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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2회 롯데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상 수상,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경험 수집가의 여행』 『비커밍』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면역에 관하여』 『틀리지 않는 법』 『지상 최대의 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등이 있다.

작가의 클래스24

작가의 추천

  • 내게 김영준 편집자는 출판과 독서에 관한 어떤 주제에도 지혜로운 답을 구할 수 있는 백과사전이다. 가장 좋은 것은 그가 통달한 고전 작가들의 것처럼 단정하고 위트 있는 그의 글이다. 책을 읽고 만들고 파는 그 모든 세계의 이야기가 관록 있으면서도 충격적으로 신선한 관점으로 전개된다. 마치 나만 비밀리에 알던 보물함을 공개하는 듯한 심정으로, 나의 독서 친구들에게 동지애로 권한다.
  • 내가 환경 정책을 배우려고 들어간 대학원에서 가장 놀란 점은 그곳 사람들이 자연보다 인공 구조물을 들여다보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점이었다. 댐, 송전탑, 발전소, 하천보… 어쩌면 당연하다. 대형 인공 구조물만큼 환경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또 없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도로다. 도로는 이제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인간을 잇는 도로가 야생동물에게는 단절이다. 도로를 건너지 못해 서식지가 파편화하면 고립되어 죽고, 용감하게 도로를 건너려고 하면 차에 치여 죽는다. 누가 이 문제도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 도로가 어떻게 야생을 찢어놓는지 조사로 확인하고, 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하여 설치하고, 나아가 더 생태적인 도로망의 필요성을 알리려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크로싱》은 그들의 이야기, 즉 도로생태학의 이야기다. 1920년대 한 생물학자 부부가 자동차 여행길에 본 동물 사체의 수와 종류를 세어 학술지에 보고한 것이 소박한 시초였던 도로생태학은 이제 곰을 위한 육교와 거북을 위한 터널을 짓고, 쓸모없는 도로를 해체하여 자연으로 되돌린다. 그 놀라운 사례들을 읽다 보면, 비 오는 밤마다 두꺼비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양동이에 퍼 담아 옮겨주는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그 어떤 최첨단 기술보다도 도로생태학의 핵심에 가까움을 알게 된다. 어쩌다 도로에 나와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흙으로 옮겨준 적 있는 사람, 도로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를 본 적 있는 사람, 인간이 기어이 전 지구를 도로로 덮을 것이라면 생태통로라도 반드시 함께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왜 굳이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강하게 권한다. 저자의 성실한 취재, 뛰어난 글솜씨와 유머, 그리고 훌륭한 번역이 갖춰진 이 책이 후자의 독자마저도 설득하리라는 데 나는 무엇이든 걸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독자가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도로를 운전자의 눈이 아니라 그 앞에서 서성이는 동물의 눈으로 보게 되리라.
  • 내가 기후 모델의 발전 과정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읽을 줄 몰랐고, 나와는 문화도 입장도 전혀 다른 인도 시골 출신 과학자의 인생 곡절에 이렇게 감정 이입할 줄도 몰랐다. 무엇보다 자신이 평생 개발에 헌신해온 기후 모델이 슬프게도 위기를 예측하는 현실 앞에서 이 노학자가 끝끝내 희망을 말할 줄은 정말로 몰랐다.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의 표적이 되어 끔찍한 고초까지 겪었던 그가 그럴진대, 내가 뭐라고 지레 절망하려 했을까? 이론과 데이터로만이 아니라 그것을 헌신적으로 구축해온 한 사람의 삶이 그 인간적 무게로 나를 이해시키고 감화시키는 것, 이것이 좋은 과학 회고록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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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밑줄긋기

R****D 2026.08.31.
p.87
<여성의 《교양》으로서의 피아노>라는 장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스스로도 육체노동을 하지 않았던 신사들 사이에서는 한때 한가롭게 지내는 아내와 딸들을 두는 것이 계급과 위신의 표시였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무언가 쓸모없지만 예쁜 일을 하는 것이 더 숙녀답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18세기와 19세기에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서 젊은 상류층 여성들의 한가로운 시간은 주로 순수 예술과 피상적으로 관련된 각종 사소한 소일거리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런 활동은 《교양》*이라고 불렸다>. 예술과 여성은 둘 다 <쓸모없지만 예쁘>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내가 마음에 걸리는 단어는 <교양>이다. 나는 그것과 무관하게 살고 싶 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추구한다. 다만 피아노는 예외로서, 내가 피아노에서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은 턱없는 소리다. 나는 남에게 연주를 들려줄 수가 없다. 낮은음자리표를 익히는 데 실패했고, 메트로놈 소리를 들으면 마비된다. 악보를 읽는 것만으로도 안간힘을 써야 하며, 동물 흉내 여덟 마디를 치고 나면 무너진다. 하지만 바로 그때, 그 무너짐 속에 음악과 내가 교감하는 순간이 있다. 이것은 연습이다. 그리고 내가 예술에서 원하는 것은 오직 연습뿐이다.* 여기서 <교양>이라고 옮긴 단어는 <accomplishment> 로, 오늘날은 주로 <성취> 혹은 <업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하지만 이 맥락에서는 <(상류 사회의) 사교를 위해 갖추어야 할 재예>라는 뜻이었다. 1부 소비 87무언가 쓸모없지만 예쁜 일예술과 여성은 둘 다 <쓸모없지만 예쁘>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었다.#교양
유**비 2026.07.17.
p.686
세상의 중심으로서의 인간과학 덕분에 인간이 스스로에 대한 지나 친 자만을 고쳐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중요한 과학 혁명들이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지녔던 특성은, 인간이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기존의 신념을 차례차례 부숨 으로써 인간의 교만에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점이다."하지만 결국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말은 옳은 것 같다. 인간은 머릿속에서 모델 즉 가상현실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평범 한 듯 보이지만 대단한 엄지손가락을 지녔고, 덕분에 기술이라는 새 로운 형태의 진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로써 생물학적 진화로부터 시작된 가속적 발전은 끊이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발전 은 온 우주가 우리 인간의 손가락 끝에 놓일 때까지, 언제까지고 계속 될 것이다.
유**비 2026.07.17.
p.665
정부 규제 중 일부는 근본주의적 인본주의의 시각을 취하는 것 같 다. 가령 유럽위원회는 "인간은 인공적으로 변형되지 않은 유전적 패 턴을 물려받을 권리를 지닌다"고 천명했다. 위원회의 발언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제약을 권리처럼 표현한 점이다. 그렇다면 위원회는 자연 질병들을 비자연적 방법으로 치료하지 않는 것도 인간 권리로 천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몇몇 활동가들이 생명공학 처리된 작물을 굶주리는 아프리카 국가에 보내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그들의 존엄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는 듯하다.
유**비 2026.07.17.
p.635
"트랜스휴먼의 시대가 올 것인가? 생 물학적 진화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두 번의 강력한 선례가 있었다. 첫 째는 원핵생물들이 진핵 박테리아로 진화한 것이고, 둘째는 진핵생물 들이 다세포 생명체로 발전한 것이다. 인류 역시 그런 변화를 겪 을지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유**비 2026.07.17.
p.599
로봇공학(강력한 AI) 분야에서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미래의 비 생물학적 지능이자유, 관용, 지식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 인간 적 가치들을 최대한 따르게 하는 것이다.그것을 이루는 최고의 방 법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우리의 사회에서 그 가치들을 극대화하 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인류의 능력은 매우 확장될 것이고, 굉장히 지적인 이 힘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힘 을 만들어낸 자들이 어떤 가치를 따르느냐에 달렸다. 생물학을 재 편하는 시대는 생물학을 초월하는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그때조차 인류의 가치들이 보전되길 바란다. 앞의 전략은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미래의 강력한 AI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유**비 2026.07.17.
p.596
인간은 금붕어에서 진화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금붕어를 적 대하고 깡그리 죽여야 할 이유는 없다. 어쩌면 미래의 인공지능들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인간에게 먹이를 줄지 모른다. 인간보다 10~18배 정도 IQ가 높은 기계가 있다면, 당신은 그 기계의 지배를 받고 싶지 않겠는가? 적어도 경제만큼은 그들에게 맡기고 싶지 않겠는가?-세스 쇼스탁
유**비 2026.07.16.
p.564
나노봇 기술이 의미가 있으려면 지적으로 설계된 기기들이 수조 개 규모로 생산되어야 한다. 그만큼 많이 만들어내려 면 생물계의 방법을 본따 그들에게 자기복제력을 주는 편이 쉬울 것 이다(인간도 하나의 수정란이 수조 개의 세포로 분화한다). 그 경우, 생물학 적 자기복제에 문제가 생기면(가령 암이 생기면) 생물학적 파괴 국면이 야기되듯, 나노봇 자기복제를 통제하는 데 문제가 생기면 생물학적이 든 아니든 지구상 모든 개체들이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이것이 그레이 구goo(마구잡이로 자기복제한 나노기계들이 끈적거리는 덩어리 goo 모양으로 세상을 진어삼키리라는 샹상에서 온 표현) 시나리오다.
유**비 2026.07.16.
p.560
그것은 마치 쟁기를 적극 옹호하는 것과 같다. 누군가는 계속 버릴 것을 주장하겠지 만, 그럼에도 어쨌건 쟁기는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제임스 휴즈, 트랜스휴먼 * 연합의 간사이자 트리니티 칼리지의 사회학자, '인간은 포스트휴먼이 되는 것을 환영해야 하나 저항해야 하나?'라는 주제의 토론 중에*인류가 포스트휴먼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중간단계 격으로, 여전히 각종 제약을 겪지만 기술의 도움을 통해 한계를 한층 확장한 상태를 말한다. 세계트랜스휴먼협회는 인류가인간-트랜스휴먼- 포스트휴먼으로 진화한다고 주장한다.
유**비 2026.07.16.
p.548
캔버스에 아무렇게나 붓을 그으면 그건 그냥 페인트 자국이다. 하 지만 적절한 방식으로 이리저리 조직하면, 그때는 단순한 물질을 초 월해 예술이 된다. 아무렇게나 나열된 음표는 그냥 소리다. '영감 어 린' 방식으로 배열되어야만 음악이다. 아무렇게나 부품을 쌓아올리 면 그냥 물건의 나열이다. 혁신적인 기법으로 조립해야만, 아마도 모 종의 소프트웨어(이 또한 하나의 패턴)를 첨가해야만, 기술이라는 마술(초월)'이 생긴다.
유**비 2026.07.16.
p.533
비생물학적 지능에게도 의식이 있다는 주장에 어떻게 답해 야 좋을까? 현실적으로 볼 때 우리는 그 주장을 승인하게 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들'이란 게 결국 우리 자신일 테니 생물학적 지능과 비 생물학적 지능 사이에 또렷한 구분이 있기 힘들다. 또 비생물학적 개 체들은 너무나 지적이어서 다른 인간들(생물학적 인간이든, 비생물학적 인간이든, 그 중간이든)을 설득해 자기들의 의식의 존재를 인정 받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우리가 인간 의식의 증거라 간주하 는 온갖 정교한 감정적 단서들을 지닐 것이다. 남을 웃기고 울릴 줄 알 것이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통을 터뜨릴 줄 알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이고 심리적인 결론일 뿐, 철학적 논증이라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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