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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이현수
국내작가 문학가
출생
1959년 출생
출생지
충북
직업
소설가
데뷔작
그 재난의 조짐은 손가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공유하기
라디오 구성작가로 일하다가 1997년 제1회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송순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토란』 『장미나무 식기장』과 장편소설 『사라진 요일』 『나흘』 『신 기생뎐』 『길갓집 여자』 등이 있다. SBS 드라마로도 제작된 『신 기생뎐』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3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으며, 2015년 프랑스 르몽드에 리뷰가 실리기도 했다.

문단에 요리 좀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틈틈이 요리와 책, 삶에 관한 폭넓은 칼럼을 썼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 2년간 연재한 요리 칼럼을 모은 글이다. 그동안 눈앞의 산해진미에 홀려 전통 음식을 홀대하진 않았는지, 이대로 가다간 그 맥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향토 음식 조리에 관한 기록을 작정하고 남겼던 참이었다. 최근 음식의 간이 점점 짜진다는 아들의 평가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로 꼭 예순 해를 살았다.
1991 충청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7 문학동네 문예공모 당선

수상경력

2003 무영문학상 (무영신인문학상) 『토란』
2007 제2회 제비꽃 서민소설상

작품 밑줄긋기

s*****2 2026.08.14.
p.216
모둠전전골모둠전전골은융통성 있는 요리다. 급한 성미 탓에 겉은 타고 속이 설익은 생선전도 보글보글 끓이면제 맛이 나고, 시든 채소도 전골 속 비린 것들과 조화롭게 섞여 우리가 바라던 딱 그 맛, 시원한 맛을내어준다. 명절 뒷날 복잡하게 엉킨 가정사도 모둠전전골처럼 융통성 있게 처리하자. 감당 못하는 일을 두고 속만 태울 게 아니라 손들고 깨끗이 자수하자. 그러면 또다른 길이 보이리니(이래놓고도뒷골이 당긴다.아이고, 그놈의 종갓집!)
s*****2 2026.08.14.
p.252
무말랭이밥완성된 무말랭이밥에 달래간장을 넣어 비비면 나른한 몸이 깨어나는 기분이랄까. 은은하면서도 상큼한 게무말랭이에서 이런 맛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기품 있다. 끝으로 세상 모든 음식은 저마다 영양소를 지니고 있다.특정 음식에 빠지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에게 듣던 장소리, 음식은 골고루먹어야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다 일리 있는 말이다.
s*****2 2026.08.14.
p.183
짱뚱어탕몰골이 초췌한 날에 나는 자주 포도나무 집을 찾았다. 보양식이 꼭 필요한 그런 날들.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기운이 없거나 몇 날 며칠 일이 쫓겨 잤는지 먹었는지 모르겠는 그런 날이면 그 집을 찾곤 했다. 터진 입술에딱지가 앉거나 눈이 10리는 쑥 들어갈 정도로 지친 날에는 반드시 홍대입구에 내려서 서교호텔 뒤편 골목으로들어갔다. 아무도 모르게 숨겨둔 애인을 찾아가듯 은밀한 걸음걸이로.
s*****2 2026.08.13.
MIT 공과대학 기숙자의 배추전인간에겐 저마다 특별한 음식이 있다.조카애처럼 자신만의 요리를 일찍 발견하면 거기에+지친 어깨를 잠시 기대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지금 내가 할 일은 배추전을 팔이 아프도록 부치는 것.당신 인생의 음식은 무엇인가?
s*****2 2026.08.13.
p.128
프랑스식 후식 소로베 &숭늉드물게 불고기와 빨갛게 양념한 더덕, 생선이 석쇠에서 노릇노릇 구워져도 여자들의 상엔 그것들이 오르지않았다. 일종의 예의인 듯 할머니와 아버지, 큰아버지가 자신의 몫을 덜어내어 점잖게 물려주면 우리는 그것맛보기도 전에 벌써 그 향에 반해버렸다. 장작의 화력에 취한 생선과 불고기의 끄트머리에서 지글지글 끓고있던 지방의 풍미, 맹금같이 거친 내 눈빛도 단백질의 맛 앞에선 예의 없이 녹고 말았다.식사 때가 되면 별안간 엄격해지는 카스트 제도 때문에 나는 수시로 울화통이 터졌고 밥을 먹다 급체하기일쑤여서 한약 냄새가 고약한 기응환을 달고 살았다. 혀끝에서 녹던 씁쓰레한 그 환약의 맛은 모용과 비굴,언젠가는 깨부수어야 할 부당함의 모든 것이었다.밥보다는 숭늉에, 졸인 생선 밑에 깔린 미천한 시래기에 맛의 절정인 맛봉오리가 숨겨져 있음을 깨달은 것은 서른이넘은 뒤었다. 냄비에 눌어붙은 허접스러운 그것을 맛나다며 긁어먹던 큰어머니와 어머니를 슬픔 가득한 눈으로쳐다보다 체하기 일쑤였던 과거를 시나브로 떠올리기도 했다. 시래기가 진짜 맛나다는 것 안 뒤부터 그간 날짓눌렀던 마음의 짐을 훌훌 벗어던졌다. 한없이 처량해 보이던 큰어머니와 어머니가 실은 자신의 부엌을 관장하던당당한 주관자였다는 것도 내 부엌을 가진 후에 알았다.
s*****2 2026.08.11.
p.117
해물찜 & 불곰탕커다란 접시에 산처럼 높이 쌓인 꽃게와 오징어, 낙지, 미더덕, 가리비 조개와 윤기가 잘잘 도는 콩나물과 미나리.이게 입속에 다 들어갈까 싶은데도 어느새 무지막지하게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농익은 야채와포실한 생선살에 스민 칼칼함, 시뻘건 콩나물을 건져 입에 넣으면 와작와작 씹는 소리가 귀가 아닌 관자놀이에서들린다. 오장육뷰가 불어 지진 듯 후끈 달아오르고 강함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매운 고통에 들쭉날쭉 합일된다.마지막에 폭탄처럼 터지는 미더덕의 불꽃. 짜릿함이 송곡처럼 일어서면서 혀가 타고 목이 철 수세미로 비빈 듯따가워진다. 같이 간 일행들과 게 눈 감추듯 해물찜을 한 접시 비우고 나면 사막 끝에 홀로 벼려진 느낌이 든다.그제야 주위를 돌아보면 손가락을 쪽쪽 빨아가며 왕성하게 씹는 사람, 입을 쫙 벌린 채 눈 감고 기도하는 사람,아이스크림과 빨갛게 볶은 밥을 번갈아 먹는 사람이 눈에 띈다. 이렇듯 한번 매운맛에 길들여지면 중독성이강해 쉽게 끊기 힘들다.------------------------ -------------------------- -------------------------------본디 늦드는 단풍이 한결 붉은 법.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맑은 술 허리에 차고 맛 기행을 떠나는 것도나쁘지 않으리. 늦단풍 아래 고통의 열락을 드나들며 먹는 맵디매운 요리,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지 않는가.
s*****2 2026.08.11.
p.105
메기매운탕10월 스무아흐레, 남도의 단풍은 아직 들지 않았다. 계집아이 귀빝머리만큼이나 될까. 약 올리듯산기슭 아랫부분만 불그레하다. 갓길에 차를 대고 단풍잎 하날 주워보니 군데군데 먹 점 같은 게박혀 있다. 공연히 언찮아진 심사를 다독이며 장성으로 향했다.--------------------- ----------------------------- -----------------------------두툼한 메기 살은 담백했고, 들깻가루를 푼 매운탕은 맛이 깊었다. 메기를 품은 채 푹 무른 무시래기가 일품이다.값비싼 채소와 수제비, 라면 사리도 없이 오로지 자연산 메기로 승부하는 집. 조리법 좀 가르쳐 달라 청하니메기를 손질해서 팔팔 끓이면 된단다. 그게 정부다. 본래 말투인 듯했다. 이러면 글이 무력해진다.수많은 공정이 들었음 직한 잔 손질을 무無로 만들어 버리는 저 말. 집에서 뭐 했냐 물으면 아무것도 안했다는대답과 다르지 않다. 뺄래와 청소, 다림질, 심지어 장독까지반들반들 닦았는데도 표가 나는 일이 아니기에그냥 놓았다고 답하던 우리네 어머니 말씨와 닯았다. 붇는 만큼 딱 고 만큼만 답한다.--------- ------------------ ----------------------------- -----------------------후식으로 나온 살캉살캉한 단감을 씹으며 길 끝에 있는 용홍사로들어선다. 삼국시대부터 있었다는 이 절은백양사의 말사 가운데 하나. 숙종 19년, 궁녀 최씨가 이곳에서 기도한 뒤 영조를 낳았다는 설이 있다.산물 아래 부도 일곱 기를 본뒤 자박자박 돌계단을 오른다. 용구산 자락에 겸손하게 들어선 대웅전의 처마가다정하다. 이런 데서 낮남이나 한숨 잤으면, 산신각 쪽마루에 앉아 주는 듯 해바라기를 하다 내려왔다.백양사 단풍을 보러 왔다가 용흥저수지를 보고 담양 떡갈비를 쓰려다 메기매운탕을 쓰는것.이런 게 인생일지도.
s*****2 2026.08.11.
p.81
올갱잇국꼭 이맘때부터 8월까지, 들판에서 일하던 마을 사람들은 밤이 되면 삼삼오오 새다리 밑으로 모여들었다.칭얼대는 어린것에게 젖을 물린 아낙은 긴긴 숨을 토해내며 그 밤에야 등을 곧게 폈고, 사내들은 손전등을켠 채 냇물에서 올갱이를 훑으며 하루의 땀을 씻었다. 올갱이는 야행성이라 밤이면 돌 틈에 새까맣게 붙어 있다.뜨거운 쑥불에서 불티가 날고 반딧불이의 분주한 짝짓기가 시작되면 냇가에서 첨벙거리던 아이들이몰려든다. 커다란 가마솥에선 이미 올갱이가 삶기고 있다. 새파란 입술로 오돌오돌 떨며 까먹던 올갱이의고소하고 아릿한 맛, 1급수에서 서식하는 청청한 올갱이에서 우러나던 푸르스름한 육수, 가끔 씹히는수제비의 쫄깃한 식감. 너나없이 올갯이국에 밥을 말아 후후 불며 먹던 여름 방의 성대한 공동체의 밤참.아이들조차 '혼밥'을 먹는 쓸쓸한 시대, 그 맛을 대체할 수 음식이 세상 어디에 있으랴.
s*****2 2026.08.11.
p.61
참두릅야생 참두릅 가운데서도 첫물 두릅의 향은 말할 수 없이 신비롭다.그럴 뭐라고 표현할까? 쨍한 여름날, 별안간 하늘이 컴컴지고 뒤란 대숲으로 심상찮은 바람이 불어올 때면뒤따라 느껴지던 묵직한 솔향기, 기어이 마당에 소나기가 후드득 떨어지면 풀썩 올라오던 흙냄새. 비를 품은대와 소나무의 향 그리고 흙냄새, 그 세 가지가 조화롭게 섞인 것이 두릅의 향기이다.
s*****2 2026.08.07.
p.33
가죽자반내가 가죽자반과 처음 대면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학굘ㄹ 마치고 집에 오니평소에 못 보던 것이 빨랫줄에 줄줄이 걸려 있는게 아닌가. 두릅보다 크고 시레기보다는작은, 정체불명의 실물이 붉디붉은 찹살풀을 덮어쓴 채 마당에서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었다.겉면이 반질반질한 게 맛나 보여서 한 입에 넣었더니 오, 신이란 맛의 세계라니!첫맛은 달고, 쓴맛이 느지막이 올라왔다. 그러나 쫀득한 찹쌀풀이 혀를 넓게 감싸며쓴맛을 지그시 눌러주었다. 마지막에 느껴지던 가죽의 오묘한 향취! 맛이 절정일 때먹었던 것이다. 가죽지반은 곳감과 비슷하다. 꾸덕꾸덕 덜 말랐을 때 가장 맛나다.반건시를 생각해보라. 그뒤 사찰에서 먹을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이때만큼 나를 사로잡지는못했다. 완전히 건조한데다 고춧가루와 물엿을 넣지 않아서 쓴 맛이 지나치게 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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