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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러브 온 더 락』 등을 썼다.

작가의 추천

  • 온갖 빛깔로 부푼 꽃다발을 끌어안고 싱그러운 향기를 흠뻑 맡을 때면 생각한다. 시든 꽃은 언제 치워야 하나. 절정의 아름다움 속에서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끝을 예감하며, 다가올 상실을 미리 두려워하곤 한다. 시든 잎을 정리하고 화병을 비우는 시간에도 찬란했던 처음을 기억하기 때문일까. 이 책은 마지막까지 미뤄둔 마지막의 순간들을 끝끝내 불러 세우기로 한다. 졸업과 은퇴, 이사처럼 예견된 작별부터 사랑의 종말과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상실까지, 소피 갈라브뤼는 우리가 외면해온 마지막의 순간들이 사실은 삶을 지속하는 가장 능동적인 마침표라고 말한다. 말라비틀어진 꽃을 처참해하기보다 향기가 남은 자리를 정갈하게 갈무리할 때, 삶의 어떤 국면은 만개한다. 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철학 연습은 미래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꽃을 비운 화병은 이제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우선, 다음 문장을 이어 쓰기 위한 연필을 꽂아 두기로 한다.
  • 이 소설은 외롭고 충만한 두 사람이 외국의 도시에서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보여 준다. 소설 속의 시간으로는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지만 나는 왠지 이들의 일상적이고도 사적인 어느 날을 엿보았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아마 삶이 하루하루의 흔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루하루가 삶의 단서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탐정 드라마가 보여 줄 법한 시시한 반전처럼 예측 가능한 도시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밤의 공원과 맥주, 눅눅한 프렌치프라이, 그리고 친구들과 친구들이 서로에게 영원히 타인일 것이라는 감각. 이것에 대해 이렇게도 말해 볼 수 있겠지. 도시가 우리에게 빈정거릴 때, 우리는 빈둥거리고 싶을 뿐이었잖아. 거듭되는 기대와 실망 속에는 실은 언제나 사랑이 잠복하고 있다. 도시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미래에 대한 사랑. 새로운 집에 정착했지만 더는 기대할 만한 새로움이 없다고 해도, 나는 이들이 매일 아침 페이스트리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상이니까. 한 사람의 일상은 아지트처럼 숨어 지내기 좋은 곳이니까. 그러다가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면 일요일 오후의 극장을 찾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면 실감할 수 있는 현실을 여전히 기대하면서.
  • 서한나의 글에서는 설탕에 절인 열대과일 향, 습기를 머금은 햇빛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의 글을 읽으며 그가 들렀던 여름의 장소들을 따라 거닐 때, 왠지 덜 말라서 눅눅한 옷을 걸쳐 입은 기분이 든다. 물큰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들추며 불어오고, 눈앞에는 반짝이는 바다가 석양을 잘게 부서뜨리고 있을 것 같다. 손바닥에는 끈적이는 땀이 배어 있겠지. 이 손으로는 꽝꽝 언 쭈쭈바를 들고 다닌 적이 있고 가스 닳은 라이터가 따뜻해지도록 쥐어본 적이 있고 사랑하는 이의 손이 흩어지기라도 할까 붙잡았던 적 있다. 왜 한 번도 미지근했던 적은 없을까.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의 온도를 무섭게 높이거나 아주 빼앗아갔다. 미지근하거나 싱거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서한나는, 달아 빠진 것만 좋아하다가 닳아 빠진 사람이 여기 있다고 싱겁게 웃어 보일 것도 같다. 그런 그를 보고 있자면 나는 그만 사랑에 빠질 것 같은데…. 온갖 감각이 뒤범벅되어 아찔하게 현기가 일고 마는 계절처럼, 그는 나의 숨을 틀어막으러 온 게 틀림없다. 그가 열어젖힌 여름의 문 틈새로 마그마 같은 열기가 밀려 들어온다. 때때로 열기는 한기보다 더욱 나를 떨게 한다. 가슴 떨리는 사랑의 속삭임이 은어 떼처럼 귀를 간지럽혀도 내 삶은 드라마틱할 리 없지만…. 서한나와 여름을 배회할 때, 내 머릿속에서는 스프링클러가 돌아간다. 숨소리는 거의 휘파람에 가깝다. 이제 내가 사랑한 여름의 장소마다 그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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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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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특집] 고선경 “사랑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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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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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2.

작품 밑줄긋기

s******2 2026.08.16.
p.39
문고리를 붙잡는 손에 불이 붙은 것 같다. 사내는 펄럭이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k******0 2026.08.16.
p.39
울지 않는 사람이 우는 사람을 해치고 우는 사람이 울지
찡*미 2026.08.14.
내용이 인상적이다
기*미 2026.08.09.
쓰러진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이지아무것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훼손되지 않고 싶다너와 손을 맞잡고 싶지만내 손안의 압정을 함께 견디고 싶지는 않다당신은 마음에서 돌을 꺼내주세요나는 그것으로 별사탕을 만들 줄 압니다내 사랑이 너에게는 초능력처럼 느껴졌으면 해너에게서는 멸종된 과일 향기가 난다네 손의 아이스크림과 내 손의 소다수는 맛이 다르다엄마가 블루베리를 먹는 이유는 블루베리가 눈에 좋기 때문이라는데뻥이고 엄마는 그냥 블루베리를 좋아한다
k******0 2026.08.02.
p.38
그리하여 우리는 포옹도 악수도 없이 헤어졌는데 그것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s******2 2026.08.02.
p.39
여름밤 괴담에서는 목탄 냄새가 난다.
k******0 2026.07.19.
p.37
우리는 서로의 성장을 기대하며 서로의 귀에 씨앗을 심어주었지. 어른이 되면 갚아, 다정하게 속삭였지. 그렇게 무럭무럭 우정을 길러냈잖아. 푸른 식물을 태울 때 공기는 얼마나 오염될까.#리딩런
s******2 2026.07.19.
p.36
이곳은 책으로 지은 정원이야. 물 끓는 소리만 들려줘도 퉁퉁 불어.#리딩런
트*사 2026.07.12.
p.16
칵테일 같은 연애를 하고 싶었어 아찔한 빛깔로 열린 열 매의 내부에서 폭죽이 터지듯이 들숨과 날숨이 환하게 뒤섞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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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님들께서 52건의 코멘트를 남겨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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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맘 2026.07.12. 오후 9: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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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맘 2026.07.12. 오후 8: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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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8 2026.07.12. 오전 2: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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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2026.07.12. 오전 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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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 2026.07.12. 오전 12: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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