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의 리더십
1990년대 후지필름은 내실을 다지며 실속을 챙기고 있었다. 후지필름이 고감도 컬러 필름을 개발하면서 기술에서 코닥을 앞지른 시기를 1970년대 중반으로 본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 마케팅 무대에서 코닥과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다섯 가지를 고려하라고 했다. 곧 다섯 가지가 전쟁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을 말한다. 천과 지가 외부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천은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기상, 지는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를 말한다. 큰 기상이변이 벌어지면 싸움터의 조건이 바뀐다.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로 경쟁의 장(場)이 바뀌는 상황을 말한다. 변화에 맞춰 조직을 바꾸고 대응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게 바로 법이다. 국지적인 전투 하나를 이기기 위한 법은 진정한 법이 아니다. 일시적인 책(策)에 불과하다. 올바른 명분과 방향성을 가져야만 장기적인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이며 그래야 제대로 효력을 발휘한다.
그 명분과 방향성이 바로 도(道)이다. 나아가아 할 큰 방향을 제시하고, 환경변화를 파악하여 싸울 타이밍과 장소를 고르며, 내부의 운용 시스템을 조직하는 게 바로 리더인 장(將)의 일이다. 제대로 된 기업의 리더는 자신의 혼(魂)을 다하고, 구성원의 혼을 모으고, 결국 기업의 혼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읽는 세 가지 관점
『후지필름, 혼의 경영』이란 이 책의 제목에 저자인 고모리 시게타카 만큼 어울리는 사람도 찾기 힘들 것이다. 어린 나이에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를 중국 땅에서 겪었고 그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있다. 승리를 위해 혼과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믿고 실행에 옮겼다. 코닥을 정점으로 해서 공고하게 굳어진 체제에 저항하는 혼을 지녔으며, 디지털로 천지가 전환하는 때에 혼을 다해 기존 체제를 뒤엎고 이에 더해 신천지를 개척했다. 조금 더 구체적이며 실무적으로 들어가면 세 가지 관점에서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첫째, 일본식 경영을 새롭게 파악하는 관점이다. 1980년대 말 미국에서부터 시작해 전 세계에서 일본식 경영 배우기 열풍이 일었다. ‘혼’이란 발음이나 생김새 모두 단단한 한 글자에 맺혀 있는 듯한 일본식 경영의 강점이 있다. 그 정수를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둘째, 업종 관점에서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방식에 시사점이 있다. 자신의 업종 자체가 쇠퇴기로 접어들 때 전환을 하거나 또는 확장을 할 것인가? 지켜야 할 것과 버리거나 바꾸어야 할 것들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그런 변화 속에서 기업의 사명(社名) 그리고 이름 이상의 앞에 있는 도(道), 곧 기업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셋째, 1위와 2위의 싸움 관점에서 흥미진진하다. 삼성 브랜드와 관련한 일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계속 소니나 파나소닉에 형편없이 밀렸던 삼성이 그 판을 뒤엎고 가전 분야뿐 아니라 IT 분야까지 우뚝 서게 되는 과정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2위에 안주하지 않고 모든 것을 새로운 변화에 거는 모습에서, 삼성과 대한민국의 도약을 ‘투혼’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해서 담았던 장면이 생각났다.
저자의 노하우와 실행력이 결집된 ’혼의 경영‘의 세계를 이 책을 통해 맛볼 당신에게 축하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