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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0년 02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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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28쪽 | 216g | 148*210*20mm |
ISBN13 | 9788936456276 |
ISBN10 | 893645627X |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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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선생님이 추천한 책입니다. 청소년 시라는 생소한 장르입니다. 청소년들이 직접 썼나 하고 작가를 확인합니다. 아저씨 시인이 썼습니다. 아저씨 시인이 쓴 청소년 시는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상상해 봐요. 제목은 왜 또 빨강인지도요.
박성우 시인은 197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원광대 문예 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정만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아동문학을, 2009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저작 및 출판 지원 사업에 청소년 시가 당선되면서 청소년문학을 시작했어요. 시집으로는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으로 <불량 꽃게>, <우리 집 한 바퀴>, <동물 학교 한 바퀴>, 그림책으로 <암흑 식당>이 있고, 산문집 <박성우 시인의 창문 엽서>가 있습니다. 청소년 시집으로 <난 빨강>, <사과가 필요해>가 있어요.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더 좋은 시인으로 살기 위해 홀연 사직서를 내고 지금 애써 심심하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는 아직은 연두라는 제목으로 풋풋한 연두의 청소년 초기를 보여주고 있고, 2부는 넌 안 그러니를 통해 사춘기의 일탈과 학업에 대한 시가 실려 있습니다. 3부는 난 빨강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색을 분명하게 찾아가는 청소년기를 보여주고 있고, 4부는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사춘기를 건너서는 모습을 보여줘요. 청소년기의 시작을 가장 잘 설명한 연두를 가만히 읽어봐요.
출렁출렁
이러다 지각하겠다 싶을 때, 있는 힘껏 길을 잡아당기면 출
렁출렁, 학교가 위 집 앞으로 온다
춥고 배고파 죽겠다 싶을 때, 있는 힘껏 길을 잡아당기면
출렁출렁, 저녁을 차린 우리 집이 버스 정류장 앞으로 온다
갑자기 니가 보고 싶을 때, 있는 힘껏 길을 잡아당기면 출
렁출렁, 그리운 니가 내게 안겨 온다 (p12)
가끔씩 해보는 상상입니다. 장을 봐서 무거운 걸 들고 집으로 돌아갈 때 집이 내게로 달려왔으면 좋겠다고.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딸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오는 길, 힘에 부친 딸아이 앞에 집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걸었어요. 시를 읽자 그때의 모습이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싸늘한 겨울 공기, 비켜선 햇살, 자꾸만 느려지던 아이의 발걸음. 이제는 많이 커서 업지도 못하는데, 자꾸만 길에 앉고 싶어 하는 딸아이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살아나요. 그때의 생각을 글로 썼다면 멋진 시가 되었을 텐데, 생각만 하고 말았어요. 작가란 일상의 어떤 순간들을 포착해서 박제하는 사람이란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출렁출렁 길이 당겨오는 모습이 그려지고 길을 당기고 싶어 하는 마음까지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청소년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겠지만 조금 더 순수한 느낌이 들어요. 출렁출렁 무엇이 왔으면 좋을지 생각해 봐요. 보고 싶은 딸아이가 출렁출렁 왔으면 좋겠습니다. 스웨덴 교환학생으로 가있는 딸아이가 비행기 없이 내가 길을 당기기만 하면 출렁출렁 웃으며 왔으면 좋겠어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직은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씹는
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옷깃에 쓱쓱 닦아 아사삭 깨물어 먹는
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 풋자두와 풋살구의 시큼시큼 풋풋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풋내가 나는 연두/ 연초록 그늘을 쫙쫙 펴는 버드나무의 연두
기지개를 쭉쭉 켜는 느티나무의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누가 무래도 푸릇푸릇 초록으로 가는 연두/ 빈집 감나무의 떫은 연두
강변 미루나무의 시시껄렁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늘 내 곁에 두고 싶은 연두,
연두색 형광펜 연두색 가방 연두색 팬티/ 연두색 티셔츠 연두색 커튼 연두색 베갯잇
난 연두가 좋아 연두색 타월로 박박 밀면/ 내 막막한 꿈도 연둣빛이 될 것 같은 연두
시시콜콜, 마냥 즐거워하는 철부지 같은 연두
몸 안에 날개가 들어 있다는 것도 까마득 모른 채
배추 잎을 신나게 갉아먹는 연두 애벌레 같은, 연두
아직 많은 것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어서 좋은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 (p16~17)
연두색을 눈에 보이듯 펼쳐 놓은 시입니다.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가 좋다는 작중 화자는 청소년이겠지요? 지금의 청소년은 자신의 청소년기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와 학원을 루틴처럼 오가면서 공부, 공부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둘째 딸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입시 설명회에 가면 고2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해요. 수능 시험의 대부분을 고2 때 배우기 때문이라는데, 저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공부하라는 말을 잘 하지 못합니다. 수행평가와 서술형 시험, 수능 모의고사와 중간, 기말고사로 이어지는 시험들이 숨 쉬지 못할 정도로 빡빡하거든요. 그런데 또 생기부까지 챙겨야 해서 금요일 동아리 활동까지 준비하는 걸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이렇게 공부로 빡빡하고 선생님들은 공부하라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점점 예민해져요. 사소한 말 한마디로 크게 싸우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도 많습니다. 그럴 때 딸아이는 자신의 소소한 취미 생활로 스트레스를 다스려요. 그림을 그린다거나 바느질로 자수를 하기도 하고, 핸드폰 케이스를 꾸미고, 해파리 조명등도 만들고요. 저는 바쁜 고2를 알지만 그 시간을 아껴 공부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행복해야 공부도 잘될 테니까요. 아이들이 시의 화자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때뿐인 사춘기를 좋아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연두처럼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완전한 초록이 아닌 연두인 채로. 연두색 타월로 박박 밀면 막막한 꿈도 연둣빛이 될 것 같은 연두를 믿으면서요.
많은 시들이 실려 있습니다. 시집에는. 정말 청소년이 쓴 게 아닐까 싶은 시들과 엄마 아빠의 말들은 어디나 비슷하구나를 느끼기도 했어요. 아침에 머리를 빗어도 뭐라 하고 점심에 빗어도 뭐라고 저녁에 빗어도 뭐라 해요. 그 시를 읽으면서 웃었어요. 정말 그렇게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연두인 청소년들이 빨강이 되어가는 과정들, 호기심들도 여과 없이 나옵니다. 쉬쉬하고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아 유트뷰나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전전하게 만드는 성에 대한 것까지 솔직하게 나와요. 정말 그랬지 감탄이 나옵니다.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그들의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쓴 것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시집이죠.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가능성이 많은 청소년기라고 아이들이 느끼게 해줄 수는 없을까요? 공부 말고, 다른 하고 싶은 것들을 해 봐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학교에 보내게 되면 그 다짐을 지키고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자주 경험해요. 공부는 조금 못해도 된다고 쿨하게 말하지만 당장 그러면 갈 수 있는 대학이 많이 줄어듭니다. 내신도 잘 받아야 하고, 생기부도 챙겨야 하고, 수능도 잘 봐야 해요. 그래야 그나마 이름이라도 들어본 대학에 갈 수 있어요. 대학에 간다고 해서 모두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취직도 해야 하고, 이렇게 인생이 미션처럼 이어져요. 미션이 끝나는 것도 아니니 더 답답한 노릇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청소년은 청소년답게 사는 세상이 되면 교육문제도, 서울의 집중화도 자연스레 풀리지 않을까요? 연두를 연두답게, 빨강을 빨강답게! 어른들의 책임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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