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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와 책을 좋아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 겸임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독일국제학술교류처(DAAD)의 예술 장학생으로 독일 라이프치히 그래픽서적예술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했다. 민음사에서 디자이너로,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연구자로 근무했다.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타이포잔치 2013’에서 큐레이터를 역임했고, 연구 및 교육, 디자인, 저술과 번역, 전시 등 관련 활동을 다양하게 병행한다. 타이포그래피를 모든 사람에게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하는 동시에, 분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중앙선데이」에서 ‘유지원의 글자 풍경’을 연재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경향신문」에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와 함께 ‘뉴턴의 아틀리에’를 연재한다. 그 밖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블로그와 일본 디자인 매거진 『IDEA(アイデア)』 등에 기고한 바 있다. 이 책은 유지원의 첫 단독 저서이며, 역서로는 『획: 글자쓰기에 대해』가 있다.

작가의 추천

  • 한글 타자기의 과학기술사를 씨실, 공병우라는 입체적인 인물을 날실 삼아, 학자다운 엄밀함과 공정함으로 촘촘한 태피스트리를 엮어냈다.
  • 한 사람의 글은 그의 전 생애가 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작은 제품도 전 사회의 경험이 집결되어 만들어진다. 우리 눈에 보이는 조그만 단서들은 그 배후에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품고 있다. 이 구조들이 과학사학자의 잘 가다듬어진 정연한 문장으로 한 올 한 올 풀려나온다. 그렇게 짜인 단단한 글들은 보풀 하나, 빈틈 하나 없는 직물처럼 한 편 한 편 단정하게 아름답다. 그런 글들이 삼십 편 차곡차곡 깨끗이 쌓인 모습에는 흐트러짐이 없다. 이 사유와 통찰의 집적물을 ‘테크놀로지’라는 키워드가 일관되게 관통한다. 그것은 렌즈가 되어서 그 너머 테크놀로지로 구축된 우리 사회를 엑스레이처럼 투시하여 눈앞에 드러낸다. 그것은 또한 나를 마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있기도 했다. 처음 몇 편의 글만 읽고도 저자의 시점과 나의 시점 사이에는 세 살의 시차가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이 겪어온 근과거의 역사는 해상도가 커서 일 년도 퍽 큼직하다. 동년에 가까운 저자의 경험 위로 나의 경험을 포개게 되고, 이때 세 살의 시차는 유년기가 처한 80년대에 비스듬하게 커 보이다가 현재로 다가오면서 점점 미미해진다. 특별한 독서 경험이다. 거울을 본다는 것은 성찰적인 일이고, 뜻밖에 심리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왜 달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방향도 모른 채 모두가 달려가야만 했던 한국 현대사를 거쳐온 독자에게 이 거울은 고요하게 멈춰서는 명상적인 순간을 준다. 그 거울은 나의 과거와 현재를 비추면서, 테크놀로지의 사회가 나를 어떻게 형성하고 둘러싸 왔는지 보여준다. 기술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거기에는 언제나 의도가 있다. 그 의도를 어떻게 올바르게 대해야 할지, 이 책은 렌즈와 거울을 독자의 손에 들려주며 눈을 뜨게 한다. 나는 이 선물들을 손에 들고는, 내가 지금 있는 지상 30m 높이의 발밑을 디뎌본다. 이 발밑이 무너지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위해 얼마나 거대한 기술과 정치가 작동하는지, 얼마나 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노동이 분투하며 이를 지탱하고 있는지, 어딘가 무리는 없는지, 사려 깊게 헤아려보게 된다.
  • “간곡히 권하고 싶다. 한나절의 여유를 갖고 이 그래픽 만화를 읽어보시라고. 이제 감각하는 현대의 경험이 달라질 것이라고.”

작가 인터뷰

읽다
김상욱, 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적인 친구들을 위해 쓴 책”
사실 자기 분야에만 갇혀서 꼭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충분히 좋아한다면 전문가 못지않은 애정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것을 글로 남기는 것도 아름다운 일 아닐까? 싶다.
2020.06.03.
읽다
유지원 “무슨 폰트가 제일 좋냐고요?”
무난하고 안전한 획일성과 표준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글자에는 인류 보편적인 특성도 있지만, 그와 나란히 대체불가능한 지역적 다양성이 있습니다. 하나의 기준만을 강요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습니다.
2019.02.18.

작가의 동영상

김상욱, 유지원 인터뷰
2020.12.18.

작품 밑줄긋기

능* 2024.04.30.
p.294
'월하탕주(月下?舟)'에서는 자연 속에 사람이 호젓하다. 강에 달빛이 떨어지는 정서를 담은, 또 다른 내가 가 장 좋아하는 글귀로 '월인천강(月印千江)'이 있다. 하나의 달이 천 개의 강에 '인쇄'되듯 '찍힌다(印)'라는 표현을 썼다. 달은 부처님의 말씀을, 천 개의 강은 사람들의 마음을 의미한다. 말은 한 번만 하더라도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남도록, 복제와 대량 생산을 하는 과정이 바로 이 '인(印)'이다./타이포그래피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눈에는 세상이 얼마나 신기할까? 여행을 가도 얼마나 재미있을까? 같은 걸 보아도, 아는 만큼 보인다. 그렇기에 나는 미술이나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이 정말 참말로 부럽다......
능* 2024.04.30.
p.272
뇌 신경과학자 이대열 교수의 저서 <<지능의 탄생>>에 따르면, 최근 인지과학에서는 직관과 감정을 이성 못지 않게 중요한 사고 능력의 본질로 본다.
능* 2024.04.30.
p.227
물질과 자연과 우주를 압축적인 수식으로 통찰한 물리학을 탐구하는 인간의 마음과 이를 예리하게 벼린 함축적인 언어로 포착한 시를 쓰는 인간의 마음이란, 그 본질이 크게 다를까 싶다./나 또한 모든 것이 시가 아닐까 그런 단상에 빠진 때가 있었다. 모든 예술은 시요, 우리의 삶이 시이니.
능* 2024.04.30.
p.219
한편 글씨 쓰기란 그 결과가 평면으로만 드러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3차원 공간에서의 운동과 물리 작용이 반영되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수식은 우리 타이포그래퍼들이 자주 간과해 온 종이의 미세한 옆면에서 일어나는 일, 그리고 종이에 수직한 방향으로 일어나는 잉크와 펜, 그리고 인체의 움직임을 기술하고 있다./글씨는 2차원적인 공간, 즉 평평한 종이나 모니터 위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3차원 공간에서의 운동과 물리 작용이 반영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그래. 정말 말그대로 글자는 유기체구나. 살아있는 인간이 살아 숨쉬는 것들을 기록하는 일이구나.
능* 2024.04.30.
p.209
글자에는 '가시성', '판독성', '가독성'이라는 기능이 있다. '가시성'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힘이다. (...) '판독성'은 글자들이 서로 잘 판별되는가를 가른다. (...) 한편, 긴 글을 읽을 떄 인체에 피로감을 덜 주는 글자체에 대해 '가독성'이 높다고 한다./흥과 홍과 훙, 판결서체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판사들끼리만 쓰는 글자체가 있었다니! 그 좋은 걸 자기들끼리만! 이 외에도 특정 업계 종사자만이 사용하거나, 주로 이용하는 것들이 수두룩하겠지. 코딩 하는 사람들이 Courier 폰트에 익숙한 것처럼!
능* 2024.04.30.
p.176
전문가란 이렇게 사용자 본인도 모르던 피로를 살피고 치유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전체 사회의 감각을 건강하게 회복시킨다./사회에 이로운 전문가란, 세상을 치유하는 사람이구나.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만 들어봐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가지고 얼마든지 떠들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능* 2024.04.30.
p.109
지금은 유니코드로 지구상의 각종 문자들이 통합되어, 이제 하나의 코드 체계 속에 공존한다. 글자들은 분쟁을 거두고 시대와 지역을 넘어 하나로 모이고 있다. 그래서 한때 '언어의 바벨탑'이 무너졌다면, 21세기에는 유니코드를 통해 이제 '문자의 바벨탑'을 세워가고 있다고도 한다./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아스키 코드와 유니코드에 대해 짧게 배우기는 했지만, 이것이 '문자의 바벨탑'이라는 것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단순히 종이 위를 활보하는 문자가 전자 언어로 치환되는 개념이라고 여겼는데, 사실 이는 지구상의 각종 역사와 지식을 통합하는 기록 체계의 발전이란 것을 그 때에 알았다면 무척 신나하며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무슨 초등학생처럼 구자라트어로 쓴 '니 엉덩이 더러워' 같은 걸로 낄낄대지는 않았을 거다.
능* 2024.04.30.
p.99
로마자가 1차원 줄 위에 선형으로 글자를 배열한다면 동아시아 문자들은 2차원 칸을 한 칸씩 채워가는 공간 관념을 가졌다./유지원의 <<글자 풍경>>이 매력적인 까닭은, 글자를 단순히 미학적이거나 인문학적인 관점에서만 분석하지 않고, 사회/과학적, 공간감적인 이해를 같이 끌어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음악의 악보까지 끌어와서 설명해준다! (138쪽의 문자권별 공책 공간 구획에 자세히 나와 있다.)
능* 2024.04.30.
p.43
책은 덮인 표지를 들추고, 긴 시간을 들여 인내심 있게 읽어 내는 능동성을 필요로 한다. 그런 한편 거리의 포스터는 굳이 보려 하지 않아도 시선을 끈다./뒤에 나올 '가시성'과 '가독성'의 비교를 차치하고서라도, 글자는 하나의 유기체란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글귀가 어느 장소에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가를 헤아리다 보면 그들의 역할을 구분할 수 있다. 이토록 글자란 것은 무궁무진한 힘을 숨기고 있다.
능* 2024.04.30.
p.25
국경을 넘어도 풍경은 대체로 연속적이다. 언어가 불연속적인 듯 바뀌지만, 국경 지역의 언어는 두 언어가 어느 정도 섞인 경계의 성격을 갖고 있다. 확실하게 불연속적인 것은 도로 표지판의 글자체들이었다. 국경을 넘는 즉시 도로에서 각국이 지정하는 공식 글자체가 바뀐다./여행의 풍경을 이루는 건 비단 자연과 사람뿐만이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글자들, 그 글자들이 어떤 서체로 쓰여있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지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린 그 문화권을 비로소 그 바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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