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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7.
p.423
비고츠키의 핵심 주 장은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아기는 처음부터 '혼자'가 아닌, '상호 주관적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자아'는 다양한 상 호주관적 소통을 통해 형성됩니다. 이 책은 그와 관련한 심리학 적 연구 성과들을 '터치', '눈맞춤', '정서 조율', '순서 바꾸기', '함 께 보기', '관점 바꾸기'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상호주관적으로 경험되는 삶의 목적, 즉 '인정'은 '감탄'으로 경험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감탄하고 감탄받기 위해 삽니다. 왜 돈을 많이 벌려고 할까요? 돈이 많으면, 그만큼 감탄할 일이 많아집니다. 비싼 시계를 차거나 예쁜 가방을 들 때 마다 스스로 감탄하게 됩니다.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감탄은 금세 시들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성공을 원합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타인의 인정을 감탄으로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내 친구에게 나를 가리키며 '저 사람 누구야?'라고 묻습니다. 내 친구는 대답합니다. "삼성의 사장이야!", "국회의원 이야!", "장관이야!" 그러면 상대방의 눈이 커집니다. 감탄하는 것 이지요. 그러나 사회적 지위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반 드시 끝납니다. 그래서 자기 소개에 '전) 이 붙는 사람이 가장 슬 픈 존재입니다. '전 사장', '전 장관' 등등. 그래서 교수들은 '전 교 수'라는 명칭 대신 '명예교수'라고 불리길 원합니다. 그러나 '명 예로운 전 교수'는 없습니다. 감탄을 받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 입니다.플로우를 경험하는 공부가 가장 훌륭한 감탄의 경험입니다. 늙어갈수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취향의 완성 을 향해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내면화된 선생님'과 함께 기 뻐합니다. 혼자 하는 감탄처럼 보이지만, 엄마 품에서 경험했던 상호주관적 경험의 연장입니다. 비교할 수 없이 행복했던 그 경 험이 되살아납니다. 주체와 주체가 함께 경험하는 사건으로서의 '감탄'에 처음 주목한 사람은 독일의 철학자 칸트입니다.관념철학을 대표하는 칸트가 감탄이라는 심리적 현상에 주목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 롭습니다.칸트는 감탄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이성이 스스로 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에 발생하는 특별한 정서로 봤습니다.그는 『판단력 비판』에서 이를 '숭고das Erhabene '라 명명합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위압감을 자아내는 대자연 앞에서 느끼는 감정입니다.이때 감탄은 대상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나와 세계가 하나로 확장되는 사건입니다. 우리는 감탄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 하며, 그럴 때마다 감탄은 더 확장됩니다.칸트가 말하는 '공통감은 바로 이 감탄의 공유 가능성을 전제하는 개념 입니다. '공통감'은 흔히 말하는 '상식'이 아닙니다. '나의 판단이 타인과도 공유될 수 있다는 느낌', 즉 '나는 혼자 느끼지만, 타인 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감탄은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느낄 것을 전제로 하는 상호주관적 정서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탄은 헤겔의 인정 개념이 지향했던 '상호성'을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실현 하는 경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