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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11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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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235쪽 | 540g | 170*230*20mm |
| ISBN13 | 9788970595962 |
| ISBN10 | 8970595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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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는 다양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의 기초는 전체적으로 서구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각국의 전통 문화나 고유 문화가 녹아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그 문화의 기저에는 서구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봐도 이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먹고 있는 음식, 살고 있는 건축물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그림, 음악, 춤 등 어느 것 하나 우리 문화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세계화, 글로벌화의 기치 아래 전세계는 미국과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 문화로 점점 수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한옥은 이제는 문화재처럼 특정 지역을 가야만 볼 수 있는 건축물이 되었다. 최근 한옥을 보존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화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나마 절은 깊은 산 속에서 있는 까닭에 예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양산 통도사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4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인 통도사는 부처님 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에 불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절로 입에서 감탄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라고 하는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통도사 경내로 들어서면서 바로 그런 경험을 했다. 나도 모르게 아름답다, 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마치 그림을 보는 것만 같았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건축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면서 여태까지 몰랐던 우리 옛절의 매력 속으로 빠져 들었다. 원래 이 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김봉렬 교수의 글과 불교 사진의 대가 관조 스님이 촬영한 사진을 담아서 2002년에 출간하였던 우리 옛절 답사기다. 범어사에서 수행하다 2006년 입적한 관조 스님이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아서 아쉽다. 스님은 가셨지만, 그 분이 남기신 사진은 우리에게 옛절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다.
책은 총6개 파트로 되어 있다. 지은이는 범어사, 화엄사, 유가사, 해인사, 부석사, 낙산사, 선운사, 고운사, 화엄사, 금산사, 은해사, 수덕사, 법흥사, 통도사, 봉정사 등 우리 옛절에서 자연과의 조화, 화합의 정신, 성스러움, 절제의 미학, 그리고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읽어 내려가고 있다. 관조 스님의 사진과 김봉렬 교수의 글을 읽고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우리 옛절은 자연에 변형을 가하지 않고 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 들어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휘어진 나무를 휘어진 대로 사용한 청룡사, 전혀 다듬지 않고 생긴 그대로의 모과나무 기둥을 사용한 구층암, 마당 사이에 소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이 두 마당이 마치 분리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며 각 마당에 독립성을 부여한 영산암, 천 년의 세월 동안 건축이 이루어지면서 새 것이 옛 것을 가리지 않도록 조금씩 키를 낮추는 세심한 배려를 한 통도사 중로전 등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옛절의 건축적 아름다움이나 역사 뿐만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생활의 지혜와 정신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런 우리 옛절의 아름다움을 훼손하는 절의 변형과 파손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자연을 훼손하거나,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크고 넓게만 확장하고 있는 현대의 불사는 부끄럽기만 할 뿐이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행동이지 않을 수 없다.
책의 말미에는 사찰 건축을 이해하는 기초적인 지식과 조선시대 불교 건축의 구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절과 관련한 용어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이 책의 앞에 배치되었더라면 책을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절에 관한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이 부분을 먼저 읽고 책 본문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제까지 유명 관광지의 유적이나 유물처럼 우리 옛절을 둘러보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우리 옛절이 가진 매력에 푸욱 빠지게 만들었다. 왜 가보고 싶은 곳이고 머물고 싶은 곳인지는 책장을 넘기는 순간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한다.
“선사가 손을 들어 달을 가리킬 때, 미망에 사로잡힌 제자들은 달을 보지 못하고 선사의 손가락만 본다고 했다. 봉정사에서는 극락적이라는 건물에만 집착하는 미망을 거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흡사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쳐다보며 손가락이 길네 짧으네, 소득 없이 번잡을 떠는 것과 같다. 그러나 영산암 마당의 한 그루 소나무 그림자를 보는 것은 달의 실체에 다가가는 일이다(책185쪽 참조).” 라는 글귀가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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