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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발행일 | 2007년 06월 11일 |
|---|---|
|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 쪽수, 무게, 크기 | 271쪽 | 466g | 크기확인중 |
| ISBN13 | 9788901067148 |
| ISBN10 | 8901067145 |
3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 대체 어떤 직업일까. 사쿠라바 가즈키의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책을 펴기 전부터 독자로 하여금 고민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 말 그대로 늪이다. 이 책을 펼치지 않으면 놓아주지 않겠다고, 그저 책 표지만 힐끗 보며 지나치려는 독자를, 책 앞에 똑바로 서게 만든다. 여기까지만 해도 독자는 반은 넘어온 것이다. 궁금함이 넘쳐 기어코 이 책을 펼치고야 마는 독자들은 이미 늦었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늪의 한 중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 무언지 그 답만을 찾으려 할 테지만, 그 답을 찾고 나서도 독자는 여전히 책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이 책에 사로 잡혀 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사쿠라바 가즈키가 말하는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란, ‘살인자’이다. 입에서 ‘아하’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오면서 두 손이 절로 마주쳐진다. 드디어 찾았다. 정답. 이렇게 이 책을 펼쳐 든 독자는 이제 이 책 속을 하염없이 여행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흔히들 제목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렇듯 이 책 제목의 참신함, 독특함, 신선함이 이미 이 책의 반을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 책 각 장의 제목들 또한 제목과 만만찮다. 비슷해 보이는 어구들의 나열로 이루어진 각 장의 제목들은 살인에 이용될 도구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들은 주인공 오니시 아오이의 친구인 시즈카의 대사 부분으로, 나중에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책 본문에서 다시 등장한다. 엉성하고 엉뚱해 보이기만 하는 이 도구들로 어떻게 살인을 저지른다는 말인지, 실패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들 또한 이미 이 책의 매력에 빠져버린 사람들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참 많이 존재한다. 때문에 한번 이 책을 잡은 독자들은 이 책의 끝부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이 책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이렇게 초반에 확실하게 독자를 사로잡아 버린 이 책은 본문에서도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 책의 본문은 주인공인 중학교 2학년 오니시 아오이의 의식을 따라간다.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린 그런 ‘소녀’의 짧은 문장으로 하나씩 서술해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소녀 말투의 특성 때문에 책을 빨리 읽지 못해서 책을 끝까지 읽어내지 못하는 독자도 속력을 붙여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차근차근 독자가 책을 읽어나가게 하면서 서술되는 책의 내용은 짐작 가능 하듯 중학생 소녀에 대한 것이다.
학교 안, 친구들 앞에서는 한없이 장난꾸러기에 분위기 메이커이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되는 소녀. 집에서는 자신의 속마음조차 제대로 한마디 말로 내뱉지 못한다. 그러한 자신에 대한 모순을 인식하면서 소녀는 혼란에 빠진다. 여기서 이러한 소녀의 모습, 심정을 대변해주는 중요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책 속의 이야기인 ‘원시인 이야기’는 아오이와 아오이의 친구이자 또 다른 주인공인 시즈카를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수행한다. 이 이야기를 읽고 둘 다 눈물을 쏟았다는 점에서 둘은 서로를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 책에는 책 속의 이야기가 이야기 전개 및 주인공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이는 ‘원시인 이야기’말고도 한 편이 더 있다. 일명 ‘여우 이야기’는 아오이가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그 비밀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을 때, 착한 경찰 아저씨가 아오이에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라는 뜻으로 해준 이야기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이 두개의 책 속의 이야기가 전체 스토리를 대신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작정 어른의 보호와 사랑을 받고 있을 아이도 아닌, 그래서 더 어찌할 줄 모르는 소녀들과 그러한 소녀들에게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나무라기만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함께 묘사하면서, 어째서 소녀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는 지 그 이유를 마음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소녀들의 살인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 없이 순수하고 행복하게 자라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소녀가 어째서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인지 그 소녀의 내외적 상황을 섬세한 손길로 그렇지만 어렵지는 않게 풀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소녀는 두 번의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것은 소녀에게도 굉장한 마음의 상처가 되며 또한 굉장히 어설프다. 때문에 읽는 내내 끝이 어떻게 날 것인가를 궁금하게 하지만, 끝부분은 내용전개에 비하면 깔끔하지 못하다. 끝부분은 독자에게 맡기면서 열린 맺음을 하려는 작가 나름대로의 의도가 보이긴 하지만, 그 부분에 허술함이 눈에 띈다. 때문에 어떤 독자에게는 끝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이 외에 아오이가 또 다른 주인공인 시즈카의 진짜 비밀을 알게 되는 부분도 어딘지 모르게 급박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느낌과 엉성한 느낌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엉성함을 다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참신하면서도 독특하다. 끝의 허술함을 절대로 용서하지 못하는 독자를 제외하고는, 신선하면서도 독특한 책을 찾는 그러면서 소녀의 이 같은 아픔을 함께 나누고픈 독자에게는 이 책이 절대 실망감을 주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얼핏 보면 만화 같은 이야기다. 분노를 제어하지 못한 사춘기 소녀가 술주정뱅이 새아버지를 간접살해하고, 친구를 죽이려는 사람의 뒤통수를 꽝꽝 언 참치로 가격, 살해하려는 이야기를 전형적인 리얼리즘 소설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아니, 실제로 세계 어딘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해도 그건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건이다. 9시 뉴스에나 나올법하지 않은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믿기 힘든 이야기이고, 무턱대고 믿지 않기엔 또 어느 정도는 그럴듯하다. 여선생을 폭행한 여중생 사건도 있는 마당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잔혹성장기. 이 책의 장르는 그렇게 규정돼 있다. 사실 장르라는 건 세상의 모든 소설책 수만큼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구분하기 쉽게 그냥 SF, 미스터리, 추리, 성장 소설이라고 붙여버리는지도 모른다. 성의 없게 시리.
읽기 쉬운 책이었다. 덕분에 인기를 얻긴 쉽겠지만 일부독자의 도전의식을 깎아먹기도 할 것이다. 너무 쉽다고 생각해서 건성으로 읽게 된달까. 작가가 공들여 쓰면 독자도 공들여 읽을 마음의 준비를 하지만 작가가 시원시원하게 쓰면 독자도 시원시원하게(사실은 성의 없게) 읽게 된다. 나는 독자가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이야기의 결말을 알기 급급해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되는 소설보다는 남은 장수가 점점 줄어드는 걸 안타까워하며 소가 되새김질하듯 야금야금 읽을 수 있는 소설! 그냥 이야기만 읽으면 장땡인 독자라면 차라리 2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영화에는 이야기뿐 아니라 멋진 배우들과 빵빵한 사운드까지 있으니까.
그래도 좋았던 게 더 많았던 소설이다. 36살인 작가는 여중생의 심리와 주변 환경을 실감나게 그리는데 성공했다. 진짜 여중생이 쓴 일기나 자서전 같다. 소녀가 사는 바닷가 마을의 풍경도 구체적으로 잘 묘사했다. 소녀의 거주지를 도시가 아닌 바닷가 마을로 설정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도시가 아닌 외진 마을이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다.
가장 좋았던 건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다. 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경찰관을 만나 우린 살인자니까 잡아 가라고 울먹이는 장면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긴장감 있게 흘러가던 이야기의 끝치곤 약간 허무하긴 하다. 그러나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암시하고 있다.
23살인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십대 소녀 같다고 생각했다. 정신이 그랬다는 얘기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 저건 어떻게 해? 난 모르겠어. 당신이 대신 해주면 되잖아.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누군가에게 맡겨버리고픈 충동을 억누르기가 힘들었다. 어려운 순간에 울음을 터뜨리며 난 몰라, 해버리고 싶었달까. 그런 십대 소녀 같은 행동방식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면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던 내가 이 소녀주인공에게 연민과 공감을 느꼈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옷과 손에 뜨거운 피가 묻어있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20대 이하의 독자에겐 공감과 이해의 감정을, 20대 이상의 독자에겐 연민과 사랑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모두가 한번쯤은 지나치는 10대, 어떤 경우엔 모든 인생을 통틀어도 이토록 버거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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