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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1996년 10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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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107쪽 | 297g | 170*221*20mm |
| ISBN13 | 9788901020853 |
| ISBN10 | 8901020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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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것은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만한 노래, '고향의 봄'의 가사 중 일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상하다. 책 제목이『나의 살던 고향은』이 아니라『내가 살던 고향은』이라니. 나도 처음에는 '뭔 이런 책이 다 있어? 제목에 오타가 나다니.'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책은 정말 멋진 책이었다.『내가 살던 고향은』이라는 책 제목에는 많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
‘고향의 봄’은 애국가 다음으로 해외 교포들이 많이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이 가사는 1926년, 이원수 선생님이 15살 무렵에 쓴 시다. 이원수 선생님은 어릴 적 집안 형편이 어려운 탓에 이사를 많이 다니셨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선생님은 아버지와 함께 새로 이사 간 집 근처에 예쁜 꽃이 핀 걸 보셨다. 그런데 1년이 지나 다시 그 꽃들이 피기 전, 이원수 선생님은 아버지를 잃으셨다. 그래서 아버지와 같이 꽃을 봤던 기억을 그리워하며 쓰신 시가 바로 '고향의 봄'이다. 처음엔 ‘어린이’ 라는 잡지에 실렸던 이 시에 백창우 선생님이 곡을 붙이시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동요가 되었다.
'고향의 봄'은 너무 나도 잘 쓴 시다. 그런데 이원수 선생님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이 시를 쓴 것을 후회하셨다고 한다. 나로서는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나는 '고향의 봄'만 한 시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데 이 시를 쓰신 것을 평생 후회하신다고?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원수 선생님의 마음을 평생 찝찝하게 만든 부분은 바로 시의 첫 구절,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었다. 이원수 선생님은 1911년에 태어나셔서 1981년까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시기를 모두 겪으신 분이다. 1911년에 태어나신 이원수 선생님은 학교에서 일본 식 교육을 받으셨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일본 식 문법에 따른 언어 습관을 가지게 되셨다. 사실, 순 우리나라 문법 상 '~의'는 없는 말이라고 한다. 이 표현은 일본 식 표현이다. '고향의 봄' 가사에서도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중 '나의'는 일본 식 문법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나라 사람들은 열심히 '나의 살던 고향은~' 부르면서 아무 이상한 점을 못 느낀다. 나도 마찬가지로 이 노래를 부르며 이게 일본 식 문장 구조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중에 광복이 찾아오고 나서 공부를 하시던 중에야 이원수 선생님은 '나의 살던 고향은'이 일본 식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셨다. 이원수 선생님은 당장 가사를 '내가 살던 고향은' 으로 바꾸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때가 늦어버렸다. 이미 전 국민이,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나의 살던 고향은' 을 입에 붙여 버린 후였다. 이원수 선생님은 돌아가시는 날까지 '내가 살던 고향은으로 바꿔야 하는데....' 후회하셨다고 한다. '고향의 봄' 가사는 사람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가사다. 하지만, 이원수 선생님은 자기 시에 자기가 문제 제기를 하셨다. 일본식 표현을 사용한 잘못된 시라고. 고쳐야 한다고. 나는 이 부분에서 이원수 선생님께 반해 버렸다. 사실, 나는 자존심이 있어서 내가 잘못 한 일이 있어도 핑계만 댄다. 내 잘못을 인정해버리는 순간, 일어난 일의 모든 탓이 나에게 올 것 같고, 내가 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원수 선생님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자신의 실수를 자기가 먼저 알아차리고 고치려고 하시다니 참 대단하다. 심지어 일부러 그런 것 도 아니고 어린 나이에 일본 식으로 교육을 받으셔서 어쩔 수 없었던 일인데 말이다. 나는 끝까지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말해야 이기는 건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이원수 선생님의 행동을 보니 '참 멋지다' '닮고 싶다' 생각이 든다. 나도 앞으로는 이원수 선생님처럼 겸손하게 내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겉만 뻔지르한 사람이 아니라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평소에 줄임 말과 외래어를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 말들은 길게 말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고, 더 귀여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줄여서 엘베, '알겠어'를 오키, 문자를 할 때는 웃는 모습을 대신해 'ㅋㅋ' 또는 'ㅎㅎ' 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새 나에게 이런 말들은 하루에 한 번 이상씩은 꼭 쓰는 일상적인 용어들이 되어버렸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지금까지 학교에서 '고운 우리말을 씁시다', '외래어나 줄임 말을 쓰지 맙시다'에 대해 수도 없이 배워왔다. 그래서, 머리로는 왜 바른 우리말을 써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진짜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은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나에게 '바른 우리말을 씁시다'는 '동생과 싸우지 않아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손을 들고 안전하게 건너요' 같은 말이었다. 실제로 내가 생활에서 잘 실천하지 않는, 국어책에만 나올 것 같은 말 말이다.
그런데,『내가 살던 고향은』책을 읽고 궁금증을 얻어 찾아보다가 글자 하나에도 수십 년 동안 매달리신 이원수 선생님에 대해 알고 나니 우리 말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깨달았다. 이원수 선생님의 몇십 년이라는 길고 길고 또 긴 시간을 허투루 쓴 시간이 아닌 보람찬 시간으로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라도 우리 말을 써야겠다. 또, 이원수 선생님의 그 간절했던 꿈을 이제부터 이뤄 드리고 싶다. 우리가 "내가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로 '고향의 봄' 가사를 바꿔 부른다면 이원수 선생님의 꿈은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이게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이원수 선생님에게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권정생 선생님은 다 못 이룬 이원수 선생님의 꿈을 대신이라도 이뤄 드리기 위해 이 책,『내가 살던 고행은』을 써주셨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에 들어 있는 뜻 깊은 뜻을 전하는 건 나의 몫이다. 나는 앞으로 꼭 세상에게 이 제목의 뜻을 전하고, 같이 이원수 선생님의 꿈을 이뤄 드리자고 말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우리나라 모든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이 책의 제목과 우리가 이뤄 드려야 할 꿈에 대해 설명 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 주변 친구들, 선생님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들려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한테, 또 다른 사람들이 또 또 다른 사람들한테 전하고 전하다 보면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로 가사를 바꿔 부르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이원수 선생님이 자신의 평생 꿈이 이루어진 걸 보시고 세상에서 가장 흐뭇하게 웃으실 날이 꼭 올 것이다. 이런 날이 하루라도 더 빨리 오기 위해, 나는 지금 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모두 이원수 선생님의 꿈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퍼뜨려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나는 이 글이 끝나는 순간부터 우리 모두가 '내가 살던 고향은' 프로젝트 참여자가 된 것으로 알고 있어야겠다. 그럼, 모두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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