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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07년 09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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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 쪽수, 무게, 크기 | 87쪽 | 762g | 236*310*15mm |
| ISBN13 | 9788943307035 |
| ISBN10 | 8943307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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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은 살아갈 공간이 필요하다. 식물들처럼 자연 그 자체에 뿌리를 딛고 살아가는 종들도 있고, 동물들처럼 자연을 활용해 살아가는 종들도 있다. 가장 지능이 발달한 동물인 사람들은 자연을 활용하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한다. 즉,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때로는 물리적인 힘을 가해 이용을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특히 건축에 있어서 두드러진다. 도시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보다 편리한 삶을 위해 많은 건축물들을 만들었다. 살아가기 위한 집에서부터, 대중 모임을 위한 곳, 종교의식을 행할 수 있는 곳, 운동경기를 할 수 있는 곳, 공부를 할 수 있는 곳, 도로, 교량 등을.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용의 대상이 된 자연은 훼손 및 파괴라는 처우를 겪었다. 이는 사람들을 위한 결정임에는 분명하지만, 자연을 위한,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결정은 절대 아니다.
백과사전을 보면 건축은 그 목적성에 적합해야 하며, 적절한 재료를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으로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구절이 나와 있다. 왜냐하면 이로써 건축의 본질은 쾌적하고도 안전한 생활의 영위를 위한 기술적인 전개와 함께, 실용적인 대상이 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 역시 ‘사람’을 위한 목적성에만 적합할 뿐, 그 어느 부분에서도 ‘자연’을 위한 합리성 및 안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사람만을 위한 합리와 쾌적, 안전인 셈이다.
사람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왜냐하면 자연은 모든 생물이 발을 딛고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사람들도 그동안 자연에 발을 딛고, 활용하고 이용도 하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따라서 앞으로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생할 수 있는 건축이 필요하다. 자연이 없으면 모든 생물 자체가 생존할 수 없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자연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건축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에 대한 답을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말과 옛 조상들의 생활 모습 속에서 찾고 싶다.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루소는 이성과 도덕이라는 틀 속에서 스스로를 파괴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통해, 내면에 있는 인간으로서의 행복과 가치를 찾으라는 뜻을 전해준다. 즉, 자연으로 돌아가서 자연과 하나 된 삶의 모습을 추구해 나갈수록 행복과 가치를 찾기 쉽다는 의미인 셈이다. 평생을 은둔자의 신세로 살아온 루소도 말년에는 농원으로 이사해 살았고, 숨을 거둔 뒤에는 농원 근처의 평화로운 호숫가에 묻혔다고 하니, 결국 그도 자신의 말을 실천한 셈이다.
두 번째로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을 살펴보자. 우리 조상들은 거의 모든 건축의 재료를 자연에서 얻었다. 즉 흙, 돌, 짚, 나무 등을 건축 재료로 사용했는데, 이것들은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에도 알맞은 것들이다. 따라서 건강에도 무척 좋은 재료들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목재를 얻기 위해 나무를 자르는 등의 훼손을 하기는 했지만, 지어진 후에도, 건축물이 무너진 후에도 자연에게 해가 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한 것이다.
물론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곧 사람이 편하게 살기 위해 자연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자연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논제를 놓고 각각의 입장을 내세운다면, 필자는 후자를, 그들은 반대로 전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층 빌딩이며, 많은 건축물들을 짓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근원적인 면을 먼저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면, 결국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보다 건강하면서도 행복한 방향이 어느 쪽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도시 전체를 초가집이나 황토집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아니지 않은가?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지금처럼 콘크리트로만 지어져 자연을 해치는 회색 건축물들 대신, 자연과 함께 숨 술 쉬 있는, 소통할 수 있는 건축물들을 이루어 나가자는 것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참살이가 관심이라고 한다. 참살이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문화를 통칭하는 말인데, 현대 사회처럼 바쁘기 때문에 ‘행복’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나아가 진정한 행복과 건강을 추구할 수 있게 만들어준 개념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사회적인 경향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서 난 재료로 지은 황토집 등에 관심을 갖고, 아예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제야 자연의 중요성을,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사방이 콘크리트 건축물로 둘러싸인 오피스텔에 살고 있지만, 필자도 어린 시절에는 시골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초가집이었고, 이후 지붕만 슬레이트로 바꾼 그런 집에서 말이다. 그 때는 가끔 천장에서 쥐가 지나가기도 하고, 집 벌레라고 하는 것들이 많이 나와서 싫기만 했는데,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보니 그 때의 삶이 건강에 있어서는 최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 살고 싶은 생각인데, 아쉽게도 그 때 그 집은 우리 가족이 서울로 떠나온 이후 스스로 무너져 버렸다. 어르신들께서 사람의 기운이 없는 집은 쉽게 무너진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정말 그렇게 된 것이다. 이 역시 사람과 자연, 사람과 건축물이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건축은 분명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안에는 육체적인 편리함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행복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자연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자연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아도 스스로 그렇게 존재하거나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도 자연이어야 하고, 건축물도 자연이어야 한다. 즉, 사람과 자연, 사람과 건축, 자연과 건축이 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람, 자연, 건축 모두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에는 역사적으로 계승되어온 바로 이런 삶과 꿈, 자연과 함께 한 우리 건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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