와 어둠의 공포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는 경하는 아미를 구하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경하의 폭설과 함께하는 여정에서 우리가 회피해왔던 과거와 역사를 마주보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왜 인선이는 콕 집어서 경하가 가야한다고 고집했을까 고민해보면, 경하는 계속해서 악몽을 꾸고 있었기에 그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인선이와 프로젝트를 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흐지부지되며 경하는 본인이 잘못 생각해왔다며 변명을 하게 되고 프로젝트 진행을 포기하기로 한다. 이런 경하는 즉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독자인 우리는 3분마다 손가락의 신경이 찔려 고통스러워하는 인선의 그 장면처럼 불편해할 수밖에 없는 상처투성이로 가득한 역사적 과거를 다시 마주보도록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또한 인선이가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생명체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 고양이 등이 아닌 새 특히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앵무새였을까도 고민해보면 누군가에겐 하찮을 수 있는 존재 그렇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살아가는 이유를 주는 존재,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존재, 즉 역사적 사건으로 볼 때 제주도민들을 상징하는 것일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미가 죽어있음을 발견하고 아미를 묻어줘야겠다는 경하는 좀 더 궂은 날씨가 잠잠해지길 기다려도 될 법한데 굳이 그 추운 눈보라가 치는 밤에 상자에 꽁꽁 싸매 나무 아래에 봉분을 만들어준다. 이 점 역시 제주 4.3사건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끝맺음과 예의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하얀 눈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소재다. 소설 초반 경하가 어렸을 때 책에서 읽은 눈의 속성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하나의 눈송이가 태어나려면 극미세한 먼지나 재의 입자가 필요하다고 어린 시절 나는 읽었다. 구름은 물분자들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고, 수증기를 타고 지상에서 올라온 먼지와 재의 입자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두 개의 물분자가 구름 속에서 결속해 눈의 첫 결정을 이룰 때, 그 먼지나 재의 입자가 눈송이의 핵이 된다. 분자식에 따라 여섯 개의 가지를 가진 결정은 낙하하며 만나는 다른 결정들과 계속해서 결속한다. 구름과 땅 사이의 거리가 무한하다면 눈송이의 크기도 무한해질 테지만, 낙하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눈송이는 가볍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든다. 가지들이 무한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어떤 색도 지니지 않고 희게 보인다."
나는 이 문단이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제를 관통하는 부분이라고 보는데, 이 순환하는 물이 눈송이가 되기 위해 "결속"하는 형태, 즉 연대의 과정이 우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또 다시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그래서 한강이 말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이지 않을까. 역사적 아픔을 같이 느끼며 잊지 않기로, 또한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기에 "작별하지 않"아야함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의 신중함은 두말 할 것도 없고. 한강 작품은 늘 여운이 오래 남는다.
돌아가자, 나는 말했다.  다음에 오자, 눈 그치고 다시.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인선이 말했다.  ……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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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한강이 나에게 햇살처럼 내려준 선물
평점10점 | g*****2 | 2025-02-07 | 신고
               

한강이 노벨상을 받던 날, 눈부신 햇살이 축복처럼 쏟아져 내렸다. 문단에서는 예측을 한 이들이 있었다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예상치 못했다. 뉴스를 보던 남편이 나보다 먼저 알고 빅뉴스를 전해줬다. 소스라치듯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벼락처럼 거실로 뛰어나갔다. 내 두 눈과 두 귀로 확인하는 호사를 누렸다. 남편과 함께 한강이 내려주는 찬란한 빛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한강 책 세트를 주문했다.   

남편은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을 때 나는 <희랍어 시간>를 집어 들었다. 난해하다는 반응이 있어 긴장을 했다. 어라, 첫 문장부터 아는 경구가 나와 반갑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예상보다는 잘 읽혔다. 보통 소설처럼. 남 주인공이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문장을 읽다가 나는 멈칫거린다. 중요한 장면은 내 눈 속에, 내 감각 속에 간직해야 한다는 걸 생각해 본다. 그동안 순간을 살아 내지 못하고 유예하는 삶의 태도를, 톺아보며 여백 사이에 메모한다. ‘사진을 찍지 않으면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깊게 보고, 오감으로 보면서 내 눈 속에 형상을 아로새긴다.’(아, 재독 하면서 남자 주인공이 사진을 찍지 않는 이유, 실명할 것을 예견하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임을 알고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2장과 3장으로 넘어가면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서서히 안개가 내려앉더니 어느 순간 30미터 앞도 볼 수 없는 지경으로 빠진다. 한글이라 글자는 눈에 들어오나 맥락이 부서져 버린다. 그(남주인공)인 줄 알고 한참 읽다 보면 그녀(여주인공)가 등장해 있고, 그녀라고 여기며 읽어나가다 보면 돌연히 그가 나타나기도 해, 뒤엉킨 실타래를 만지고 있는 듯하다. 화자(주인공) 이름이 없어서 더 어수선하다. 또 하나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현실에서 과거, 과거에서 꿈, 대화를 나누는 사이사이에도 과거의 기억과 꿈이 혼재되어 있다. 정신 줄을 놓게 된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다시 또, 글자에 눈을 고정시킨다. 마치 한자로 된 시를 읽을 때처럼 난감하다. 모르는 한자도 찾아야 하고 해석이 난해한 구절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안개가 자욱한 길을 운전할 때처럼, 눈을 지릅 뜨고 읽어 내려간다.    

책이 두껍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속절없이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당치 않은 신념이 생긴다. 드디어 191쪽을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니 ‘1판 31쇄’가 보인다. 역시 노벨상 작품이라 많은 사람이, 내가 산 것처럼 이 책을 샀구나! 노벨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상 덕분에 책이, 기염을 토해 낸 것이다.          


               

내가 믿고 보는 이동진 평론가가 유튜브 ‘파이아키아’에서 <희랍어 시간>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금은 보화보다  귀하고 값진 선물이 있다고 했다. 나는 어슴푸레하게 낀 안개 외 선물 따위 받은 게 없다. 오우, 선물을 받은 것이 있다. 은유와 비유 문장을 수도 없이 만났다. 마치 언어영역 수능 공부한 문제집에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은 것처럼, 나도 은유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다. 뱀이 지나간 것처럼 구불구불한 밑줄 여백에 휘갈긴 메모도 남겨 놓았다. 왜 나는 선물을 못 받았을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메모한 부분을 삼킬 듯이 빠르게  훑어보았다. 감이 오지 않았다.  “점자처럼 읽은 자만이 선물을 받을 수 있다.”라고 이동진이 했던 말이 얼핏 떠 올랐다.                

문학작품은 단계가 여러 겹이다. 겉 이야기, 속 이야기, 작가의 의도 등이 있다. 첫 번째 읽을 때는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외모(겉모습)와 말투 정도였다면 두 번째는 그가 취하는 태도가 보일 것이고 세 번째는 속마음도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 ‘반복 독서’를 해보기로 한다. 두 번을 읽었을 때 그의 태도가 보였지만, 아직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세 번째 책을 펼쳐 들었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처음 가는 길은 멀게 느껴지다, 두세 번 가면 가깝게 느껴지듯이 책도 그와 같았다. 40년 지기와 대화하듯 막힘이 없었다. 작가의 의도와 인물 간의 맥락 등 쾌청한 하늘을 다 보여줬다. 주인공 입장에 각각 감정이입이 되고보니, 그네처럼 감정이 치달아 오르내리기도 했다.


                     
              
<희랍어 시간>은 어려운 낱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문장이 난해한 것도 아니다. 다수가 어려워하는 까닭을 나름대로 알아내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눌 때 갖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한강은 문득문득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생각들을, 대화 틈새에 배치한다. 뜬금없어 보이는 그것이 과거의 기억이기도 하고 꿈 내용일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은 초집중을 하지 않으면 맥락을 놓칠 수밖에 없다. 책을 읽을 때는 온전히 몰입해서 읽어야 된다는 메시지를, 작가가 행간 곳곳에 심어 놓은 듯하다. 

               

 "이 소설은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와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다."

 여주인공 어머니가, 여주인공 임신 중에 장티푸스 약을 한 움큼씩 복용한 것이 화근이 된다. 여 주인공이 청각을 잃게 된다. 남주인공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적으로 시력을 잃어 간다. 집안 내력으로 아버지가 그랬듯, 아들인 주인공도 머지않아  빛으로 세상을 볼 수 없게 된다. 빛을 잃어가는 남자와 소리를 잃어버린 여자의 만남이 자연스러운 사랑으로 이어질 수가 없는 구조다. 그 둘 사이에 장검이 놓여 있다. 그것을 극복할 여지가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      

새해 벽두에 만난 <희랍어 시간>, 그 안에서 달포 정도를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책에 나온 문장들과 장면들이 수시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왜 이 책과 사랑에 빠졌을까? 반복 독서를 두 번도 아닌 세 번을 했다. 책 대부분을 필사까지 해 가면서 깊은 사랑에 빠진 이유가 무엇일까?     

한강이 청각과 시각을 잃은 이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여러 겹으로 길을 내주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불편하게 사는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의 지도도 그려 놓았다.

내가 두 주인공의 마음과 목소리에 세세하게 귀 기울였던 것은 남편 때문이었다. 그들이 장애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남편이 겪는 애로사항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남편 편마비로 살 게 된 지 어언 천일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 기적이라는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견딜 수 없이 떨리는 왼팔을 들어, 처음으로 그녀의 어깨를 안는다.”   
  
“투명한 테이프로 입이 틀어막힌 사람처럼 그녀의 입술이 굳어 있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녀가 잠들지 못한 것을 모른다. 간밤에 이 방에서도, 첫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그녀가 잠들지 못하는 것을 모른다. 뜨거운 물과 아이의 거품비누로 오랫동안 샤워를 한 뒤, 식탁 앞에 앉아 희랍어 공책을 펼친 것을 모른다. 얼음 아래 수십 갈래 길을 더듬듯 죽은 희랍어 문자들을 적고, 견딜 수 없이 생생한 모국어 문장들을 끈질기게 이어 적은 것을 모른다.”(p.181)   

사람 간 소통을 잘하는 비결이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상대와 소통을 잘 못하는 것은 윗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의 상황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초집중해서 책을 읽어야 책 내용 전체가 보이는 것처럼, 상대방이 전하고자 하는 것 또한 놓치지 않고 오감으로 느낄 줄 알아야 된다.               

남편 속(마음과 몸)으로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 나도 남편을 잘 모른다. 일상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말자. 한 발짝만 더 나아가 보자. 이제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감정이입과 공감대라는 무기를 장착했으니 남편 속으로 풍덩 들어가 보자.  마음과 마음이 맞닿을 수 있는 교두보를 놓아 보자. 텍스트는 책이다. 남편에게 한강 책은 조금 어려울 것이다.  그가  조*을 좋아하니 그분 책으로 물꼬를 터 보자.                

우리나라 문학계에 혁명을 일으킨 대문호 한강, 그녀로부터 ‘승화’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선물 받았다.

한강 작가를 알기 전과 후의 내가 달라졌음을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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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역사의 재조명; 제주 4.3사건
평점10점 | 1*******l | 2025-01-24 | 신고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깊은 슬픔과 아픔을 담은 작품으로,

 역사적 배경을 통해 상처와 치유,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작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한 개인의 고통이 아닌,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그려내며,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지를 조명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작별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간 이들과 그 흔적이 우리 삶에 끊임없이 머물러 있는 여정을 뜻함을 알게 될 것이다.

소설을 쓰는 주인공 경하의 꿈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덤에 물이 차오르고, 무덤들이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지 못하면서 꿈에서 깬다. 이런 꿈을  꾸는건 자신이 쓰고 있는 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하.

경하는 사진작가 인선에게 자신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며 영상 작업을 할 계획을 세우지만 돌연 영상 작업을 멈추겠다고 한다. 하지만 인선은 그 의견을 듣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나가게 된다.

어느날 병원에 있는 인선에게 연락이 온다. 인선은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 집에 홀로 남겨진 새, 아마가 물과 먹이 없이 보낸 며칠 때문에 죽을까 걱정을 하게 된다. 인선은 경하에게 지금 당장 제주도 집으로 가 새 먹이주기를 부탁한다.

 경하는 거절하지 못하고 제주로 향한다. 제주는 폭설로 인해 앞을 내다볼 수도, 한발짝 내딛기도 힘든 상황. 그런데다가 인선의 집은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다. 

정말 그 새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켜야 할 존재인지 스스로도 의문을 갖게된다.

무엇이 그녀를 폭설과 강풍이 몰아지는 위험한 순간에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는지... 왜 거절하지 못했는지... 인선은 왜 자신에게 그런 무리한 부탁을 했는지...

이런 눈에 인선은 익숙할까, 나는 문득 생각한다. 이런 눈보라가 그녀에게는 놀랍거나 특별한 일이 아닐까. 어디까지 구름이고 안개이고 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일렁이는 회백색 덩어리가. 자신이 태어나 자란 돌집이 저 거대한 덩어리 속에 분명한 좌표로 존재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새 한 마리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p.71

이해할 수 없다.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

p.152

새는 단순히 인선의 애완동물이 아니라, 그녀의 외로움과 상처를 대변하는 존재로, 그녀의 내면 깊은 곳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에 도착할 무렵 입원 중인 인선에게 전화를 걸지만 다급한 조무사의 대답만 남은채, 인선의 행방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끊긴다. 인선이 끝내 완전한 회복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남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상처와 회복이 결코 단순히 끝이 나는 과정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 같다. 치유의 여정과 불확실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지를 준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잔을 들고 작업대에 기대서며 인선이 활짝 웃었다. 그 미소가 가시지 않은 입술이 찻잔에 닿는 걸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뜨거운 것을 혼이 마실 수 있나.

p.193,194

제주도 인선의 집에서 알게되는 인선의 가족사, 그리고 제주 4.3 사건의 전말.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대규모 학살과 찾지 못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찾아낸 그날의 기록들.

그 기록들을 모으며 더 아파했을 날들...

물론 추측할 수 있어, 그 사람이 외삼촌이었다면 어떻게든 이후에 섬으로 돌아왔을 거라고...... 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p.291

개인의 상처와 고통뿐만 아니라, 집단이 함께 겪은 역사의 상흔을 다루며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은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서로의 삶에 깊숙이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진정으로 작별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인선의 가족사가 얽힌 제주 4.3 사건은 우리 사회의 집단적 아픔과도 맞닿아 있다. 인선이 떠안고 있는 상처는 그녀 개인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4.3 사건은 국가의 탄압 속에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무참히 희생된 비극을 담고 있으며, 여전히 그 상처와 후유증은 한국 사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인선과 경하가 함께 알아가는 이 사건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잊혀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더이상 알 수 없게 되었어. 오랫동안 애써야 가까스로 기억할 수 있었어. 그때마다 물었어.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이제 내가 누군지.

p.317

작별은 단순히 과거와 단절하는 일이 아니라, 그와 함께 걸어가는 일임을 이 책은 시사한다. 인선의 삶 속에 남아 있는 고통과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경하의 삶 속에도 그러한 흔적이 남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는 기억을 계속해서 짊어지고 가는 여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듯, 작별하지 않는다는 상처와 기억, 치유의 의미를 담아내며 우리의 삶 속에서 작별이란 단순히 어떤 관계의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함께 걸어가야 하는 무언가임을 가슴 깊이 새기게 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렇다. 불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p.325


우리는 때때로 완전한 작별이 불가능한 상처와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명에 놓여있다. 이를 어떻게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 갈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먹먹함을 남기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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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 또 다른 제주가 왔다
평점10점 | c********u | 2025-01-13 | 신고
사전에서 작별을 찾는다. 문득 이별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 둘 다 헤어지지만 작별은 ‘인사’를 한다. 헤어질 수 없어서 인사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 작가 한강이 직면하는 제주 4·3의 시간을 함께 간다. 사건은 끝나도, 상흔이 지속되는 한 누가 작별할 수 있을까. 광주의 일에서도 장례를 치렀어도 다시 살아남은 장례가 시작되는 것처럼. 작가의 두 작품을 연달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광주의 기억이 그를 잠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자 감정이 얼마간 일렁였다. 제주 바닷가, 사방에서 총알처럼 쏟아붓는 눈을 검은 나무들이 사람처럼 웅그리고 서서 죄다 받아내고 있는 모습이 그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홀린 듯 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춥다. 몸도 마음도. 나는 어쩌다 보니 올 초부터 수강생이 끊긴 교실을 지키고 있다. 사람의 온기가 끊긴 교실은 히터를 틀어도 난방이 잘되지 않는다. 상상 그 이상으로 춥다. 목을 감고 후리스를 껴입고 그 위에 빵빵하게 부푼 파카를 입어도 박음질 사이를 찬 공기가 파고든다. 여기에 그의 책은 더 많은 추위를 몰고 온다. 인선과 경하의 대화를 듣는 것일 뿐인데 왜 내가 눈 덮인 허허벌판에 서있는 착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센 곳이라 그렇대, 어미들이 이렇게 짧은 게. 바람 소리가 말끝을 끊어가버리니까."

73쪽_새_폭설

기억한다. 정말 제주도의 바람은 정말 억셌다. 출근길, 아파트 입구에서 고작 20m 남짓 떨어진 주차장에 세워진 차로 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발을 떼려 해도 금세 중심이 허물어져 넘어질 것 같았다. 급히 내려온 아내의 부축을 받고서야 주차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길가의 쓰레기통은 바람개비처럼 빠르게 돌고 있고 내 키보다 큰 물탱크가 종잇장처럼 바람에 실려 떠다녔다. 그 바람이 그들일지 모른다는 작가의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몰랐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109쪽_새_새

이 감각적인 문장에서 가벼운 것들, 그러니까 눈이거나 새거나 혹은 더 이상 흘릴 것이 없을 만큼 쏟아져 버린 그 도시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약간의 피를 흘리거나 목이 말라도 생명이 위험해지는 새로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것인지 기한 없이 미룬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그럴 마음이 용기가 없던 것인지 생각한다. 경하의 작별은 무엇이었을까.

192쪽_밤_작별하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옷가지 한 장 신발 한 짝도 없었어요. 총살했던 자리는 밤사이 썰물에 쓸려가서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습니다. 이렇게 하려고 모래밭에서 죽였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226쪽_밤_바람

찌릿한 전율이 손가락 끝부터 천천히 머리끝까지 타고 올랐다. 몰라서 더 그랬을까? 제주에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정도의 텍스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감각들이었다. 한데 단 4줄의 문장이 온몸의 세포를 흔들어 깨운 느낌이 들었다. 무서운 일이겠다,고 생각 하는 순간 그 아름답던 제주가 참혹한 곳으로 뒤바뀌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악랄하고 잔혹함만 남은 이들을 군과 경찰로 둔갑시켰을까. 그리고 광주를 쓸고 간 그들과 마찬가지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까. 후손들들은 자신이 학살자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무섭지 않을까. 여전히 피학살자들의 유족들에게 이 끝나지 않는 고통이 학살자에게도 이어지는지,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220쪽_밤_바람

인선의 엄마가 고향을, 불타버렸던 집을 벗어나지 않았던 이유를, 평생 그러모았던 학살의 기록을 나는 감히 짐작조차 못한다. 그리고 그 기록이 향했던 경산의 코발트 광산 이야기는 처음 알았다. 그때 학살이 전국으로 번졌다는 걸 몰랐다. 나는 사실 타인에 대해 관심이 많지도 않지만 몸이 불편해진 이후 사회에서 얼마간 비켜난 자리에 있다 보니 무심한 감각들에 익숙해져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지지른다 해도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316쪽_불꽃

개인적으로 <소년이 온다>는 일정 부분 내 경험이나 부모의 고향이 그곳 그 도시였어서 분노가 더 많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부들부들 떨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인선의 이야기에 더욱더 동요되고 말았다.

317쪽_불꽃

인간이 그토록 잔인해지는 이유가 뭔지, 왜 그래야 했는지 물을 수 없다는 게 짜증이 났다. 극심한 두려움에 내몰려 대항 한번 못하는 나약한 이웃들을 임산부 갓난쟁이 할 것 없이 절멸에 가까운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공포를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국가와 학살자들은 피학살자들과 제대로 작별을 했을까? 그러지 않았다면 왜 그러지 않느냐고 우리는 계속 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문득 바닷가에 살며 생선을 먹지 못하게 되는 일은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한다. 그날 그 바다에 던져진 그들의 살을 뜯어 먹었을 그것들을 먹는다는 것이 끔찍하다는 노인의 말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지. 많이 먹먹했다.

10여 년 전쯤, 우연한 기회로 제주에서 3년을 살았었다. 조천에 친구가 있어 자주 갔었다. 그곳에 4·3 기념공원이 있었다. 가보지 않았던지, 갔지만 기억에 담지 않았던지 선명하진 않지만 기억과 전혀 다른 제주가 큰 파도처럼 쓸려와 읽는 내내 힘들었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아프지만 그러해서 많이 공감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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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데일리북] 12월 독서모임 /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지음)
평점10점 | s**********r | 2024-12-31 | 신고
'소년이 온다' 작품과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알게 된 후, 한강 작가의 두 번째 책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독서 모임에서 선정하고 읽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년이 온다' 소설이 빅뱅이 터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다. 그런데, '작별하지 않는다' 를 읽으며 이 또한 다른 전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듯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경하는 한강 작가와 동일시 되는 느낌이었고, 경하의 친구 인선은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로,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산 자들의 대화인지 죽은 자들의 대화인지 그들을 합친 대화인지 알송달송 하였다. 아마도 읽은 이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것 같다.  1948년에 일어났던 제주 4.3 사건은 게엄 사태에서 일반 민간인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탄압하고 무참히 짓밟았던 참혹함이 7년 7개월이나 이어졌으나 희생자의 후손들은 연좌제로 공산당이라는 누명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가슴에 묻고 살았기에 1999년 12월 국회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 될때까지 50여년이 흘렀으니 고증할 자료도 유족도 남지 않은 역사를 먹먹하지만 담대하게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고 그들을 떠나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처럼 책의 제목으로 다가왔다. '작별하지 않는다' 책 처음에 등장하는 경하는 한강 작가 자신을 투영하여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이후의 심정을 글에 담고 있는 듯 하다. 처음 시작부터 한강 작가와 작품 속 인물 경하가 오버랩 되면서 책이 심오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12쪽] 봉분 아래의 뼈들을 휩쓸어가기 위해 밀려들어오던 그 시퍼런 바다가, 학살당한 사람들과 그후의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때 처음 생각했따. 다만 개인적인 예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물에 잠긴 무덤들과 침묵하는 묘비들로 이뤄진 그곳이, 앞으로 남겨질 내 삶을 당겨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바로 지금을.
[23~24쪽] 그리고 처음 그 검은 나무들의 꿈을 꾸고 일어나, 두 눈 위로 차가운 손바닥을 덮고 누워 있던 그 밤이 있다. 깨어난 뒤에도 어디에선가 계속되고 있을 것 같은 꿈들이 가끔 있는데, 그 꿈이 그랬다. 밥을 먹고 차를 끓여 마시고, 버스를 타고,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여행 가방을 꾸리고, 지하철 역사의 끝없는 계단들을 딛고 올라가는 한편에서, 한 번도 가본적 없는 그 벌판에 눈이 내린다. 우듬지가 잘린 검은 나무들 위로 눈부신 육각형의 결정들이 맺혔다 부스러진다. 발등까지 물에 잠긴 내가 놀라 뒤돌아본다. 바다가, 거기 바다가 밀려들어 온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그 광경에 마음이 쓰여 그해 가을 생각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통나무들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수천 그루가 어렵다면 아흔아홉 그루-무한으로 열리는 숫자-를 심고, 뜻이 맞는 사람들 여남은 명과 힘을 합해 그 나무들의 몸에 먹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깊은 방으로 지은 옷을 입히듯 정성스럽게, 영원히 잠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그 모든 일이 끝난 뒤, 바다 대신 흰 천 같은 눈이 하늘에서부터 밀려내려와 그들을 덮어 주길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을 짧은 기록영화로 만들자고,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했떤 친구에게 나는 제안했다. 그녀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함께 실현하기로 약속했지만, 두 사람의 일저잉 꼭 맞는 때가 좀처럼 오지 않은 채 사 년이 흘러갔다. 
책은 총 3부로 되어 있다.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 이다.  1부 새에서는 유서를 남기며 삶을 마감하고자 했던 경하가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앵무새의 생명을 구하고자 도착한 제주 산간 마을인 인선의 집까지 폭설 속에서 역경을 헤치며 갈지 말지의 선택적 갈등과 여정을 너무 생생하게 그려 놓았는데, 내가 알던 눈은 깨끗하고 하얗고 아름답게만 생각되는 눈이였다면, 책에서 알게 된 눈에 대한 생각은 게엄이라는 역사 속에서 만나니 고요함 속에서  무게감이 크고 스산함 속에서 따뜻함과 웅장함이 공존하는 단어로 다가 왔다.  또한, 앵무새는 결국 구하지 못하였지만, 경하는 최선으로 정성을 다하여 새의 제의를 치루며 애도한다. 2부  밤에서는 경하 꿈에서 보았던 내용을 재현하고자 인선과 기획했던, 통나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며, 프로젝트의 이름은 '작별하지 않는다' 였는데, 인선의 가족이 제주 4.3 사건에서 겪은 시련과 고통에서도 가족애와 사랑, 희망 만큼은 잃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 찡한 감동을 준 인물이 인선의 엄마 정심이었다. 동생에게 빨리던 손가락의 감각을 잊지 못하고, 오빠의 생사를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는 마지막까지도 끈을 놓지 않고 찾았던 그 믿음처럼, 무참히 희생 당한 분들에 대한 넋을 위로하고 애도하며 '작별하지 않는' 방법은 그들을 절대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다. 
[251쪽] 당숙네에서 내준 옷으로 갈아입힌 동생이 앓는 소리 없이 숨만 쉬고 있는데, 바로 곁에 누워서 엄마는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대. 피를 많이 흘렸으니까 그걸 마셔야 동생이 살 거란 생각에. 얼마 전 앞니가 빠지고 새 이가 조금 돋은 자리에 꼭 맞게 집게손가락이 들어갔대. 그 속으로 피가 흘러들어가는 게 좋았대. 한순간 동생이 아기처럼 손가락을 빨았는데, 숨을 못 쉴 만큼 행복했대.
[291쪽] 
그 청년이 외삼촌이었을 확률이 0은 아니야. 인선이 속삭여 말했다. 지금 갱도에 있는 유해 삼천 구 중 어떤 것도 외삼촌일 수 있는 것처럼. 동의를 구하는 듯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추측할 수 있어, 그 사람이 외삼촌이었다면 어떻게든 이후에 섬으로 돌아왔을거라고.......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서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그때부터 엄마 안에 분열이 시작된 건지도 몰라. 두 개의 상태에 그날 밤의 오빠가 동시에 있게 된 뒤부터 갱도 속에 쌓인 수천 구의 몸들 중 하나. 동시에, 불 켜진 집들의 대문을 두드리는 청년. 그곳에서 옷을 얻은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사람. 이건 얼른 태워버리십시오. 피투성이 수의를 마당에 남기고 암흑 속으로 달려 사라지는 사람.
3부 불꽃에서 경하와 인선은 통나무 프로젝트가 이루어져 나무들이 심어질 땅에 함께 촛불을 들고 간다. 그리고, 그   눈밭에 함께 나란히 누워 꺽인 마지막 성냥개비의 불꽃이 솟으며 이야기는 끝이 났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 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나는 아픈 역사를 응시하고 마주하여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이같은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문학 작품으로 아픈 역사를 마주할 수 있게 도와 주신 한강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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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주간우수작 깊어지는 고통, 마음에 깊이 박이는 여운 “작별하지 않는다”
평점10점 | a****x | 2024-11-02 | 신고

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제주 4.3을 다루고 있다는 배경지식만 가지고 읽기 시작한 소설. 그러나 소설 초반에는 제주 4.3보다는 막 5.18에 관해 글을 쓰고 이를 책으로 엮어낸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되었고, 이는 곧 한강의 또 다른 작품인 <소년이 온다>를 떠올리게도 하였고 한편으로는 주인공 자체가 한강 작가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죠. 소설의 초반은 주인공의 고통에 초점을 두는듯 했지만, 그 고통은 주인공에게서 주인공 친구에게로 그리고 점차 서서히 제주 4.3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소년이 온다>만큼 역사적 상황에 직접 투영된듯한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 사실을 겪은 사람들의 증언과 고통은 여실히 독자에게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겨울서점에서 김겨울 작가가 이 책에 대해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의 정반합을 이룬 책인 것 같다, 라는 표현을 했었는데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 두 소설에서 진득하게 읽고 느꼈던 부분들이 <작별하지 않는다> 곳곳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죠. 역사적 소재에 대해 전체가 아닌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는 점은 마치 <소년이 온다>, 그리고 마치 꿈인듯 환상인듯 아련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채식주의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의 책 중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가장 처음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 권하였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년이 온다> - <채식주의자> - <작별하지 않는다>의 순서대로 읽어본다면 그 내용이나 표현에 공감하기 더 용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 고통의 수치가 커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설 초반 주인공의 정신적 괴로움도 힘들었지만, 이후 친구의 신체적 괴로움은 정말.. 소설을 읽는 내내 저도 같이 속으로 ‘윽..윽’대며 읽어갔거든요. 하지만 제주 4.3에 대한 증언을 들으면서는 친구의 그 고통조차도 머릿속에서 희미해졌을 정도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괴로움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주 4.3에 대한 영상도 찾아보고 글도 새롭게 찾아보았습니다만, 그동안 저 혼자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제주 4.3은 정말 반의 반도 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에 여러번 가보았음에도 왜 제주 4.3 평화 기념관 한 번 가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마음 아픈 사건을 제대로 마주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너무 무지했고, 알려하지 않았던 제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여운이 깊었던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소설의 초반만 조금 읽고는 그저 짧은 생각으로 ‘재밌어요, 잘 읽혀요’하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책을 다 덮은 지금은 그저 그런 추천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 나의 생각이 너무나도 짧았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진 장면 하나 하나 깊이 남아서 책을 덮은 이후에도 여운이 길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일독을 꼭 한 번 권해드리고픈 그런 소설입니다.

유리문 밖으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육체가 깨어질 듯 연약해 보였다. 생명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그때 실감했다. 저 살과 장기와 뼈와 목숨들이 얼마나 쉽게 부서지고 끊어져버릴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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