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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르

이경성 저 | 서문당 | 2004년 05월 15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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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0쪽 | 340g | 210*297*15mm
ISBN13 9788972431954
ISBN10 897243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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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피에르 보나르의 간지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g**********y | 2011-07-03 | 신고

피에르 보나르의 간지

 

 

내게 그림이라면 혹은 미술이라면 유치원때 다니던 예쁜누나 선생님이 계시던 원창미술관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다. 초등학교 4학년 미술시간에 그릴 게 없어서 그릴 꺼리를 만들기 위해 다녔던 옆 동네 미술학원도 생각난다. 그리 기분좋은 곳은 아니었다. 추웠고, 선생님은 내게 무관심했다. 그렇다 내게 미술이란 그리 좋은게 아니다. 숭고하지도 않고, 가깝지는 더욱 않다. 살아 움직이는 영화는 미술에서부터 시작함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 역시 내겐 헛소리일 뿐 껍데기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좋아하는 미술작가 한명쯤은 있다. 학점 잘준다고 들었던 미학교육은 적어도 내게 좋아하는 미술작가가 누구세요?라고 했을때 한명쯤은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괜찮은 선물을 했다.

 

요즘같이 추운 날은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을 검색하게 한다.

그림을 인터넷을 검색해서 살펴보다니 참 역겨운 짓이다.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에는 따듯한 욕조가 있고, 그 옆엔 요상한 문향의 사기 주전가가 놓여있다. 작은 찻잔에는 따듯한 차가 있으며, 욕조에 누워있는 나체의 여인은 그 누구보다 편안해 보인다. 겁도 없이 열어제낀 커튼 밖으로는 따사로운 풍경아래 사람이 아닌 생물이 제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피에르 보나르라는 간지나는 이름을 가진 이 남자의 인생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내는 그의 인생은 몇줄 되지 않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조금은 그의 인생을 유추할 수 있으리라.
 

 

 역시 예술가답게 파리의 퐁트네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난 퐁네프의 연인들을 상상해낸다. 이런 바보먹을) 아버지가 꽤 잘나가는 분이셔서 그에게 법률가가 되기를 희망하셨다고한다. 세상의 모든 예술가가 그렇듯 그도 꽤나 그 속박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법률학교를 다니는 와중에 틈틈이 미술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동료 미술가들과 친하게 지낸다. 적어도 먹고살 걱정은 없는 양반이었다. 1889년 미술가가 자기 적성이라고 확신한 그는 그때 고갱의 영향을 받은 무시무시한 반인상파 써클인 나비파를 결성한다.
 
 초기에는 파리시민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그리는 작품을 많이 그렸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작품은 40대에 접어들면서 밝은 색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에 있다. 그는 항상 다른 미술가와는 다른 구도로 독특한 시각으로 일상에 접근하곤 했는데, 정물, 사람이 모인 부드러운 실내정경과 멱감는 나체의 여인을 그릴때 그 위력을 발휘했다. 그의 그림은 소박하고 정감이 있어 그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삶의 위로가 필요한 나같은 나약한 중생들에겐 더욱 좋은 휴식처가 되어 주었다.
 
 그는 색채에 굉장한 관심을 가진 미술가여서 60이 넘는 나이까지 선명한 명색의 조화를 위해 많은 공부를 한 예술가였다고 한다. 그의 그림이 언제나 매혹적으로 일상에서 빛날 수 있었던 건, 그림이 일상을 왜곡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빛이 내눈을 통과하여 어떻게 행복하게 피어날지를 더욱 고민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미학수업을 들으며 피에르 보나르를 좋아하게 된 이유에는 어쩌면 그림보다는 그의 삶 이야기, 그의 내적 사연, 그가 대하는 미술에 대한 태도에 있다. 피카소는 그를 낮게 평가했다. 혁명적인 천재 피카소는 그의 그림에 대해 자연으로부터 정보와 조언을 구하는 나약함을 지적했다. 예술을 하는 화가가 자연앞에 권력을 쟁취하지 못하면 그림은 그의 것이 될 수 없다고 피카소는 말한다. 피카소의 쎈 그림을 보면 그가 참 재수없었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도 된다. 하지만 난 어리석게도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난 그의 나약함을 사랑한다. 피에르 보나르는 이렇게 말한다. “천직이란 말이 내게 맞는지 확신이 없다. 나를 이끈 건 예술 자체라기보다 예술가의 인생이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단조로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에게 그림이란 단조로운 일상에서 도망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고, 미술에 대해 야망이란 사치에 불과했다. 그는 예술가라 불리는 삶이 좋았고, 더 이상 화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의미를 붙이는 건 사치였다. 그는 그저 미술자체를 일상에서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와 공격에 대해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난 피에르 보나르의 이런 단순한 삶의 방식이 무척이나 부럽고 안쓰럽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에 뭍어나는 소박함 뒤의 슬픈 기운이 날 자꾸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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