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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2년 02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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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314쪽 | 362g | 124*188*17mm |
| ISBN13 | 9791191384185 |
| ISBN10 | 1191384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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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1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실은, 이 책을 읽고 감상을 늘어놓으려니 퍽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나름의 마음가짐을 다져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작 책을 읽는데, 게다가 남의 에세이를 읽는데 무슨 마음가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말은 또 없다만. 때로는 너무 소중해서, 혹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마음속에서 꺼내기가 힘든 말이 많다.
책의 외적이자, 내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장하은'이라는 저자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사기 전부터, 하은님이 그공간과 브런치에 책이 나올 것이라고 언질을 주셨을 때부터 이 책이 몹시 마음에 들 것이라 예상했다. 내가 하은님을 알게 된 지 어느덧 약 6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간 읽었던 그의 글들을 지금까지 마음에 품고 있어서다. 하다못해 아직도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하은님의 전자기기 리뷰였는데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티스토리에 조금씩 올라왔던 것이었다. 그때 하은님 덕에 DELL 노트북이 무척 예쁘게 생겼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텀블러에서 진행했던 그림에 대한 인터뷰, 텀블러와 그라폴리오에 남은 그림의 흔적들. 영국에서 거주하는 집에 대한 기록물들. 그 이전에 하은님이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부터, 자기소개와 함께 그냥 무언가 언어가 나열된 사운드 클라우드의 라디오 채널. 그때 나는 늘 이 음성을 자기 전 들으며, "안녕하세요. 장하은입니다." 라고 시작되는 그 문장을 참 좋아했다.
어떻게 보면 당시의 하은님은 그저 일반인 A였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그 사람을 지켜보았고, 뭔가 애정하고 애틋한데.. 또 마냥 그 사람을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라고 말하기엔 어려워서, 또 이런 사람을 남한테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으면서도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고, 뭔가 소중함이 들어서 타인에게 알리기 아까운 존재이기도 했다. 하은님은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당시에도, 현재의 책에서도 많은 설명을 기울이시지만 어쩐지 나는 이 분을 내 얄팍한 언어체계로써는 기록하기가 어려웠다. 이를테면 내 인생의 몇 안 되는 '숨은 덕질'이었던 걸지도.
하지만 난 이 사람이 참 궁금했다. 이 사람을 따라하고 싶어서, 그런 단순한 게 아니라 인간 관찰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사람 자체의 글 센스가 좋았고, 재미있게 읽히는 글이 좋아서 하은님이 점점 더 좋아졌다. 고작 핸드포크로 직접 타투를 하는 사진, 그림 그리는 방식. 일상과 생각이 흥미로운 유형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하은님은 중간중간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도 하셨고, 티스토리나 개인 홈페이지를 내리기도 하셨다. 그럴 때는 또 한없이 잊고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알게 되고, 브런치 연재를 알게 되고, 단편 만화와 감정 어린 글을 보게 되었다. 기막힌 우연처럼 계속 순환되는 혼자만의 인연이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 분이 글을 내린다고 해서 나는 이제 못 보는데 아쉬워서 어쩌지란 감정보다 내리셨구나라고 납득하는 감정을 우선 갖게 되었다.
하은님의 책에서 그 우울감과 불안감을 엿볼 수 있듯이 과거의 하은님은 굉장히 위태로워 보였다. 고작 이 사람의 단편적인 면을 봐온 관찰자의 입장으로 살던 내가 그걸 논할 수 있나 싶지만, 예민하고 우울해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하은님은 굉장히 자신을 숨기고, 한편으론 불안을 토로했지만, 그저 관찰자인 나로선 아무런 멘트를 남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응원의 말을 알지도 못 하는데 주제 넘을 뿐이고, 하은님이 왜 그동안 주기적으로 자신의 기록물과 흔적을 지우셨을까라는 생각의 답만 어렴풋이 찾았을 뿐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난 하은님의 관찰자다. 덧붙여서, 이제는 독자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하은님으로 인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을 했다. 그래봤자 나 개인을 드러낸 일은 없었지만. 그러나 하은님의 책을 읽고 하은님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겹치는 부분도 생각보다 많다. 아니, 그걸 사실 원래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을 평가하지 않으며 봐왔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누군가의 우울 그릇은 500ml 정도고, 누군가의 우울 그릇도 그와 비슷한 정도란 것이다. 변치 않는 건 누구나 이 그릇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괜찮다는 인정은 내뱉기가 굉장히 어려운 말이라는 것이다. 괜찮아지다란 말과 이전보다 나아지다란 말은 어쩐지 다른 어감을 지닌다. 내 인생에서 직접적 관련은 없는, 별다른 연관은 없는 그런 사람이 내 감정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좀 중요한 대상체라서 좋았다. 그리고 이 사람이, 나를 가르치려고 하거나 교정하려고 하는 글을 담아내는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공감대를 주는 작가여서 좋다. 그저 공감을 하는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해주는 글이었다.
하은님의 글을 읽으며 나도 비슷하면서 다른 경험을 겪게 했던 내 불안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내뱉지 않은 말은 공기가 될 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좋은 에세이 작가란 뭘까, 그건 읽는 독자로 하여금 펜을 들게 만드는 작가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은님이 솔직하게 글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주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공간을 만들고 소중히 다뤄주어서 감사하다. 논외로, 그공간이 데굴데굴 잘 굴러갔으면 좋겠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이 하은님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위로가 지금처럼 내게도 닿기를. 공감을 통해 내 우울 그릇을 내가 알아차리도록.
이 책 덕분에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가리고만 싶었던 나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장하은이라는 사람이 좋은 작가라고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언젠가의 책이 또다시 나왔으면. 그때 작가님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얼마만큼 닮은 꼴이 나있을지 궁금해진다. 잘 지내기를 바라는 사람,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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