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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6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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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6쪽 | 534g | 148*208*20mm |
ISBN13 | 9788936479381 |
ISBN10 | 8936479385 |
2024년 02월 27일 ~ 2024년 05월 10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18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2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워낙 유명하고 많이 팔린 시리즈였다 보니 한국인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시리즈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전권을 다 읽어본 분은 얼마나 될까? 30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작년에 출간된 서울 편 4편까지 국내 답사기 세트만 해도 전권 12권에 달하는 분량에 이르다 보니 막상 접근하고자 하면 그 분량에 막막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보인다. 이 책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렇게 방대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한국 편 중에서 저자가 선별하고 선별하여 엄선한 답사지 14곳을 추려서 재구성한 책이다. 덕분에 그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해왔음에도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지게 되었고 나도 이 기회에 이 책을 사서 읽어보게 되었다.
90년대 당시 첫 1권(남도 편)이 출간되었을 때 소위 답사 열풍이란 것이 불 정도로 상당히 많은 분들이 책에 소개된 문화유산을 방문해 주셔서 상당히 붐볐다고 하는데, 왜 그러한 열풍이 불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는 그 특유의 맛깔나는 묘사로 인해 지금 당장 바로 해당 문화유산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문화유산에 녹아있는 우리 선조들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철학 등에 대해서 엿볼 수 있도록 해당 문화유산/건축물들의 건축에 얽힌 각종 이야기나 배경지식들을 짚어 주시는 부분들이 여러 가지로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담양 소쇄원과 원림에서 언급한 정원과 원림의 차이를 짚어주는 내용이 인상 깊었는데, 일정한 건축 공간 내에 인공적으로 자연을 조성하는 정원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미 존재하는 자연 공간 그 자체를 조경 삼아 적절한 위치에 집과 정자 등을 배치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우리 조상들의 자연을 생각하는 마인드야말로 지구 온난화 등 각종 기후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너무나 유명해서 이미 한 번쯤 가보았을 법한 공간에 대해서도 우리가 모르고 넘어갔을 디테일들을 꼽아주어서 이러한 부분들을 다시 확인하러 가고 싶게끔 만든 내용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불국사가 있었는데, 대웅전 돌계단 소맷돌의 곡선의 미학이나, 연화교 연꽃무늬 새김 등의 아름다움은 그 특유의 선 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냈다. 그리고 정말로 놀라운 디테일은 바로 그랭이법 석축이었는데, 이는 자연 돌의 형상에 맞춰 인공의 건축을 깎아 올린 것이다. 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방법인데, 자연 그대로를 해치지 않으면서 그 위에 사람의 노력을 쌓아 올린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원림의 개념과 일치하는 부분은 우리 땅에 살았던 선조들의 자연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변치 않고 쭉 이어져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건축물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연 그 자체에 대한 소개도 빼놓지 않는다. 바로 한라산 영실인데, 이곳을 안본 사람은 제주도를 안 본 거나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할 정도로 이곳에 대한 애착을 늘어놓고 어떻게든 독자들이 이곳을 경험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방문할 때의 팁이나 주의사항 등을 상세히 적어놓기도 빼놓지 않는다. 영실 편에서의 철쭉이냐 진달래냐에 대한 논쟁에서 시작된 전국 각지의 어머니들과의 대담 모음은, 영실 산책로에 있기만 해도 전국의 관광객을 다 끌어들이는 그 자연 경관으로서의 영실의 매력을 미루어 짐작 가능하게 만들기도 했고, 경상도인지, 전라도인지, 서울인지, 강원도인지, 충청도인지 등 출신 지역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점은 각 지역주민들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나게 만들어 주는 점에서 참으로 재밌었던 포인트였다.
전국 방방곡곡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다가 책의 마지막 두 파트는 서울에 있는 대표적 문화유산인 종묘와 창덕궁을 소개하며 마친다. 종묘에 대한 국내뿐 아닌 세계적인 해외 건축가들의 예찬은 건축과 그로 인해 형성된 공간이 주는 힘이란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나마 체험하게 해 주었고, 창덕궁의 건립 배경이 된 조선 왕조의 이야기는 왜 이곳이 경복궁에 비해서 무언가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느끼게 해주는지를 느끼게 해 주었던 것 같았다. 이러한 매력적인 문화유산을 지척에 두고도 아직까지 제대로 답사를 가지 않았는가 하는 나의 게으름을 탓하기도 하며 이번 책에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대로 한번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책의 마무리 부분에서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그러고 보면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아름다움은 궁궐 건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백제의 미학이자 조선왕조의 미학이며 한국인의 미학이다. 조선시대 선비 문화를 상징하는 사랑방 가구를 설명하는데 검이불루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없고, 규방문화를 상징하는 여인네의 장신구를 설명하는 데 화이불치보다 더 좋은 표현이 없다. 모름지기 우리의 DNA 속에 들어있는 이 아름다움은 오늘날에도 계속 계승하고 발전시켜 일상에서 간직해야 할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미학이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이 말. 저자의 말처럼 이 여덟 글자야말로 우리네 문화유산에 녹아있는 아름다움을 무엇보다 잘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매력을 더욱더 잘 알고 "아는 만큼 보이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었던 책인 것 같고, 기회가 된다면 국내 편 12권과 중국, 일본 편에 이르는 모든 책들도 다 읽어보고 거기에 나오는 문화유산의 매력을 직접 다시 보며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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