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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네책방 ‘하고’ 대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책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끈질기게 “독서모임 해보세요”라고 권하는 ‘맑눈광’ 책방지기다. 만년 애서가 지망생들이 진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바지런한 서적상’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잡독 모임을 시작으로 자영업 하는 언니들의 독서모임, 심리학 북클럽, 벽돌책 읽기 모임, 원데이 북클럽까지 10년째 월화수목금토일 쉬지 않고 독서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함께 책을 읽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경계를 허물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변화의 순간들을 무수히 지켜보았다. 배스킨라빈스에 ‘베리 베리 스트로베리’가 있다면, 책방에는 ‘베리 베리 스몰 레볼루션’이 있었던 것이다. 책방 크기만큼 작았을 뿐, 그것은 분명 혁명이었다. 그 변화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자꾸 입이 근질거렸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림책 『마음은 어디에』(그림책공작소, 2024)에 글을 썼다. @hagobooks

작가의 클래스24

작품 밑줄긋기

r******f 2026.09.08.
p.110
책을 통해 몰랐던 세계에 눈을 뜨며 지적으로 성장하는 기분을 즐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기분을 느끼는 것 자체에 만족하며, 읽는 행위에만 목적을 두게된다. 몸에 비유하자면 먹기만 하고 싸지 않는 것과 같다. 이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몸이 아프면 당장 병원에라도 가겠지만 지식 중독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으니 별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다. 심지어 많이 읽을수록 좋다며 서로를 부추기기까지 한다.책을 많이 읽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입력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가 무거워질수록 활동성이 줄어드는 병폐를 독서모임에서 자주 목격한다. 밑줄을 그은 문장들을 마치 자신의 내면화된 지혜로 착각하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는 것 몾지 않게 읽은 것을 삶으로 소화하고 출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독서다.요즘 책방에서 하는 독서모임에서는 책에서 얻는 앎을 삶으로 구현하는 독완행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이번 책에서 무엇을 내 삶으로 가져올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읽은 대로 한번만 해보자고 들돌 볶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음주에 볶이지 않으려고 실행하고 온다. 그 덕분에 모임원들은 짙어지는 다크서클과 함께 점점 부지런해지고 있다. 물론 모든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언젠가 일어날 변화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단 한가지라도 삶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 책은 제 몫을 다한 것이다.
r******f 2026.09.08.
p.89
벽돌책 모임의 최우선 목표는 '함께 완주' 하는 것이다. 다들 끝까지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했을 텐데, 또다시 미완의 감정을 남기지 않도록 낙오자 없이 이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 모임은 보통 십이주 동안 진행한다. 일주일에 한번만나는 모임에서 함께 읽기만으로는 시간이 부족해서 집에서도 일정분량 읽어오는 방식을 병행한다. 보통 백페이지 정도 읽어오고 책방에서는 한 시간 가량 함께 읽는 시간을 꼭 확보한다.벽돌책 읽기 모임은 성취감이 가장 높은 모임이라 끝나고 나면 다른 벽돌책에 연달아 도전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안나 카레니나, 소피의 세계, 코스모스, 죄와 벌, 유발하라리3부작, 총균쇠, 생각에 관한 생각,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한국 철학사 등을 읽었다.
r******f 2026.09.08.
p.80
심리학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인간의 무수한 고민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같은 방식으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런데도 그 반복의 원인이 자기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무의식은 말과 행동, 관계 전반에 드러나지만 정작 본인만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까이 있는 것이 가장 보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함께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여러 심리학자가 제안하는 개념 하나하나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렌즈가 되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무의식이 보이는 순간이 온다. 책 속 개념이 나를 설명하는 글로 읽히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공부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L은 자신이 부드럽고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날, 그 믿음이 무너졌다. 자신이 '나'라고 여겨온 모습이 사실은 타인의 기대와 시선속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평소 자기 표현이 분명하고 자기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이유도 그제야 이해했다. 그 후 그는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반응을 착한어린이에서 어른의 언어로 바꾸기 시작했다. 착한어린이라는 태도가 특정관계뿐아니라 삶 전반에 스며있었기 때문에 그 변화는 일상 전체에 영향을 주었다.우리는 저마다 자신이 꽤 합리적이고 의식적인 존재라고 믿지만 심리학 공부를 하다보면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이 모임의 가장 큰 수확은 내면에 숨어서 나를 조종하던 무의식의 패턴을 의식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앎이 항상 기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모르는채로 아픈것보다 알고 아픈것이 낫다. 불편함을 통과한 자리에서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본 만큼, 자유로워진다.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고, 같은 실수를 덜 반복하는 것. 경직된 부분은 유연하게, 좁은 부분은 조금더 넓게, 부정적인 부분은 조금 더 긍정적인 쪽으로 나아가는 것. 그 작은 차이들이 쌓여 어느날 문득, 예전의 나라면 무너졌을 자리에서 온전히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r******f 2026.09.08.
p.71
투사한 장면과 인물, 그리고 그 이유를 천천히 꺼내다 보면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내면의 무언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순간이 찾아온다.처음에는 단순히 프레드릭이 싫다는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패턴이 드러난다. 그깟 생쥐들이 나오는 그림책을 읽고도 정반대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간극을 포착하면 탐색의 좋은 출발점이 된다. 이런 대화를 통해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무의식이 드러나고 뜻밖의 새로운 통찰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r******f 2026.09.08.
p.67
하나의 경계를 넘으면 새로운 경계가 나타나고, 그 경계를 살아낼 때마다 조금씩 사람다워진다는 것 같다. 세상을 온전하게 보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분법을 거쳐야 할까.
r******f 2026.09.08.
p.58
각자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관심영역 밖의 세계에 선을 긋고 미지의 땅을 밟지 않는다면 독서는 자신의 관점을 넓히는 행위가 아니라 이미 가진 세계를 확인하는 행위로 좁아진다. 여행지에서 지도에 없는 골목으로 들어가 한 번쯤 길을 잃어봐야 그 동네의 진짜 얼굴을 보듯이, 잡독의 매력은 익숙함을 넘어서는데 있다.다른 세계를 탐색하는데 책만큼 안전하면서 가성비가 뛰어난 도구는 없다.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모든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이 우주를 인식하기에는 육신의 삶이 너무나 짧기 때문에 인간은 말과 글을 통해 서로 협조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해 나갈 시간을 단축해야만 한다.잡독은 그 협조의 한 방식이었다.
h***n 2026.09.01.
p.221
생각해 보면 우리는 원래 얼굴도 몰랐던 손님과 책방지기 사이였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아주 조금 선을 넘어간 지점에서 그렇게 인연이 싹텄다. 어쩌면 연결이라는 건, 크고 작은 선을 조금씩 넘어가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h***n 2026.09.01.
p.134
책 속에는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선도 꺼내게 된다. 그러다 서로의 선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중략) 서로의 선은 밟아봐야 어디 쯤인지 알 수 있다. 오래 이어가고 싶은 관계라면, 선을 넘기도 하고 밟히기도 하며 서로의 경계를 확인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h***n 2026.09.01.
p.105
물론 모든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언젠가 일어날 변화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단 한가지라도 삶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 책은 제 몫을 다한 것이다.
엠* 2026.08.05.
P34 그렇게 어렴풋이 알게되었다. 책방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책이 좋아지는 경험을 파는 곳이어야 한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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