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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3년 12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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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262쪽 | 384g | 134*200*20mm |
| ISBN13 | 9791193238172 |
| ISBN10 | 119323817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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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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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내가 생각한 인생이어야 하는가
요즘 자주 했던 생각이다. '내가 생각한' 엄마가 아니고, 아내가 아니고, OO가 아니다, 라는 게. 모든 걸 계획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예상과 어긋나면 여전히 당황하고 어쩔 줄 모른다. 적어도 내 행동 만큼은 '내가 생각한' 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류시화 시인의 책이 말한다. '왜 내가 생각한 인생이어야 하는가'라고.
남편은 왜 내가 생각한 사람이어야 하고, 내 아이는 왜 내가 생각한 아이여야 하며, 부모는 왜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사람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나는 왜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삶을 살아야만 하는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당연하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다.
# 그렇다고 불행한 것도, 축복이 아닌 것도 아니다
이웃 카페 사장님은 아이가 셋이다. 결혼 전 그녀를 알지 못했는데 카톡 프로필 속에서 그녀의 미혼 시절 사진을 우연히 보았다. 연예인처럼 예쁜 얼굴에 긴 머리, 늘씬한 몸매, 어디를 가도 주목받을 법한 모습이다. 그녀 말로는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일을 했다고 했다. 일과 잘 어울리는 세련된 모습이다.
오늘은 둘째 아이가 밤에 갑자기 열이 나서 근처 사시는 친정 어머니가 돌봐주신다고 하며 피곤하고 지친 표정으로 카페 일을 하시며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문득 사진 속 그녀가 떠오르며 그녀는 그렇게 엄마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근처에 친정 어머니가 계셔서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시고 종일 돌봐주시니 카페도 운영할 수 있다고 하신다. 부럽다는 생각과 그런 환경이 축복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불행한 건 아니다. 그녀처럼 아이가 아파도 도와줄 사람이 없고 남편과 내가 오롯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하지만 섬세하고 자상한 엄마는 아니지만 아빠는 계신다. 사람들 앞에서 "밖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는 아주 성격이 못됐어요"라고 말하시며 딸에 대한 섭섭합을 당당히 말씀하시는 아버지시지만 말이다. 모든 게 그렇다. 누군가의 상황이나 환경이 부럽거나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렇지 못한 내 입장이 불행하거나 초라한 건 아니다. 다른 것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 절박하다, 간절하다
사실 요즘 그렇다. 이 단어들을 내가 과연 알고 있던 것일까 싶을 정도로 지금은 이 단어들이 깊이 다가온다. 절박하고 간절하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아이를 지켜야 하고 남편을 지켜야 한다. 내 가족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되었기에 쉽게 아프지도 못한다. 아프다가도 남편이 아파하거나 아이가 콜록거리고 열이 나면 내 아픔은 금세 사라진다.
"돈이든 그 무엇이든, 지금 '절벽 끝'에 몰려 있다고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갑자기 절실하게 만든다. 그 중요한 순간에 생명력이 솟고 우리는 신이 토해 내는 숨결이 된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도망칠 곳은 없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 하늘을 만들고 자신도 몰랐던 날개가 돋는다. 무엇인가 절실하게 갈구한 모든 순간이 날개였다.(류시화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수오서재, 2023, p57)"
# 자신의 세계를 넓혀 준 사람
"우리의 삶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 준 사람을 몇 번이나 만났는가에 따라 방향이 정해진다.(류시화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수오서재, 2023, P44)"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되는 일이 없다고 매일 투덜되던 내 자신을 떠올린다. 나는 오로지 나만 보고 있었다. 내 안에 갇혀 나밖에 보지 못했기에 그렇게 삶에 투정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류시화 씨의 책을 읽으며 마치 그가 나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그냥 가만히 기다려 주는 듯한 위로감을 느낀다. 아무런 조언도 비난도 비판도 없이 말이다. 그냥 가만히 기다려준다. 나는 나의 아이에게 하지 못했던, 나의 남편에게 해주지 못했던,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해주지 못했던 인내와 믿음의 모습이다.
핸드폰 자판을 천지인에서 쿼티로 바꾼지 한참 되었는데도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오타를 남발한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하다. 신경이 날카로울 때는 어이없는 오타에 화도 났는데 이젠 '익숙해지지 않음'을 인정하려 한다.
아무리 연습해도 완벽해질 수는 없다. 아니, 완벽할 필요도 없다. 오타가 있어도 내 글이 왜곡되진 않는다. 왜곡되었다고 한다면 오타 한 두 개 탓은 아닐 것이다. 삶도 그렇다. 머리로만 아는 게 아닌 나의 삶이 이런 말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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