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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살에 번역을 시작했고 서른이 넘어 전업으로 번역을 하게 되었으며 어느덧 번역 일을 하지 않았던 세월보다 이 일을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 더 긴 출판번역가.

서강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과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영화를 보기 위해 당시 종로구 사간동에 있던 프랑스 문화원을 드나든 것이 계기가 되어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프랑스 문학에 매력을 느껴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 프랑스에도 잠시 다녀왔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박사 과정을 포기하고 대학원 재학 시절 처음 발을 들였던 번역 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진지하게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유학도 잠시 다녀오고 회사도 잠시 다녀보고 하면서 출판번역이야말로 나의 적성과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27년 차 출판번역가로서, 단어 몇 개로 이루어진 유아용 서적에서부터 세계적인 학자의 저서들까지 누구보다 다양한 책을 다루어왔다. 번역가는 정적인 직업이지만 생각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히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대 이상의 보람을 느끼는 과정은 꽤 역동적이기도 하다. 업계의 사정은 27년 전보다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다른 직업을 택했더라면 지금 누리는 이 평온한 만족감이나 지적 자극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옮긴 책으로는 『돌아온 꼬마 니콜라』,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모두가 세상을똑같이 살지 않아』, 『아노말리』 외 여러 권이 있다.

작품 밑줄긋기

j*********1 2026.08.30.
포복절도는 인간에게만 부여된 특권이다.
j*********1 2026.08.26.
웃음은 어린 시절, 그리고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에만 가능한 것 같소. 나이가 들면 웃음은 스러지고 이 등불의 기름처럼 닳아 없어지지.
c***s 2026.07.08.
p.99
슈뮐 박사는 812살일지도 모른다. 그는 사람보다는 말라 비틀어진 고목을 더 닮았다. 아니, 차라리 화석이 다 된 나무를 닮았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면 812년보다 더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테지, 당연한 얘기지만 말이다. 그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네끼리 그를 '남작'이라고 불렀다. 라즐로 코파는 '고인'이라고도 부르곤 했다. 필리핀인 가정부 셰리는 '고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질색하며 성호를 그어댔고 폴란드 출신 간병인 고지아도 두 번에 한번은 성호를 그었다. 라즐로 코파는 남작의 운전사다. 이 말인즉슨, 대부분의 시간을 집무실 구석에 앉아 잡지나 들춰 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리딩런나이 많은 고용주를 희화화하는 배부른 고용인들;;
c***s 2026.07.03.
p.95
남자가 반응하기 전에 라셸이 크게 소리를 지른다. 열려 있어! 그러자 보브가 문을 밀고 예의 그 불량배 같은 모양새로-캡 모자, 불만이 많아 보이는 얼굴-걸어 들어온다.제가 방해한 거 아니에요?무슨 소리, 그런 거 아니야. 이 손님은 이제 막 가려는 참이야.그러자 일이 재미있게 되었다. 미래의 남자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얼이 빠졌다. 보브의 난데없는 등장은 그의 계획에 없었으니까. 그는 의자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벌떡 일어섰고 1초도 안 되는 순간이지만 망설이는 듯했다. 피가 절반밖에 안 도는 그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모른다. 그는 다짜고짜 나타난 소녀에게 덤벼들 수도 있었다. 이 뜻밖의 등장은 모 아니면 도다. 하지만 사실 그는 자기 보존의 본능이 강하고 분별력도 실낱만큼은 남아있는 사내다. 그래서 식탁 위의 나일론 파우치는 챙기는 반면, 칼은 건드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내뺀다. 현관 앞에서 보브를 밀치고 열린 문으로 뛰쳐나가 계단을 전속력으로 내려간다.저한테 겁이 나서 저러는 거예요? 보브가 묻는다.아니야, 네가 저 사람 목숨을 구한 거야. 라셸이 말한다.#리딩런기지를 발휘해 강도를 쫓아낸 라셸.운이 좋았던 것 같은데 약간 블랙유머 .. ㅎ
c***s 2026.06.25.
p.43
에바의 아버지는 고사리에 인생을 바쳤고 국제적으로 알아주는 고사리 전문가가 되었다. 집 전화가 울려서 에바가 받으면 항상 누군가가 '교수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고, 아버지는 공룡이 멸종한 후에도 살아남은, 자기가 애지중지하는 이 노부인들에 대한 강연을 하느라 이 학회 저 학회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러나 어느 날 아버지는 고사리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 정말 하루아침에 그렇게 됐다. 어느 아침, 아버지는 가스불 위에 올려놓은 모카 포트에서 휘파람 소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주방에서 고즈넉하게 창밖을 내다보며 이제 자기 말고는 아무도 듣지 않을 국영 라디오의 교양 방송을 한 귀로 흘려듣는 중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도에서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쇼핑센터 개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너지 음료와 유명 브랜드 운동화가 대박 세일을 하는 날이었다. 고사리 일편단심은 그걸로 끝났다. 아버지는 대학교수 자리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갔다. 연못가의 허름한 집에 살면서 메기 낚시로 소일했고 아무하고도 얘기하지 않았다. 고사리는 존재하고 그게 전부야, 아버지는 고사리 연구를 그만둔 이유를 물어보는 이들에게 그렇게만 말했다.#리딩런씁쓸한데 묘하게 웃기다 ㅎ
재**날 2025.11.02.
p.41
나는 창밖을 본다. 구름이 자유낙화를 하고, 길고 가는 흔적은 하늘 곳곳에 남은 채 유황 냄새를 풍기는 것 같다.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지진이 일어난다면?
쩡* 2025.12.05.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가 그래도 돈이 좀 남는다면, 나는 상관없 지만 그래도 나에게 뭔가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다면 엄마 아빠의 꼬마자동차를 파는 가게 진열창에 있는 비행기를 사주세요. 하지 만 굴뚝을 타고 내려올 때 조심하세요. 비행기도 자동차처럼 빨간 색이라서 더러워지기가 쉽거든요.천진난만함이 귀엽다
k****n 2025.11.14.
p.120
이제 중세 유럽의 미술사 원형을 제공하는 기초 소재는 준비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동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서양 미술이 발전하는 계기가 마련된 건 아닐까?#올해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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