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만난 하나님』은 아버지를 일찍 여읜 한 소년이 하나님을 ‘아바’라 부르게 되고, 신앙과 사회 참여 사이에서 흔들리던 청년이 신학과 목회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저자는 제도권의 중심에 서지 못한 시간, 작은 가정집 교회를 섬긴 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위기 청소년들과 함께한 시간을 ‘유배’라 부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 유배지는 실패의 자리가 아니다. 하나님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밀려난 자리가 곧 부름받은 자리임을 깨닫는 곳이다. 바르트, 요더, 하우어워스, 니체와 키르케고르도 그저 어려운 신학자와 철학자의 이름으로 남지 않고 저자의 삶과 함께 씨름한 동행자가 된다. 저자는 상처와 허영, 실패와 억울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이것을 영웅담으로 꾸미지 않는다. 사역과 생계 사이에서 지친 사람, 변방으로 밀려났다고 느끼는 사람, 하나님이 내 삶 어디에 계셨는지 다시 묻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유배가 끝나지 않아도 유배지는 소명지가 될 수 있다는 따뜻하고 단단한 증언이다.
- 강영안 (한동대학교 석좌교수)
무의미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 남자가 겨우 붙잡은 널빤지가 너무 미끈거려 올라타기는 고사하고 손으로 붙잡고 버티기도 힘든 난감한 상황. 청년 김기현의 삶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림이다. 그를 거친 바다에 빠뜨린 것은 아버지의 죽음이었고, 가난이었고, 독재 정권의 그림자였다. 하필 손에 붙잡힌 널빤지는 철학이었고, 신학이었다. 고군분투하며 기어이 올라탄 그는 이제 허우적거리고 있는 다른 이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이들은 그와 함께한 가정집 교회 식구들, 강의실에서 만나는 신학생들, 책 읽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그리스도인들, 글쓰기를 통해 성장하기 원하는 목회자들이다. 그 널빤지가 꽤 튼튼한 뗏목의 일부였음을 실감했다는 고백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위기 청소년들에게까지 자리를 내어 주고 있다.
그의 투쟁적인 삶이 맺은 가장 큰 열매는 어엿한 저자로 성장한 자녀들이다. 오랜 유배 생활을 한 다산 정약용도 이루지 못한 꿈, 자녀들을 공적 지식인으로 세상에 내어놓는 일에 그는 성공하고 있다. 그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자, 또 그의 자전적 신학 이야기인 이 책이 더욱 반갑고 기대되는 이유다.
-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담임목사)
목사에게 유배지가 아닌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이 질문이 낯설지 않다. 잘되지 않는 목회를 오래 해보았고,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작아지게 하는지도 조금은 안다. 어렵게 얻은 봄날 같은 자리를 내려놓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보기도 했다. 그러니 김기현 교수의 이 비망록을 남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없었다. 먼저 길을 잃어 본 사람의 눈으로 읽었다. 이 책은 자기 인생을 성공의 문법으로 포장하지 않은, 한 신학자이자 목회자의 정직한 기록이다. 실패한 것은 실패했다고 하고, 어쩔 수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멋지게 정리하고 싶은 것이 신앙인의 마음일 텐데, 이 책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적어도 신앙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일이 아니라, 그 길 한복판에 하나님이 정말 계셨는지를 끝까지 묻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등을 처음에는 외면으로 읽었고, 부재로 읽었고, 침묵으로 읽었다. 얼굴은 끝내 보지 못했다. 그러나 등은 보았다.” 이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나도 하나님의 등을 본 적이 있다. 기도한다고 형편이 금세 나아지지 않았고, 열심히 목회한다고 인생이 순순히 풀리지도 않았다. 그때는 하나님이 왜 나를 이 자리에 두시는지 몰랐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 낮은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픈 사람, 실패한 사람, 교회의 높은 담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이었다.
김기현 교수는 내가 오래 좋아하고 존경해 온 선배다. 가까이에서 보았기에 그의 허물도, 그가 지나온 굴곡도 조금은 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을 더 신뢰하게 된다. 자기확신이 언제 폭력이 되는지 몰랐던 시절도, 목회의 바닥을 경험한 시간도, 관계가 깨지고 다시 용서를 배워야 했던 시간도 숨기지 않는다. 신학자의 언어로 자기 삶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신학 앞에 내놓는다. 적어도 이 책의 문장들은 책상에서만 얻은 문장이 아니다. 익숙한 신앙의 언어 뒤로 정작 하나님 앞에서의 진솔한 고백을 잃어버린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하나님을 잘 믿으면 결국 잘될 것이라 믿었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 앞에서 당황한 이에게도 권한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밀려나고 있다고, 버려지고 있다고 느끼는 이에게도 권한다. 사서 읽으라. 어쩌면 알게 될 것이다. 유배지는 하나님이 없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을 새롭게 알아 가는 자리라는 것을. 그리고 돌아선 줄 알았던 하나님의 등이 실은 우리를 업기 위해 내어 주신 등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 김관성 (울산 낮은담침례교회 담임목사)
『유배지에서 만난 하나님』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하자마자 든 생각. ‘유배지’라니? 저자가 오랜 기간 자신이 속해 있던 비제도권, 가정집 교회, 청소년 인문학 수업, 글쓰기 학교 등을 유배지라 부른다면, 그동안 그는 수준 높은 학생과 안정적인 교인들을 상대하는 제도권 학자와 성공적인 목회자의 삶을 몰래 갈망했단 말인가? 물론 그 역시 인간이기에 그런 마음을 품을 수는 있겠지만 글까지 써서 출판할 대담함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 당혹스럽게도 실제 이 책은 어린 시절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이야기로 문을 열어, 오랜 고생 끝에 마침내 제도권 교수가 된 모습을 보여주며 닫힌다. 그러니 제목을 접하자마자 밀려온 싸한 느낌이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잠깐. 이 책에 일단 눈길이 간 이상, 저자의 자전적 여정 위로 육신의 아버지와 사별하고 참 아버지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더 깊은 이야기가 겹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자. 성경에서도 유배지는 단지 소외되고 추방된 이들이 머무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자기가 만든 우상을 버리면서 하나님 앞에 서게 되고,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듣지 못하던 것을 듣게 되며, 그럼으로써 하나님의 참 자녀로 변모하는 자리다. 목사이자 학자이자 작가인 김기현이 오랜 시간 자신이 몸담아 온 여러 장소를 유배지라 부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만만치 않은 삶 가운데서 저자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교회의 일원이 되어 교회를 뜨겁게 사랑하며, 소외된 이들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사회 문제에 참여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위해 공부라는 방법에 얼마나 집요하게 매달려 왔는지도 보여준다. 그런 만큼 비망록이라는 형식을 갖추었지만 때로는 한 사람의 지적 자서전으로, 때로는 그리스도인의 공부법으로, 때로는 20세기 중후반 이후 한국 개신교 지성사의 한 장면으로 읽힌다. 호텔 뷔페처럼 화려하고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동네 맛집으로 알려진 한식 뷔페에서 차려 준 정갈하고 정성스러운 한 상의 음식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 풍성하면서도 맛깔나게 어우러진다. 워낙 다양한 빛깔을 지닌 책인 만큼 독자마다 이 책을 선택할 이유도, 발견할 이야기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 차이 속에서도 적어도 한 가지는 함께 누리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바로 ‘즐거움’이다. 우리와 다른 듯하면서도 닮은 한 사람의 삶과 지적 여정을 따라가며 책을 읽는 즐거움, 그리고 각자의 유배지에서 하나님을 만나라는 초청을 들음으로써 누리게 되는 즐거움 말이다.
-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