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물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의 이론’을 가끔 언급한다. 이것은 세상을 이루는 모든 입자를 분류하고 그것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이론을 이야기한다. 입자 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표준 모형’은 이것의 상당 부분을 정립하지만 시공간 그 자체의 구성 요소를 파악하지는 못한다. 즉, 우주 안에 있는 물체들의 이론은 있지만 그것을 우주 자체의 이해와 융합시키지 못한 상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이론이란 세상의 양자역학적인 묘사를 의미한다는 입장이 이 책에 여러 번 강조되어 있고, 그런 과학적 체계의 근본적인 성질을 설명하는 것이 책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염원하는 융합이 이루어지면 과연 진정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까? 박권 교수는 이 책의 시작 부분에서 상당히 어려운 핵심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따라서 당연히 모든 것의 이론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면 물리학자의 ‘모든 것’에 우리 삶의 주요 요소들, 가령 희로애락과 사랑, 인생의 의미 등이 포함되어 있을까 궁금해진다.
생물학자 프랑수아 자코브는 「진화와 땜질」이라는 에세이에서 작은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현대 과학은 큰 질문에 대한 집착을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관심으로 대체하면서 진전했다는 것이다. 그 전략 중 일부가 ‘왜’를 캐묻는 질문을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고, 박 교수는 이 방법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일찍이 밝힌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존재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전개한다.
박 교수는 물질의 물리학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여서 이런 내용을 설명할 만한 지적 배경을 너무나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특히 ‘21세기의 전자 혁명’을 일으킬 만한 ‘위상 물질’ 이론의 전문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는 철학자이자 영화 전문가이고 탁월한 문장력의 소유자다. 더군다나 고등과학원 동료로서 세상의 어떤 주제에 대해서라도 언제든지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사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친절한 대화가다. 어쩌면 그보다도 더 중요하게 박 교수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감수성의 소유자다. 따라서 이 책은 사회와 삶에 대한 열정을 섞음으로써 지성의 세계를 살아나게 하는 멋진 글로 가득하다.
‘왜’보다 ‘어떻게’를 묻는 것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박 교수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떤 독자는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이 책 어디에 나오는가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책 전체에 질문에 대한 답이 교묘하게 녹아들어 가 있다. 책에는 세상의 구성에 대한 과학적 고찰이 기쁨과 고난의 개인적인 경험의 기록과 교묘하게 엮여 있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선택을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하던 중 인생의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박 교수 자신의 답변이 미로 속의 실오라기처럼 책의 모든 문장 사이를 지나간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파악했다.
어떤 분야의 어느 과목을 가르치더라도 학생의 질문에 답을 주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론적인 프레임에 기반을 둔 연역적인 설명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일종의 경험적인 예를 통해서 답을 그야말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큰 질문들은 답의 밑천이 될 만한 (유한한) 이론적 기반을 상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책은 수많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독자에게 존재의 의미를 보여준다.
독자는 현대물리학의 근간, 물질의 구성, 컴퓨터의 실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간 박권의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삶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읽고 생각하고 탐구하면서 우주와 물리와 인생의 모험을 한껏 경험하기를 바란다.
- 김민형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 소장, 『수학이 필요한 순간』 저자)
현대물리학의 새로운 관점인 다체 양자장 이론을 배경으로, 영화, 개인적인 일화, 정보 과학 그리고 철학을 한데 녹여내 다양한 관점을 연결한 역작이다. 교과서에 갇혀 있지 않은, 현대 양자 물리학이 제시하는 생생한 세계관을 저자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이색적인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 김필립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21세기는 바야흐로 양자 문명의 시대다. 이 책은 양자역학에 대한 최고의 설명서다. 저자는 인류 문명의 최고의 전문 지식을 놀랍도록 평이한 언어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은 또한 자아와 존재에 대한 저자의 깊은 사유가 녹아 있는 철학 책이기도 하다. 양자 문명 시대의 필독서로 모든 분에게 추천한다.
- 방윤규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소장)
박권 교수의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단순한 교양 과학 책이 아니다. 양자역학을 중심으로 여러 과학 분야를 두루 섭렵하면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야심작이다. 생각할수록 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양자역학의 의미를 다각도에서 되씹으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어떻게, 왜 존재하는가를 고찰한다. 이 엄청난 탐험은 저자의 진심 어린 자서전적 회고로부터 시작된다. 왜 나의 인생은 이런 모양일까 하고 묻기 시작해서, 자연이 돌아가는 깊은 이치를 탐구하는 물리학에 도달한다. 이 물리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공식을 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듯해도 실험적으로 철저히 검증된 그 미묘한 내용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내 것으로 소화해 낼 것인가. 박권 교수의 능숙한 안내를 받으며 따라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책을 보면서 여러 번 놀라고 감탄했다. 진지한 독자들을 위해 어려운 첨단 물리학의 내용도 차근차근 공식까지 친절히 유도해 가며 설명한다. 그것이 어느 훌륭한 교과서보다도 더 치밀하고 섬세하다. 또 그런 기술적인 내용을 모두 따라가지 않더라도 굵직한 내용은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들은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 이야기까지 동원해서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며, 여러 각도에서 과학 지식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전달해 준다. 과학사와 철학에 대한 저자의 식견도 믿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다.
또 한 가지 기쁜 것은 국내에서 우리말로 쓰인 역작이 탄생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접하는 훌륭한 과학 책들은 지금까지 대부분이 외국 책을 번역한 것이었다. 번역가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뜻이 완벽히 전달되기는 힘들다. 우리 독자들이 처음부터 우리말로 제대로 쓰인 이런 책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 장하석 (케임브리지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석좌교수, 『온도계의 철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