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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발행일 | 2010년 02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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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18g | 144*190*20mm |
| ISBN13 | 9788991075597 |
| ISBN10 | 8991075592 |
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잊지마
'그냥산다.'이 말이 얼마나 슬픈 말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살'면서도 그런 삶의 슬픔에 대해서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삶의 목적에 대한 고민같은건 사춘기 때 잠시 하는 유치한 고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이십대의 대학생이다. '그런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라며 애써 외면하려 했던 문제들이 사실은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사실은 모른 채.
너는 나야
대학에 들어간 뒤 나는 여전히 노는 것도, 공부도 잘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꿈마저 희미해져서 대학 일학년이 끝날 때는 죽지못해 사는 인생을 살았다. 그런데도 시간은 잘만 흘러서 겨울방학이 되었고 난 별 생각없이 서점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 때 갱지로 된 표지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먼지의 여행]이라는. 가볍게 읽기에 좋아보여서 펼쳐본 이 책은 처음부터 '괜찮아. 다음길은 다음걸음에 보일거야.'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20대의, 꿈이 없는, 삶의 목적을 모르는 신혜라는 작가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나보다 우월하고 고매한 사상을 가진 우월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난 그런 점에 끌렸다. 나랑 똑같이 삶의 의미를 모르는 이 사람은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았을까. 궁금했다.
난 ,(생략) 내가 자란 환경과 계층 조건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굴러가는 사회의 나사부품 중 하나였다.
나는 숨이 막혔다. 스펙!스펙!스펙!을 외치는 대학생들 사이에 있다보니 나도 그들처럼 내 자신의 가치를 스펙을 통해 높여 가야 하는가보다 하고 살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것조차 꿈을 찾은 뒤 하겠다며 미뤄두고 있었지만. 그렇지만 뭔가 이상했다. 사람이 자원이라니, 사람이 고작 인적자원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람은 어떤 직업을 가지기 위해 태어나는 건 적어도 아니라고 난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작가도 순례자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외면하고 살아왔다.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남들처럼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 졸업후 그녀에게 남은 것은 취직실패와 백수라는 꼬리표였다. 그것이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합리화할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받아들였다. 이것또한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떠났다. 진짜 자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
난 기독교인이길 그만뒀다.
이 부분에서 나는 눈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또한 기독교인이기에. 그렇지만 나는 대학교에 와서 술도 먹었었고 욕도 다시 하게 되었고 기도와 말씀은 생활에 포함시키지 못한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다. 작가도 엄마를 따라서 교회를 다녔을 뿐 신앙심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작가가 흔들리지 않는 진리를 찾기 위해 성경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남을 나처럼 생각하는 마음, 그건 사랑이고 나를 뀌어 넘어 모두를 연결하는 힘이고, 다름 아닌 신이었다.' 그녀의 결론은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교회에서도 하나님은 교회안에만 계신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다. 그리고 그 분은 사랑이시다. 작가가 깨닫게 된 사랑과 진실의 신이라는 것이 예수님과 동일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좋았을텐데, 교회의 겉모습에 실망하여 그 두가지를 같은 것으로 보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신앙이 부족한 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 어떻게 해야하지?"
나에게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이유가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때문이라거나 부모님의 과잉보호 때문이라고 탓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순례자들에게 "나 어떻게 해야하지?"라며 묻는 작가처럼 나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엄마나 친구에게 나의 선택권을 맡겨버리곤 했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 이상 아무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책임지지 않을 거라면 그들에게 선택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방 국립대 신방과에 재학중인 21살의 대학생. 이것이 순수하게 내 선택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나의 미래는 내가 선택해서 만들어 나갈테니까.
나는 기도했다. 나를 낫게 해달라고. 하지만 몸은 계속 아팠다. 그러다 다시 기도했다. 나를 죽이려면 죽이라고.
그렇지만 신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죽음도 각오한 순간, 회복이 찾아왔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느꼈다. 무언가를 하려고 발버둥 치고 없는 것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신은 필요를 채워주신다는 것을. 작가에게 돈이 없을 때에도, 친구가 없을 때에도, 잘 곳이 없을 때에도 신은 아주 적절하게 딱 그만큼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었다. 남들처럼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스펙을 쌓으려 없는 능력까지 짜내며 사는 것보다는 작가같은 방식을 택하고 싶다. 사람의 가치는 그사람의 소유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니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떠난 여행에서 작가는 많은 것을 얻고 돌아온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돈이 없어도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친구들의 마음, 돈이 없어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 자신이 진짜 원하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 나도 아무것도 없이 다른사람이 나를 도울거라는 믿음만 가지고 떠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럴 용기가 없다. 내가 떠나보지 않았지만 나는 꿈이 없고 삶의 이유를 모르는 20대로서, 무엇을 원하면서 살아가야할지를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알기 위해 살아가는 한 걸음 한걸음이 내 삶을 지탱해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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