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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일 | 2011년 03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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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무게, 크기 | 110g |
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스티브 바라캇, 그의 신곡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왔던가.
2006년 보컬 앨범을 발매한 뒤로 거의 5년 가까이 앨범 발매가 없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나온 그의 앨범은 익숙한 듯 낯설게 다가왔다.
가장 큰 변화라면 음악이 놀랄만큼 간결해졌다는 것이다. 그간 그의 베스트 트랙으로 늘 손꼽히던 음악들은 스트링과 퍼커션, 색소폰이 피아노 연주에 덧입혀진 풍성하고 힘이 넘치는 사운드가 특징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곡들을 모조리 피아노 솔로로 연주해주신 신선한 충격의 화이트데이 콘서트 이후에 구입한 음반은... 놀라울 정도로 피아노 이외의 악기 사용이 적었다. 이 분의 곡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피아노 솔로곡도 여럿 눈에 띈다. 그만큼 곡은 간결해지고 투명해졌으며 시적인 서정성이 강하게 드러났다.
제목 그대로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유롭게 세상을 관망하는 듯한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 앨범 전체에 흐르는 공통적인 정서다. 그 안에서 따뜻함을, 즐거움을, 쓸쓸함을, 신비로움을 그의 눈에 비친 모습 그대로 담아낸다. 그래서 음악들은 전체적으로 익숙한듯 낯선 느낌을 선사한다.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도 그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낯선 느낌이 드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가보지 못한 먼 타국의 신비로운 향기를 담아냈기 때문이리라. 내가 멜로디의 마술사라 부른 게 이 탓이다. 듣기에 편안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익숙하게 느끼면서도 신비롭게, 자신의 눈으로 보는 그대로를 멜로디에 담아낸다. 그것을 듣는 이에게 가장 알아듣기 쉬운 형태로 전달한다.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 강렬함은 부족해도 천천히, 가슴 깊이 스며든다.
그의 이번 신곡을 떠올리면 일단 미소부터 함께 따라온다. CD의 트랙들이 메들리처럼 머릿속을 스쳐갈 때,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마음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때로는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그러다가 문득, 가슴 한곳을 저미듯이 파고드는 멜로디 한 자락에 눈물이 솟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곡은 He is from Seoul, She is from Pyongyang이다. 딱 제목만 봐도 한국을 타겟으로 한 곡이다. 서울에서 온 남자, 평양에서 온 여자. 어쩐지 신파극이나 막장드라마의 소재로 어울릴 법한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 등으로 생각하게 될 여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어떤 느낌인지 더욱 궁금했다. 분단의 서글픔? 함께할 수 없는 안타까움? 그래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뭐 기타 등등.
그런데... 이 곡은 놀랄만큼 순수하고 예뻤다. 이 남자가 어디에서 왔는지, 이 여자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어쩌다보니 서울에서 온 남자가 평양에서 온 여자를 만났을 뿐이다. 남북을 가르는 경계선과 그보다 더 먼 이데올로기의 거리를 넘어서서 그저 한 소년과 한 소녀의 만남. 그 모습은 세상 그 어디라도, 세상 그 누구라도 다르지 않다고 그의 곡이 이야기했다. 그렇게 행복한 감성이 흘러넘친다. 설레임, 호감, 순수한 끌림. 실제로 그가 어떤 기분으로 이런 곡을 작곡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그의 멜로디와 그의 피아노는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 외에도 그의 고향인 퀘벡을 비롯해 뉴욕, 레바논, 교토 등 세계 곳곳의 모습을 담아낸 이 앨범을 찬찬히 듣고 있자면 문득 세계일주를 떠나고 싶어진다. 간결한 필선만으로 이루어진 따뜻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도 매력적이다. 가끔은 화려한 사진과 그림보다 연필선 몇 개가 더 감동을 줄 수도 있나보다.
마지막 트랙으로 삽입된 곡은 유니세프를 위한 곡이었는데, 이 곡은 정말 듣다가 눈물이 솟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가슴 깊은 어느 곳을 따갑게 자극하는 곡이다. 그냥 듣다보면 심장 한 쪽이 묵직해지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앞이 흐려진다. 특히나 감성이 폭발하는 밤에 들으면 효과가 100배다. 몇 번이나 들었지만 아직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전과는 다르게 피아노의 비중을 크게 하여 서정성을 강하게 드러낸 이번 앨범을 듣고 있자니 벌써 다음 음반이 기다려진다. 다음에는 또 어떤 다른 모습으로 날 놀라게 해주실 것인지.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시기에, 언제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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