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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1985년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해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빠짐없이 수업을 듣는 모범생이었다. 1980년대의 대학은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열기로 뜨거웠다. 캠퍼스에는 언제나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고, 학내 문제나 정치적 이슈로 수업을 거부하는 일도 잦았다. 강의실 밖에서 세상을 배우고 시대를 고민하던 때였다. 1987년 일련의 민주화운동을 경험하며 사회의식에 조금씩 눈뜨기 시작했다. 역사의 무게가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할 결심을 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 남들은 학부 시절에 독파한 사회과학 서적들을 뒤늦게 읽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일본에 유학해 도쿄대학교에서 〈영국의 우생학 운동과 모성주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을 쓰는 동안 뜻대로 살아지지 않아 방황하기도 하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해 좌절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쭉 뻗은 길이 아닌 샛길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리라 믿으며 위안하곤 했다. 페미니즘에 눈뜬 것도 박사 논문을 쓰면서 얻은 소득이다. 역사의 주체에 여성을 놓자 보이지 않던 사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은 남성만이 부당하게 인간을 대표해왔음을 일깨워주었다.

〈우생학과 여성〉, 〈파시즘과 페미니즘 사이에서: 영국파시스트연합의 여성 활동가들〉, 〈타자의 몸: 근대성과 인종주의〉 등의 논문을 발표했고, 《낙인찍힌 몸: 흑인부터 난민까지, 인종화된 몸의 역사》를 썼다. 최근에는 자신의 소유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소유가 아닌 ‘몸’을 역사학의 주제로 어떻게 다룰까를 고민하고 있다. 인종주의나 이주, 이민에 대한 관심도 몸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 위에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동경대 총합문화연구과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지구사연구소 연구교수

작가의 추천

  • 『폭력의 유산』은 200여 년간 영제국의 네트워크를 타고 흘렀던 피의 폭력과 그 유산에 관한 책이다. 천 페이지가 넘는 지면에 인도, 자메이카, 아일랜드, 남아프리카, 팔레스타인, 말라야, 케냐, 키프로스에서 벌어졌던 극적인 폭력의 순간과 추방, 민간인 수용소, 재판 없는 구금, 살해, 고문, 성폭행 같은 끔찍한 폭력의 장면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폭력의 고발에 있지 않다. 엘킨스는 식민지를 넘나들며 활약한 폭력의 행위자인 ‘괴물들’ 한 명 한 명의 행적을 낱낱이 밝히고, 고위 정치가들이 법치를 포기하고 폭력을 합법화되는 시점과 과정을 특정하면서, 개혁과 억압, 문명화와 폭력은 영국 자유제국주의에서 공존하는 양면이며 분리할 수 없는 하나였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합법화된 불법’이라고 명명한 영제국의 폭력은 결코 예외적 일탈이 아니라 자유주의에 내재된 특징이었다는 것이다. 영제국 통치는 법치와 합법적인 폭력의 연속적 교차로 이루어졌으며 오늘날에도 폭력의 유산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은, 여전한 영제국에 대한 향수와 인종차별을 생각할 때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케냐 마우마우 수용소에 관해 연구해온 저자는 2011년 마우마우 재판이 열렸을 때 전문가 증언을 통해 승소에 힘을 보탠 바 있었다. 마우마우 재판으로 선한 제국과 순조로운 탈식민화와 영연방으로의 이행이라는 영제국사 이해가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지금, 이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 영제국사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훌륭한 항해도가 되어줄 것이 틀림없다.
  • 시베리아의 여우 농장에서 시작해 소비에트 인간형 창조를 위한 유전학과 우생학 논쟁을 거쳐, 리센코의 성공과 몰락, 냉정한 평가에 도달하는 여정을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펼쳐낸다. 유전학, 우생학과 사회주의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 권한다. 특히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면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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