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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6년 05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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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152*225*30mm |
| ISBN13 | 9791173559020 |
| ISBN10 | 1173559027 |
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여행작가를 꿈꾸는 나는 요즘 여행기를 자주 찾아 읽는다.
단순히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도시의 공기와 사람의 온기, 그리고 그곳에 머물렀던 감정까지 함께 기록해내는 여러 작가의 문장을 배우고 싶어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류학용 작가의 『아인슈페너 향을 따라 걷다』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동유럽과 서유럽, 북유럽, 그리고 스페인 등 비교적 폭넓게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는 유럽을 다 섭렵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여행들은 대부분 “많이 보는 여행”이었다. 짧은 일정 안에서 최대한 여러 나라를 찍듯 다녔다. 마치 관광한 나라의 숫자를 늘려 자랑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그 시절의 나는 도시를 충분히 음미할 줄 몰랐다. 낯선 골목의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시거나, 카페 창가에 앉아 그 나라만의 커피 향을 맡아보는 여유도 없었다.
이제 다시 그 도시들을 하나하나 깊게 여행하고 싶지만, 지구위에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나는 여행기를 통해 차분히 유럽을 가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색다른 독서 여행을 하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아인슈페너 향을 따라 걷다』, 이 책은 류학용 작가가 아내, 처형과 형님 그리고 처제 부부와 함께 떠난 여행이라고 한다. 특히 형님의 칠순을 기념하는 14박 16일의 유럽 여행이라 여행중에 느끼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아주 따뜻하였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역사, 문화 그리고 경치에 대한 정보가 나열된 책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제1부 파리와 노르망디 이야기를 읽는 순간, 나는 어느새 그들과 함께하는 여행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류학용 작가의 해박한 역사와 문화 설명이었다. 헝가리에서 7년간 주재원으로 생활하고 유럽 각국의 대기업 주재원으로 HR분야에 일을 하면서 얻은 지식과, 함께한 현지인들과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작가는 단순한 도시의 풍경뿐 아니라 그 안에 쌓인 시간의 흔적까지 자연스럽게 들려주었다. 처형과 처제, 가족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유럽에 대한 각자 인식의 수준의 차이가 있음에도 자상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마치 다양한 수준의 독자들을 대하듯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여행의 기획, 동선, 식당 예약, 렌터카 운전까지 모두 책임지면서도 곳곳의 역사와 문화, 영화 이야기까지 곁들여 설명하는 모습에 나는 함께 여행한 세 자매가 부러워졌다. “내 주변에도 이런 여행 메이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혼자 중얼거리면서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실린 그림지도와 사진들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예전에 아이들과 배낭여행으로 다녀왔던 도시들에 대한 오래된 기억이 솔솔 피어났다. 배낭여행은 힘들었지만, 직접 공부하고 다닌 만큼 그 도시에서의 감정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아이들과의 배낭여행은 맞벌이로 어려움을 겪은 두 딸에게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자부한다. 코로나가 풀리면서 남편과 다녀온 부다페스트 두 달 살기로 다녀온 인근 나라와 도시여행 역시 힘들게 직접 찾아다닌 곳이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반면 패키지로 다닌 여행은 편했지만, 어디를 다녀왔는지만 기억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그곳의 공기나 감정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해외여행의 속도와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가 파리 여행할 때의 이야기를 읽는 순간 아이들을 데리고 유럽 여행을 했을 때 생각이 났다. 그 때 파리 공항 직원들의 파업 소식에 난감했던 순간이 떠올랐다.작가의 이야기 처럼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유럽 특유의 여유와 ‘톨레랑스’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들이 많다. 유럽에서 퇴근 시간을 2분정도 앞두고 가게 문으로 들어가려는 나에게 문 앞에 의자를 놓아 막아서던 점원 생각도 났다. 여행은 결국 다른 문화를 견디고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한 작가의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오빠의 포도 농사를 돕는 나는 보르도의 포이약 마을에 대한 내용에 시선이 머물렀다. 이 마을은 그 유명한 5개 샤또 중 3개를 품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나는 그곳 와이너리에 당장 가보고 싶어졌다. 류학용 작가는 프랑스 빵집의 종류, 유럽 각 도시의 유명 레스토랑과 비스트로라는 이름이 생겨난 문화적 배경, 영화 촬영지에 얽힌 이야기까지 세심하게 풀어냈다. 특히 영화 <비포 선셋>의 배경이 된 서점 앞에서 작가 부부가 찍은 사진을 보며 나 역시 그 거리를 걷고 싶어졌다. 작가의 책에는 많은 눈감추(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추억)들을 기록하였다. 그 많은 눈감추는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눈감추가 되는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니 작가의 여행기록에 쓰이는 지명이나 추억의 단어들이 겹칠 때면 나도 나만의 눈감추가 떠올랐다. 작가가 스와로브스키의 정원에 갔을 때, 북유럽 여행중 보석의 문외한인 나도 여자 동료들의 분위기에 휩싸여 스와로브스키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었다. 여행에서는 평소의 나와 다른 내가 불쑥 튀어나오는 때가 있다 . 그때 나는 천연덕스럽게 목걸이와 팔찌를 주섬주섬 골라서 계산대로 갔다. 남자동료들은 그런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if !supportEmptyParas]-->작가는 이 책은 각 장의 끝부분에서 그 장에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내용의 질문을 던지며 독자가 여행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도록 하는 인상적인 페이지를 삽입하였다.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여행기가 아니라, 잠시 멈춰 기억과 감정을 정리하게 만드는 좋은 기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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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2주가 넘게 렌터카를 이용한 여행 중 고속도로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겪고 해결해 가는 과정까지도 솔직하게 담아 놓았다. 여행은 화려한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때로는 돌발 상황까지 견디며 함께 지나가는 시간이 진짜 여행이 된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아이들과 갔던 베르사유 궁전, 남편과 갔던 쇤브룬 궁전 이야기를 읽으며 그때의 여행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또한 작가가 기록해준 여러 나라의 궁전과 왕가의 역사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갑자기 어린 시절 자금성에 머물렀던 마지막 황제 푸이가 ‘황제’에서 ‘공민’으로 신분이 뒤집히는 시대의 비극이 떠올랐다. 여행은 결국 건물을 보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 있었던 그 시대 사람들의 시간과 만나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아이들과 더 일찍 외국을 가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이론으로 암기하는 세계사보다, 직접 현장을 걸으면서 바라보는 역사는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될것이라는 생각이든다. 그 교훈 또한 선명하게 기억되어 젊은 세대들이 미래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교과서가 아닌 이 책을 읽고 해외여행을 한다면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을텐데......
파리에서 비엔나까지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마무리할 무렵, 작가는 비엔나의 3대 카페 중 하나라는 카페 자허에서
자허 토르테와 아인슈페너, 그리고 비엔나 스타일 아침 식사를 주문하며 칠순인 형님의 건강을 기원하였다. 함께 여행한 가족들과 따뜻하게 보내는 장면을 읽는 순간, 아인슈페너 향이 카페 밖으로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듯했다.
문득 나도 이 여행코스를 따라 다시 유럽 곳곳을 누비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바쁘게 사진만 찍는 여행이 아니라, 도시의 공기와 사람들의 표정, 골목의 햇살과 커피 향까지 천천히 음미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
언젠가 남편과 함께 렌터카를 타고 유럽의 작은 도시들을 다시 여행해 보리라는 소망을 품어본다. 나의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나도 이 책에서 얻은 다양한 내용을 바탕으로 멋진 여행기를 써보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앞으로 긴 삶을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떠나는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여행지의 이면에 숨어있는 역사적 배경을 자세히 알게되고, 삶을 깊게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특히 유럽 여행을 할 계획이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갈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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