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이 통하지 않는 이 시대, 지식과 논리로는 그들을 설득할 수 없다”
탈진실의 시대, 인간의 신념·확신·세계관이 바뀌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는 도발적인 과학서
2030세대 자녀들이 각종 음모론과 가짜 뉴스로 채워진 부모님 유튜브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해 채널을 차단하고 음식, 동물 등 무관한 채널을 구독해 알고리즘을 정화시키는 것인데, ‘키즈 가드’를 빗대 ‘중년 가드’라 불린다. 아무리 명백한 사실과 근거로 반박해도 부모님을 설득할 수 없었기에 찾은 자구책이다.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 개인적 신념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깊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
17개국에 수출된 베스트셀러 『착각의 심리학』으로 전 세계 지식인과 언론의 찬사를 받은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맥레이니는 신간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을 통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비관주의를 뒤흔든다. 그는 음모론자, 정치 극단주의자, 광신도 등 도무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신념이 한순간에 뒤집히는 순간을 포착하고, 심층 인터뷰와 뇌과학, 신경과학, 심리학 등 최신 연구를 망라하여 견고한 믿음에 균열을 내는 가장 효과적인 설득법을 제시한다.
인간의 생각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결정적 원리를 과학적으로 탄탄하게 분석한 이 책은 출간 이후 아마존 경제경영·과학 분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위기에 처한 이 시대를 위한 처방전”(다니엘 핑크), “사람들의 마음이 꽉 닫힌 시대에 그것을 여는 방법을 훌륭하게 분석한 책”(애덤 그랜트)으로 전 세계 지식인들의 격찬을 받고 있다.
“음모론자, 동성애 혐오, 낙태 반대론자는 갑자기 왜 마음을 바꿨나”
인간의 확신이 흔들리는 결정적 순간에서 포착한 과학적 설득법
평소 ‘심리학광’으로, 강연과 칼럼 등을 통해 인간 인식의 오류를 적나라하게 폭로해온 저자는 지금껏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믿던 비관론자였다. 그런데 2010년경부터 미국 내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바뀌는 현상을 목격한다. 1년 만에 미국인 절반 이상이 동성 결혼을 찬성하고, 동성 결혼을 반대하던 조지 부시가 돌연 두 여성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맥레이니는 동성 결혼, 인종 차별, 흡연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가 한순간에 뒤집히는 현상 기저의 인간 심리에 주목하게 된다.
저자는 수년간 믿어온 9·11 테러 음모론을 한순간에 철회한 유명 음모론 유튜버 찰리 비치(Charlie Veitch)를 만난다. 찰리는 신념이 바뀐 순간을 “내 안에서 갑자기 뭔가 ‘펑!’ 하고 터지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묘사했다. 테러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만난 것이 변화의 가장 큰 계기였는데, 그는 어머니조차 FBI에서 섭외한 배우라고 폄훼하는 음모론 커뮤니티 동료들이 “역겨운 짐승”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이라는 강렬한 감정이 견고했던 찰리의 신념을 뒤흔든 것이었다. 마음을 바꾼 이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인간의 확신이 흔들리는 결정적 순간에 이성이 아닌 감정이 작동한다는 것을 포착해낸다. “이성은 감정의 노예다”라는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의 말을 재확인하며,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관념적 설명만 늘어놓기보다 생생한 경험을 파고드는 것이 더 유리한 이유를 밝힌다. 이 책은 왜 똑같은 증거를 마주하고 누군가는 믿음을 철회하고, 누군가는 믿음을 더욱 강화하는지, 광신도가 어떻게 종교 집단을 떠나게 되는지, 생각이 변화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등 인간의 확신을 둘러싼 의문점을 과학적으로 탄탄하게 분석하고 있다.
논박당하면 신체적 위협을 느끼는 뇌, 20분간의 대화로 마음을 바꾸다
딥 캔버싱, 동기 강화 상담, 길거리 인식론… 설득 연구의 최전선에서 밝혀낸 대화의 기술
우리는 흔히 빈틈없는 논리와 객관적인 사실로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성과 논리로 맞설수록 ‘그들’은 확신을 더욱 강화할 뿐, 진정한 설득의 조건은 따로 있었다. 저자는 단 20분간의 대화로 유권자의 마음을 바꾸는 설득 기법 ‘딥 캔버싱’을 취재한다. 미국 내에서 설득의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정치와 공공 담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도구로 평가받고 있는 딥 캔버싱은 《사이언스》에 텔레비전 광고, 홍보물 등 전통적인 투표 독려를 합친 것보다 102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게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맥레이니는 이외에도 설득력 높은 메시지를 분석한 ‘정교화 가능성 모델’, 심리 치료 전문가들이 활용하는 ‘동기 강화 상담’, 의심에 도달하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는 ‘길거리 인식론’ 실험 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 기법을 소개하며 아래와 같이 가장 효과적인 설득법을 제시한다.
첫째, 내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꾸게 해야 한다. 인지신경과학자 세라 김벨(Sarah Gimbel)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반박당할 때 곰을 마주친 것과 같은 신체적 위협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주장에 반박하기보다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게 된 과정을 되돌아보고, 자기 안의 모순을 깨닫게 유도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둘째, 구체적인 경험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라. 낙태 합법화를 반대하던 70대 여성 마사는 딥 캔버싱을 통해 50년 전 친구가 불법 낙태 시술로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을 떠올렸고, 대화 끝에 낙태 합법화 찬성으로 의견을 바꿨다. 강한 감정을 유발하는 실제 경험은 마음을 바꾸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셋째,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라. 브룩먼과 조시 칼라는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화를 제외하자 딥 캔버싱의 효과가 사라졌고, 다시 포함하자 효과가 돌아왔다”고 밝혔다. 스토리텔링의 기반이 되는 경험이 제3자의 것이어도 상관이 없었고, 제3자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도 효과가 있었다.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에서 ‘라포르’가 형성되는 것이 설득의 효과를 높이는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SURFPAD 법칙, 드레스 색깔 논쟁으로 밝혀낸 인간 인식의 맹점
어떤 현상에 대한 해석이 다를 때 논쟁이 시작된다. 그런데 ‘색깔’이라는 객관적인 지표도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건이 있다. 바로 2015년 SNS를 뜨겁게 달군 ‘드레스 색깔 논쟁’이다. 드레스가 ‘흰색-금색’이냐, ‘파란색-검정색’이냐 하는 색깔 논쟁으로 단숨에 화제가 된 이 사건을 과학계에서는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였다고 저자는 밝힌다. 왜일까?
드레스 색깔 논쟁을 2년간 집요하게 연구한 신경과학자 파스칼 월리시(Pascal Wallisch)와 인지과학자 마이클 카를로비치(Michael Karlovich)는 평소에 접하는 조명이 자연광인지, 인공광인지에 따라 전자는 흰색-금색으로, 후자는 파란색-검정색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것이 뇌가 불확실한 정보를 마주하면 사전 경험을 이용해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해야 마땅한 것’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내는 ‘SURFPAD 법칙’(불확실성(Substantial Uncertainty)이 분기된(Ramified) 또는 갈라진(Forked) 사전 확률(Priors)이나 가정(Assumptions)과 만나면 의견 불일치(Disagreement)가 발생한다는 뜻)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드레스 사진에 드러난 조명이 모호했던 탓에 이를 해소하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의견이 나뉘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뇌가 각자 모호함을 해소하는 방식에 따라 도달하는 결론이 다른데, 우리가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떻게 저 드레스를 파란색으로 볼 수 있지?” 놀라워하며 상대방을 이해의 범주에서 제외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대 저들’의 갈등이 시작된다. 따라서 저자는 논쟁을 하면서 상대방의 결론에만 집중하기보다 그들이 결론에 도달한 과정, ‘어떤’ 견해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왜’ 그런 견해를 갖게 되었는지 묻는 것이 바로 진정한 설득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인류는 마음을 변화시키도록 진화했다”
대화와 경청, 분열된 사회를 극복할 유일한 돌파구를 찾다
사람들의 완고한 가치관은 물론 사회적 통념이나 규범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인류는 노예제, 여성 차별, 동성 결혼 등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스스로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유연한 존재라는 사실을 입증해왔다. 어떤 생각은 바꾸는 데 100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어떤 생각은 한순간에 뒤집히기도 한다. 인지심리학자 톰 스태퍼드(Tom Stafford)는 인지 반응 검사를 통해 혼자서 추론할 때 83%가 한 문제 이상 틀렸다면, 3명 이상의 집단에서는 아무도 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인의 사고와 추론에는 한계가 있을지 몰라도 집단은 의견 불일치, 평가, 토론의 과정을 거쳐 결국 진실에 도달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애초에 생각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했다면 우리 사회에 논증과 토론의 개념이 퇴화되었을 거라고 덧붙인다.
각자 자신만의 알고리즘에 빠진 극단의 시대, 우리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 갈등을 극복할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반증하는 것처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곧 깨달을 것이다. 수없이 숲에 던져지던 담배꽁초가 어느 날 대형 산불을 일으키는 촉매가 되는 것처럼 똑같은 종류의 충격이 10억 번 가해지다가 10억 번 바로 다음 회의 충격으로 거대한 변화가 촉발한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그들’과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에서 벗어나 한 번 더 대화하려는 노력, 존중하고 경청하는 태도, ‘왜 그들을 변화시키고 싶은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들이 결국 견고한 벽을 두드리고, 마침내 균열을 낼 것이다. “우리 사회를 마비시키는 광기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책”이라는 뉴욕대학교 교수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진정한 변화를 맞이하기 위한 희망적이고 실천적인 제안으로 가득하다.
탄탄한 설명과 실용적 전략의 조합. 시기적절한 이슈에 대한 설득력 높은 조언이 담겨 있다.
_《커커스 리뷰》
데이비드 맥레이니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훌륭한 교양서.
_《퍼블리셔스 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