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남자#돌싱#치즈홀릭#과체중#중환자실 간호사#병에 걸린 반려견 주인“이런 나도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응원하는 한 편의 시 같은 소설아내와의 이혼 후 반려견(빌런이라는 이름의)과 함께 살아가는 56세의 헹크 판 도른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중환자실의 간호사인 그는 회사 동료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고, 이웃집 주민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색해하는, 소위 말해, 고립된 인간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되돌아서서 자신만의 공상에 갇히는, 그러니까, 외톨이이기도 하다. 그런 헹크에게 삶의 유일한 즐거움이라는 게 있다면 책을 읽고(많이 읽는다), 치즈 가게를 방문해 치즈를 구입하고(많이 사고 많이 먹는다), 빌런과 함께 산책하는 것이다. 그의 하루는 쳇바퀴 돌아가듯 더할나위없이 무료하고 평범하다.그러던 어느 토요일, 헹크는 빌런이 심부전을 앓고 있으며, 오늘내일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사로부터 전해 듣는다. 이로 인해 일상의 평온함에는 금이 가고 헹크의 머리는 복잡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헹크는 열일곱 살을 맞이한 조카의 생일파티에 참석해야만 한다. 아픈 빌런을 집에 홀로 남겨두고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나선 길, 그러나 그 길에서 헹크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사건을 겪게 된다.“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동시에 서로를 발견하고 보듬는 존재.”이 이야기는 헹크라는 한 개인의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너무 이른 아침에 눈을 떠 다시 잘까 고민하는 헹크의 사소한 모습에서부터 갑자기 지난밤 동료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라 그 장면으로 전환하는 등 소설은 오롯이 헹크의 의식을 따라 진행된다. 이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별다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토요일 아침 6시에 깨어나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6시에 다시 깨어나는 동안 일어난 헹크의 하루가 전부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저 그런, 자칫 별 볼일 없어 보일 수 있는 인물의 사소한 일상과 내면을 보여줌으로써 인생의 의미와 삶의 환희를 되새기게 하는 놀라운 힘을 지닌다.소설 속에서 헹크는 빌런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지만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인간과 개의 관계라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스스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이혼한 전부인, 남동생, 직장동료도 서로의 기분이나 생각을 빌런의 생각만큼이나 알 수 없다. 헹크가 좋아한 책을 전부인이 ‘쓰레기’로 평한 순간이 그녀에 대한 사랑이 사라진 마지막 순간이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까? 반대로 헹크도 마찬가지다. 헹크는 병에 걸린 빌런을 누구보다 걱정하지만 정작 그 개의 상태를 알아보고 해결해주는 것은 완전한 이방인이다. 그렇다면 헹크는 자신이 다른 인물들에게 상처받았던 것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인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았을까? 헹크는 전부인이 불륜 현장을 들키고서도 왜 말도 없이 집에 일찍 돌아왔냐고 오히려 불쾌해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여줬다고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 자신의 외도를 눈감아줘야 했을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지 알지 못한다. 이처럼 인간은 영원히 서로를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헹크가 자신의 반려견과 남동생을 걱정하고 돌보는 것처럼, 인간은 심연을 사이에 둔 채로 서로를 돌본다. 이러한 단순한 사실 속에서 아득한 외로움과 삶의 아름다움이 동시에 발현된다. 인간은 끊임없이 ‘감정적 연대를 갈구하는 존재’인 동시에, 스스로조차 당황할 만큼 처음 보는 낯선 여자에게 욕망을 느끼기도 하는 ‘그저 물질’에 불과하기도 하다. 이 소설 《개와 함께한 하루》는 인간이란 이 두 극단 사이에 무한히 펼쳐져 있는 스펙트럼이라는 사실을, 헹크가 보낸 평범한 하루를 통해서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인간이란, 인생이란 의미와 무의미가 공존하는 것임을, 그러한 개개인은 서로 영원히 완벽한 타자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한 사람의 일상을 통해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서로를 보듬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일깨워주고 있다는 것이다.“오늘은 어제와 같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내일은 다를지도 몰라.그러니 살아요. 지금 이 순간을 살아요.”코로나로 인해 지구의 전 인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순간들에 대한 소중함을 모든 걸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이 소설의 주인공 헹크 역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걸 잃게 되는 순간에 직면하고 나서 자신의 삶을 다시 되돌아본다. 불행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인간의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콜라트가 이 책에서 묘사하는 삶은 작고, 평범하고, 사소한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 인생의 위대함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방황과 고통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삶에 대한 열정을 지켜가는 것, 바로 ‘삶의 긍정’이다.”_ 〈옮긴이의 말〉 중에서토요일의 끝자락. 깊은 어둠에 가려진 거실의 안락한 소파에 빌런과 함께 앉아 특별했던 하루를 정리한다. 자신의 몸속에 따스한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이 모든 감정들은 오직 한 가지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건 바로,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힘겨운 시간을 통과해가는 현대인에게 생을 향한 묵직한, 하지만 결코 희망을 놓지 않는 따스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추천사삶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가벼움에 대한 심오하고도 감동적인 소설!- 리브리스 문학상 심사평그 어떤 네덜란드 작가도 산더 콜라트처럼 우리의 삶을 은은하게 조명하고, 찬란하게 빛나게 하고, 또 눈부시도록 반짝이게 만들지 못했다.- De Groene Amsterdammer멋진 문장, 은유와 관찰로 가득한 책이지만, 동시에 무겁지 않고, 평범하며, 차분하고, 잔잔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것들의 위대함! 이 책을 통해 콜라트는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NRC Handelsblad콜라트가 말하는 인간은 주저하고, 끊임없이 절망하면서도, 선한 용기와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존재이다.- Trou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