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요 내용]
■ 미적으로 훌륭한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원리
■ 디자이너라면 꼭 알아야 할 10가지 심리학 법칙
■ 심리학 법칙과 UX 휴리스틱 평가의 관계 탐구
■ 피츠의 법칙, 제이콥의 법칙, 힉의 법칙 등 다양한 예측 모델
■ 심리학 법칙을 활용할 때 유념해야 할 디자인 윤리
■ 심리학 법칙을 준수할 디자인 가이드라인 규범 구축
[이 책의 기획 의도]
이 책을 계기로 더 많은 디자이너가 복잡한 심리학 법칙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가길 기대하며 쓴 책이다. 특히 심리학이나 행동과학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는 디자이너들을 염두에 뒀다. 조직 내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지금과 같은 시대에 심리학과 사용자 경험(이하 UX) 디자인의 교집합이라는 주제는 갈수록 더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디자인을 향한 관심이 커지면서 디자이너가 가치와 역량을 키우려면 어떤 기술을 추가로 익혀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코딩이나 글쓰기를 배워야 할까? 아니면 비즈니스에 관한 지식을 쌓아야 할까? 3가지 다 가치가 있긴 하지만, 필수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심리학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은 모든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덕목일 테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주변 세상을 인지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데, 심리학을 공부하면 이러한 청사진을 해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지식을 더욱 직관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제품과 경험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심리학의 주요 법칙을 잘 활용하면 사용자에게 제품이나 경험 디자인에 적응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에게 잘 맞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의 근간이자 이 책의 기반이다.
하지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심리학의 어떤 법칙이 유용할까? 이 중 어떤 법칙이 실무에서 통용될까? 이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법칙이나 이론은 끝도 없이 많지만, 개중에서 특별히 더 유용하고 널리 적용할 수 있을 몇 가지 법칙을 추렸다. 이 책에서는 이런 개념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우리가 매일 인터랙션하는 제품과 경험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보여주는 일부 사례도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의 대상 독자]
디자이너는 물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자, 개발자, 그리고 대중에게 홍보하는 마케터 등 모든 이가 읽어야 할 책이다. 자신의 디자인 기술을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 심리학과 디자인의 교차점에 관해 더 알고 싶은 사람, 대중이 좋은 디자인에 특정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심리학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심리학이 디자인 업무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심리학과 디자인 사이의 공통점을 알고 싶은 디자이너가 이 책의 대상 독자다. 또한 이 책은 좋은 디자인의 비즈니스 가치는 무엇인지, 어떻게 좋은 디자인이 사업과 조직을 변화시키는지 등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1장, 제이콥의 법칙
사용자는 여러 사이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여러분의 사이트도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다른 사이트들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길 원한다.
2장, 피츠의 법칙
대상에 도달하는 시간은 대상까지의 거리와 대상 크기와 함수 관계에 있다.
3장, 힉의 법칙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선택지의 개수와 복잡성과 비례해 늘어난다.
4장, 밀러의 법칙
보통 사람은 작업 기억(working memory)에 7(±2)개의 항목밖에 저장하지 못한다.
5장, 포스텔의 법칙
자신이 행하는 일은 엄격하게, 남의 것을 받아들일 때는 너그럽게.
6장, 피크엔드 법칙
인간은 경험 전체의 평균이나 합계가 아니라, 절정의 순간과 마지막 순간에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경험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7장, 심미적 사용성 효과
사용자는 보기 좋은 디자인을 사용성이 더 뛰어난 디자인으로 인식한다.
8장, 폰 레스토프 효과
비슷한 사물이 여러 개 있으면 그중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한 가지만 기억할 가능성이 크다.
9장, 테슬러의 법칙
복잡성 보존의 법칙이라고도 알려진 테슬러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시스템에는 더 줄일 수 없는 일정 수준의 복잡성이 존재한다.
10장, 도허티 임계
컴퓨터와 사용자가 서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속도(0.4초 이하)로 인터랙션하면 생산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11장,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심리학을 활용하여 더 직관적인 제품과 경험을 만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12장, 디자인, 심리학을 만나다
12장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한 심리학 법칙을 디자이너들이 체화해볼 몇 가지 방안을 다룬다. 또한 팀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고려해 세운 디자인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체화한 심리학 법칙을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지은이의 글]
이 책의 시작은 디자이너로 일한 내 경력을 통틀어 가장 고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사뭇 도전적인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프로젝트였지만, 흥미롭다고 느낄 만한 점도 몇 가지 있었다. 상대적으로 짧은 일정에 다소 익숙지 않은 분야를 다뤄야 하는 일이었지만, 유명 브랜드였고 디자인 결과물이 전 세계 곳곳에 노출될 법한 기회였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온 나로서는 그럴 여지가 많은 프로젝트를 늘 선호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는 한 가지 특이한 면이 있었다. 지지할 데이터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들에게 여러 디자인 결정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용할 만한 정량적 데이터나 정성적 데이터가 있다면 꽤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결정을 정당화하는 프로세스가 조금 달라야 했다. 기존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는 기반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초기 디자인의 정당성을 어떻게 입증할까? 짐작했겠지만, 이윽고 디자인 리뷰 프로세스는 주관적 의견과 개인적 편견에 좌우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디자인의 정당성 입증은 점점 더 멀어져갔다.
그러던 중 해결책이 떠올랐다. 심리학이었다. 인간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심리학이라면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될 터였다. 나는 곧 행동심리학과 인지심리학의 풍요롭고 방대한 세계에 빠져들었고, 내가 내린 디자인 결정을 지지할 실증적 증거를 찾느라 어느새 셀 수 없이 많은 연구 논문을 읽었다. 이렇게 공부한 덕에 디자인을 내가 제안한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마치 나를 더 좋은 디자이너로 변신시켜줄 지식의 보물상자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온라인상에서 좋은 참고자료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어마어마한 양의 학술 논문과 과학 연구, 그리고 인기 언론에 실린 기사 자료까지 찾아봤으나 그중 어떤 것도 디자인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다. 디자이너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만한 자료는 온라인상에서 찾기 어려웠다. 적어도 내가 원하는 형태의 자료는 눈에 띄지는 않았다. 결국 내가 찾던 자료를 내가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Laws of UX’라는 이름의 웹사이트(https://lawsofux.com)다. 이렇게 열정 하나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내가 알아낸 것을 배우고 기록하는 방법이 되었다.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에 관한 정량적 데이터나 정성적 데이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던 것인데, 그 덕분에 심리학과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의 교차점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내 업무에는 매우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이렇게 찾은 데이터는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심리학에 잠시 한눈을 판 이후에는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디자이너에게 특히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심리학 법칙과 개념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Laws of UX’ 웹사이트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옮긴이의 글]
내 스마트폰에는 은행 앱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단연 카카오뱅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앱보다 사용하기 편해서다. 가입부터 이체까지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고 메시지 보내듯 손쉬운 계좌이체가 가능하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슷하게 느끼는 까닭인지,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서비스를 오픈한 이래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가입자 수 100만을 돌파하고 2020년 6월 기준 1,2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는 등 독보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서비스가 나타나고 사라지고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와중에도 성공하는 기업은 있고, 뛰어난 사용자 경험은 성공의 이유(혹은 경쟁력)가 되기도 한다. 카카오뱅크의 사례도 여기에 해당하는데, 카카오뱅크 모바일 서비스 기획을 총괄한 고정희 파트장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 ‘사용자에 대한 집중’이 있었다고 말한다. “같은 은행 서비스이지만, 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지었다는 카카오뱅크의 ‘같지만 다른 은행’이라는 모토에서도 이러한 생각은 잘 드러난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라는 용어는 1993년 애플 근무 당시 도널드 노먼이 만든 용어다. 이후 노먼은 이 책에 첫 번째로 소개된 제이콥의 법칙을 만든 제이콥 닐슨과 함께 닐슨 노먼 그룹을 설립한다. 노먼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인 동시에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명한 인지심리학자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처음부터 사용자, 즉 인간에 주목했고, 지금까지 수많은 분과를 형성하며 성장해온 내내 심리학과 함께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 누구나 잘 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오히려 확실한 근거 없이 두루뭉술하게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은 이제 진부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 책은 바로 그 문제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저자 존 야블론스키도 한때 자칫 그런 일을 할 뻔한 처지에 놓였었다고 한다. 맡은 프로젝트에 관한 디자인 결정을 정당화할 정량적, 정성적 데이터가 미처 마련되기 전 이해관계자들에게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시해야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웹 사이트의 반응 속도가 빠를수록 사용성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빨라야 하는가? 느린 것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가?”라는 질문에 별다른 근거 없이 임의의 값을 제시한다면 반대 의견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블론스키를 구해준 답이 심리학이었다. 그는 심리학 논문을 실증적 증거로 활용한 덕에 이해관계자 설득을 한층 수월하게 마쳤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심리학 자료가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이 그러한 자료를 직접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그렇게 이 책의 원류인 저자의 웹사이트 Laws of UX(https://lawsofux.com)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렇게 갈무리해온 많은 심리학 법칙 중 특히 더 유용하고 널리 적용될 만한 법칙을 10가지 선별해서 담은 것이 이 책이다. 앞서 예로 든 사례에는 10장의 '도허티 임계'가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1장부터 10장까지는 각 장마다 하나의 심리학 법칙을 정의와 기원, 그리고 풍부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그 사이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심리학 개념이나 디자인 기법 중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항목은 별도의 공간을 내어 친절하게 추가 설명을 곁들였다. 각 장의 서두에는 해당 장에서 다룬 심리학 법칙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포스터가 실려 있다. 이 책에 실린 10개의 포스터를 포함해 저자가 정리한 총 20개 심리학 법칙의 포스터도 Laws of UX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심리학 법칙을 상기하고 체화하는 데 도움되길 바라며 저자가 직접 디자인한, 세심한 배려가 담긴 선물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입문서로 기획된 책이고 전체적으로 실용적인 태도와 간명한 어조를 유지하고 있기에, 책 제목에 호기심을 느끼고 집어 들었다면 UX 디자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누구에게나 상식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법칙을 소개한 이후 11장과 12장의 2개 장에 걸쳐 이러한 법칙을 악용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방법, 그리고 이론적 지식에 그치지 않고 체화하여 실무에 즉시 적용할 방법까지 체계적으로 안내하므로 이 책의 혜택을 누구보다 가장 크게 누릴 독자는 UX 디자이너들이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여러 사용자 경험 패턴을 단순히 지식으로서 습득하고 적용할 때보다 기저에 있는 심리학 법칙까지 이해하고 사용한다면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인터페이스로 이어질 것이다. 저자의 노력에 힘입어 인간이 지닌 ‘청사진’을 한층 잘 이해하게 된 이 책의 독자들을 통해 부디 더 많은 인간 중심의 디자인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