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듣는 음악』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마음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이 책은 음악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섬세하게 보여 준다. 음악의 선율이 오래된 기억을 깨우고, 억눌렸던 감정을 쓰다듬고,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눈물로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플라톤은 “음악과 리듬은 영혼의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고 했고, 음악 심상 치료의 창시자 Helen Bonny는 “음악은 우리의 정서를 안전하게 담아 주는 그릇”이라고 했다. 저자의 이야기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음악이 흐르는, 나를 만나는 여행길로 조용히 안내한다.
‘치료적 흥얼거리기’라는 표현이 신선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음에 닿는 선율을 반복해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예술을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 내는 모든 이들의 숨결로 되돌려 놓는 이 책이 참 좋다. 예술치료, 심리치료 연구 결과를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삶의 이야기로 보여 주어서 좋다. 알보그대학교에서의 추억, 딸과의 시간, 벼랑 끝에서 버텼던 순간들, 아주 보통의 행복까지. 음악은 저자의 삶의 단면마다 배경음이 아니라 ‘동행자’로 존재한다. 특히 Ⅲ장과 Ⅳ장에서 만나는 음악들은 위로의 결이 다르다.
영화음악 〈Schindler’s List〉의 메인 테마가 상처를 건드리듯 울리고, 조용한 기악곡 〈Hymn〉이 기도처럼 마음을 감싸 안는다. 화려한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여백과 호흡으로 감정을 정리해 주는 곡들 속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치유란 무언가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품고 살아갈 힘을 기르는 과정임을. 이 책은 독자를 자기 삶의 해석자로 초대한다.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감정을 숫자로 표시해 보고, 색으로 표현해 보고, 선율 · 리듬 · 화음을 따라가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작은 상담실이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예술로 치유하기’를 삶의 태도로 제안한다.
치유는 특별한 날에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출근길 이어폰 속 음악 한 곡, 아무도 없는 방에서의 조용한 춤, 비 오는 날 창가에서의 짧은 메모 속에서도 일어난다고 말한다. 예술은 현실을 지워 주지 않지만, 현실을 견딜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고백은 깊이 공감된다. Bolcom / Graceful Ghost Rag(우아한 유령)를 듣다가 저자는 고민 많은 부모들을 위하여 글을 쓴다. “먼 길을 돌아왔다. 그리고 감사한다.” 『마음으로 듣는 음악』은 음악 해설서가 아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음악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견디고, 다시 살아 내는 과정을 기록한 진솔한 예술적 고백이다. 그리고 그 고백은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혹시 지금 마음 한쪽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면, 부담 없이 이 책을 펼쳐 보기를 권한다. 글과 짝을 이룬 곡들을 들어 보라. 그 순간, 당신 안의 ‘music child’가 깨어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작은 깨어남이 생각보다 오래, 깊게 당신을 살려 낼지도 모른다. 예술은 상처를 지우지 않는다. 그러나 상처를 안고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이 책이 바로 그 힘을 건네는, 다정하고도 깊은 선율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