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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사의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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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사의 멸종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한승태 | 시대의창 | 2024년 06월 17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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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148*210*30mm
ISBN13 9788959408450
ISBN10 89594084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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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사라질 직업에 관한 세밀화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신간. 기술 발달로 없어질 확률이 높은 직업과 작업장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았다. 그 대상은 직업 소개소, 콜센터,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빌딩 청소다. 힘들고 괴로운 노동 현장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건, 한승태 저자의 필력 덕분이다.
2024.06.25. 사회 정치 PD 손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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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창원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꽃게잡이 배, 주유소, 양돈장 등에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선배 작가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서울의 주인들이 그럴듯한 일자리를 맡겨주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들의 기록자로 임명했다. 요즘은 저자 소개란이 두툼해질 수 있게 좀 열심히 살 걸 하는 후회를 곱씹으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국을 떠돌며 농업, 어업, 축산... 창원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꽃게잡이 배, 주유소, 양돈장 등에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선배 작가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서울의 주인들이 그럴듯한 일자리를 맡겨주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들의 기록자로 임명했다. 요즘은 저자 소개란이 두툼해질 수 있게 좀 열심히 살 걸 하는 후회를 곱씹으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국을 떠돌며 농업, 어업, 축산업, 제조업, 서비스업계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틈틈이 기록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저질 유머로 가득한 치기 어린 책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인간의 조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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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은 그의 문체와 유머 감각이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일상적인 직업들을 세심하게 묘사하며, 그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고충과 의미를 탐구한다. 다양한 직업을 통해 노동의 현장과 의미를 깊이 있게 전달하며,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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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기록의 위대함
평점10점 | h*****n | 2024-11-20 | 신고
작가의 첫 책인 '인간의 조건'을 읽고 한동안 충격이 상당했다. 책에서 표현한 현장의 생생한 고통도 그랬지만, 같은 대한민국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모르던 사회의 민낯을 마주한 느낌이라 부끄럽고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읽고 나서 동네방네 책을 권했는데, 대부분 비슷한 반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 '고기로 태어나서'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읽었다가, 세 번째 책이 나왔다고 해서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고는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다시 책을 구매했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하루 이틀, 일을 '경험'해보고 찍는 유튜브나 르포 기사들의 얄팍한 깊이에 비하면 이 책은 작가가 삶을 갈아넣어서 써낸, 그야말로 기록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내용은 불편했지만 문장 덕분에 한참을 웃었다. 최근 본 그 어떤 재미있는 영상들보다도 진심으로 재미있었다. 분명 첫 작 '인간의 조건(지금은 '퀴닝'으로 개정판이 나온 것 같아서 그것도 다시 샀다)'에서는 이런 블랙유머가 별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새 작가에게 어떤 여유와 재치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장으로 이렇게 사람을 울리고 웃길 수 있다니 그 재능이 정말 부러울 정도였다. 직업 선정의 기준도 흥미로웠다. AI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체될 확률이 높은 직업을 골랐는데, 콜센터 상담원, 물류센터 상하차, 부페 조리 직원, 건물 청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자신의 자전기와 상상을 섞어서 자조적으로 글쓰는 일의 미래에 대해 적었다. 네 가지 일 모두 '퀴닝'이나 '고기로 태어나서'와 비교하면 도시에서 쉽게 접하고 볼 수 있는 일이라 현장의 모습을 떠올리기 쉬웠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잘 알 수 없는 일의 뒷무대를 아주 세심하고 꼼꼼하게 묘사하는 데는 작가의 탁월한 관찰력과 메모가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글을 읽으면서 나도 내가 일했던 곳과 일에 대해 적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토록 사람들과 풍경에 대해 마치 흡수하듯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작가의 천부적인 재능이자 사회에서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그에 비해  책에 묘사된 대로 추측해보자면, 작가는 글쓰는 일에 비해 몸쓰는 일에서는 보통 사람들보다 좀 재능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었다. 나도 비슷해서 이 부분은 마음이 아팠다) 콜센터 직원의 경험기는 음성이 아닌 문장만 보고서도 그저 놀라웠다. 픽션이 아니라는 것도... 그 탓에 책을 읽고 난 후 고객센터에 전화할 일이 생기자 이 책의 일화가 떠올라서 한층 더 조심하게 되었다. 택배 상하차 이야기는 종종 주변에서 경험담을 들었지만 이토록 자세하게 알게 된 건 처음이었다. 일이 힘들다기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정말 잘 관찰한 듯 싶어 놀라웠는데, 마지막 대학생을 향한 일침이 재미있었다.  부페 요리 이야기는 비단 그 직장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요식업계라면 어디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라 현장감도 있었다. 여기서도 일 자체보다 힘든 건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고... 마지막 청소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미화 여사님들 몇 분께 인사만 드렸지 그 분들의 일상을 알지는 못했는데, 나름의 고충을 가까이에서 보고 듣게 된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진짜로 의미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아무도 읽지 않을 보고서를 쓰기 위해 키보드를 두들기는 일과, 눈에 보이는 더러움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일의 보람은, 급여를 떠나서 일을 하는 의미가 무언지 생각해볼 계기가 아닐까 싶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생명력있고, 디테일이 살아있으며 그 사이 유머감각이 엄청나게 발전해서 재미도 상당한 책이었다. 한편으로는 첫 책에서는 주로 사업주의 갑질이나 사회구조에 대한 고발이 담겨 '분노'가 거세게 느껴졌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노동의 현장과 의미를 기록하겠다는 사명감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글의 의미, 기록하는 일의 사회적 의의란 이런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1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18 댓글 11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사라지는 직업에 대한 비망록, '어떤 동사의 멸종'
평점10점 | w********t | 2024-08-13 | 신고
"나는 사라져가는 직업들의 비망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p. 10)

당신의 직업은 시대의 변화 앞에 안전한가.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혁신되면 어떤 직업들은 사라진다.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산력을 높였지만, 방직 기계는 수많은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버스안내원, 우산수리공 등도 없어진 직업 중 하나이다. 어떤 직업은 대체된다. 마차 운전수는 장기적으로 택시 기사로 전환되었다. 앞으로 도래할 AI 시대는 더 급격한 변화를 예고한다. '어떤 동사의 멸종'은 일종의 직업 체험기이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동사(動詞)'는 직업이다. '체험기'라는 표현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미리 설명하자면, 저자인 한승태는 단순히 개인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나 집필을 위힌 인사이트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직업들의 비망록을 남"기겠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이 직업들에 '접근'했다. 한승태의 체험은 진지하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떤 직업들을 골랐을까. 저자는 2010년대 중반에 발표된 각종 직업의 자동화 가능성을 예측한 연구를 토대로 콜센터 상담(전화하다), 택배 상하차(운반하다), 뷔페식당 주방(요리하다), 빌딩 청소(청소하다)를 선택했다. 모두 직업 대체 확률이 0.96~1이다. 1에 수렴할수록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니, 사실상 곧 없어질 직업들이라 할 수 있다.

"콜센터 상담사가 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쉽게 노비가 되는 법이다."(p. 70)

'어떤 동사의 멸종'의 미덕은 역시 생동감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며 겪은 노동의 실상을 '삶의 체험 현장' 그 이상의 밀도로 펼쳐보여준다. "노동의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고통과 욕망을, 그것들의 색깔, 냄새, 맛까지 전부 기록하고 싶"다는 담대한 포부를 실현한다. '어떤 동사의 멸종'을 일종의 르포(reportage)라 평가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콜센터는 고객들의 문의나 불만을 전화로 상대해야 하는 극심한 감정노동을 견뎌야 하는 곳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 "지금 전화를 받는 상담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ARS 멘트이다. 그만큼 상담원들이 언어폭력, 성희롱 등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콜센터에서 일하는 동안 "매일 밤 그만둘 핑계를 궁리하며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과거 양돈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양돈장이 "항문으로 똥을 싸는 동물의 뒤처리를 하는 곳"이라면 콜센터는 "입으로 똥 싸는 동물들의 뒤처리를 하는 곳"이라고 비교했다. 더 힘든 직장은 어디였을까. "점잖은 사람들이 입으로 쏟아놓는 오물은 1년, 2년이 지나도 말끔히 사라지는 법이 없어 갑자기 기억 속으로 파고들어 와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게 만든다."고 회상했다.

"까대기는 직설적이다. (...) 너는 도구다. 회사가 필요한 결과를 만드는 데 필요한 망치나 드라이버 같은 거다." (p. 160)

진입장벽이 낮아서 문자로 나이, 이름, 경력 유무만 보내면 채용되는 물류센터는 또 어떤가. 소위 '까대기'라 부르는 상하차 일을 경험한 저자는 "까대기는 몸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하루에 25톤 무게의 화물을 옮겨야 하고, 이를 위해 몸을 굽혔다 일어서는 동작을 1500번 가량 해야 하는 작업은 "남은 수명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저자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뷔페식당 주방에서의 희노애락, 60대 이상이 주로 근무하는 빌딩 청소에 대해서도 실감나는 경험담을 차례대로 들려준다.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문체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는데, 한편으로 지독하게 열악한 근무 환경을 고발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분노하게 됐다. 차라리 저런 직업들은 빨리 대체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고되고 고된 노동 현장에도 빛나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저자에 따르면, 야간 '까대기'가 끝나고 물류센터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에 떠 있는 '노오오오란 해'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들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식당 손님들과 교감을 이루었다는 충만감을 경험한다. 극히 드물지만 콜센터에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다는 효능감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도 어떤 직업은 사라지는 중이다.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 소멸에 무관심하다. 하지만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계수단이 사라지는 것만이 아니라, 그 노동을 통해 성정하고 완성되어 가던 특정한 종류의 인간 역시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저자가 기필코 사라져가는 직업들의 비망록을 남기려고 한 까닭은 그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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