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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12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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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456쪽 | 592g | 127*188*30mm |
ISBN13 | 9788972756194 |
ISBN10 | 8972756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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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재미난 장치가 많다. 과거의 사람이 현재의 사람에게 손편지를 통해 상담하는 것, 우유 상자에 손편지를 넣으면 마술처럼 몇 분 안에 사라져서 전달 되는 것, 남의 인생이라 참견하기 조심스러운 일생일대 중요한 고민을 도둑들이 상담해주는 것. 편지 의도와 달리 본인 뜻대로 좋을 대로 해석하는 것, 미래를 예견해서 상담하는 것 등 이런 장치들이 내용을 특별하고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손편지의 매력을 그대로 살린 책이자 올해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주인공 없이 손편지 하나만으로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이어간다. 쇼타, 고헤이, 아쓰야는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온 삼인조 도둑이다. 나미야 잡화점은 이미 30년 동안 비어있어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는 곳이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익명으로 손편지를 보내온다.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상담을 하는 데, 알고 보니 과거의 사람이 보내오는 거였다. 편지의 사연은 다양하다.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병에 걸려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버지의 생선가게를 이어받아야 하는데 돈도 못 벌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의 길로 가야 하는지, 집안이 쫄딱 망해서 한밤중에 부모님이랑 도망가야 하는 데 따라가야 하는지 등 하나같이 중요하고 난해한 고민이다.
어쩌면 남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은 더욱 신중하고 조심해야 해서 말하지 못할 말들을 삼인조 도둑들은 거침없이 내뱉는다. 어차피 편지에 적는 상담의 내용은 -나미야 잡화점 드림-이라는 이름으로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연을 보낸 사람들은 나미야 잡화점에 대한 철저한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사연을 보낸다. "이 사람은 내게 해결책을 줄 거야."라고.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편지에 적힌 말을 전적으로 믿고, 귀 기울여 듣는다. 만약 우연히 들린 도둑이 쓴 말이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즉, 같은 내용의 편지여도 누가 썼느냐에 따라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냥 배가 아픈 건데, 엄마가 "너 아이스크림 먹어서 배가 아픈 거야. 이제 먹지마" 라고 말하는 것보다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 선생님이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그런 겁니다. 당신의 체질엔 아이스크림이 맞지 않아서 앞으론 먹으면 안 됩니다."라고 하면 더 신뢰가 가는 것처럼.
나미야 잡화점에서 삼인조 도둑은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해서 답을 주지만 솔직하고 엉뚱한 조언으로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상담자는 공통적으로 그때의 조언이 참 감사했다고 답한다. 상담자에게 필요한 건 삶의 정답이 아니라 자기처럼 진지하게 이 고민에 대해 생각해주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생기는 거니까.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요즘 현대인들에게도 필요하지만 쿨해지기 위해, 자기 얘기를 섣불리 꺼내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사람이, 익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뭐 유사한 유투브 채널이 있긴 하다. SNS로 사연을 주고 받는데 상대방의 고민이지만 해결책을 같이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공개된 유투브 채널보다는 나미야 잡화점처럼 은밀한 공간이 진실된 나만의 이야기를 꺼내기엔 최적화되어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나와 있는 장치들이 너무나 매력적이라서 책의 내용이 끝나고도 상담의 의미에 대해 한참 동안 곱씹어봤다. 전문가도 아니고 배운 것도 비교적 없는 도둑들이 상담한 게 소설에서만 가능한 걸까? 손편지는 상대방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오로지 고민에 대해 같이 진지하게 고민한 진실과 진심만을 담았다. 손편지로 상담을 받은 사람들은 상담의 내용대로 따라가기도 하고, 내용과 반대되는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어떤 선택을 했든 본인만의 색깔로 나머지 삶을 개척하고 있다. 결국, 나미야 잡화점이 상담자에게 준 것은 믿음이었다. 나조차 나를 믿지 못할 때, 나미야 잡화점은 그런 당신을, 당신의 인생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고 대답한 것이다.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고, 누구나 나미야 잡화점처럼 내 미래에 대해 확신을 주는 조언을 받고 싶어한다. 나미야 잡화점은 미래를 알고 있을 때나 미래를 알지 못할 때도 진심으로 상대방을 생각해서 답한다. 편지를 보낸 상담자를 알지는 못하지만, 상담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결국 훌륭한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나미야 잡화점으로부터 믿음이 담긴 답장을 받은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게 되고 최선을 다하게 된다.
삼인조 도둑이 마지막 상담을 마치고, 나미야 잡화점에 대한 불신으로 빈 내용의 편지를 홧김에 보내버린다. 하지만, 빈 편지지로만 가지고 진짜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는 언제나처럼 이번 사연 또한 모든 진심을 다해 이에 답한다.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드는 뭉클한 이 답변은 새 출발하는 삼인조 도둑뿐 아니라 나를 포함한 불안한 미래에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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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 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는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것은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보습니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쟈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훨활 피어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상담 편지에 답장을 쓰는 일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먼짓 난문을 보내주신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 나미야 잡화점 드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기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슴 훈훈한 이야기
30여 년 동안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삼인조 도둑 쇼타, 고헤이, 아쓰야는 예전 주인 앞으로 도착한 고민 상담 편지를 발견하고 상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점점 빠져든다...시간이 멈추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공간 나미야 잡화점! 인생의 지도에서 길을 잃었다면 꼭 들러야 할 곳......
책의 뒷표지에 쓰여진 광고글이다.
막 이야기를 다 읽은 나는 이미 알려진 뒷표지의 글만 전할 수 밖에 없겠다는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
왜냐하면 읽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밌으면서도 가볍지 않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게 읽을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 책 읽기를 싫어했던 자신을 독자로 상정하고,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결과물로 보자면 성공한 것 같다. 어린 시절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책에 맛을 들이는 나도 던져버리지 않고 끝까지 읽어버렸으니까^^
그저 작가의 명성과 표지그림에 혹해 사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추리소설로 유명한 작가의 명성에 힘입에 잘 안 읽지 않는 분야의 책도 재미있게 읽어보겠다고 한 두 권 구비해놓았지만, 이 책이 읽은 첫 권이 되고 말았다. 익히 읽어서 명성을 알고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기쁨도 있겠지만, 나와 같이 처음 접하면서 이렇게 빨려 들어가는 것도 작가의 다른 영역으로 다가가는데 좋은 지름길이기도 할 것이다.
전기 회로와 같이 짜임새 있는 그물 같은 구조, 그 인물들을 연결하는 선들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인 전구(이 작품 혹은 주제)를 밝히고 있다. 이 지점은 뭐지? 이 연결선은? 하고 당겨보다 보면 어느새 이곳과 저곳이 연결되어 있다. 미로 같으면서도 길을 잃지 않는 작가의 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추리 소설로 단련된 작품의 구성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감동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고 줄거리를 막 얘기하고 싶다. 입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고, 본문의 몇 문장을 내 맘에 담는다. 나의 흐린 지도가 있는 편지지에 확실한 길을 그리고 싶다.
p.79 사랑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것은 죽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 아무 걱정 말고 네 꿈을 향해 후회 없이 뛰어보라.
- 그 전에 먼저 꿈이라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해 봐야 될 것 같다. 머지 않아 마흔을 바라보겠지만, 나의 어린 시절들은 그저 살아내기에 바빴던 것 같다. 아직 내 자신에 대해서는 초보자가 아닐까.
p.139 훌륭한 말은 뭔가 한 가지라도 성공한 다음에 해야지...뭐든 하나라도 성과를 냈어?...한 가지에 몰두하기로 결심을 했으면 그만한 것을 남기라는 말이야
-때로 우리는 쉽고 혹하고 쉽게 꿈꾸고, 두려움에 쉽게 포기하고, 막연함에 뒤로 물러서곤 한다. 꼭 정상에 서지 않아도 내가 하는 일의 성과는 내 자신이, 그리고 나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p.159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마음이나 감정이 혼란스러울 때 수행하듯 집착하지 말고 흘려보내야지 한다.
그러나 역시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동안 의지가 약한 나는 마음에 흔들리고 방황한다.
내 마음이 가는 곳, 내가 자연스러이 원하는 것, 그것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리고 내 앞의 누군가에게서 흘러나온 소리도 두 귀 쫑긋하여 내 일처럼 들어주어야 한다.
p.167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자신만큼 자신의 인생에 성실한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불안하고 두려워서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한다. 상담이든 수다든. 나는 쏟아냄으로써, 상대의 것은 들어줌으로써 우리 서로는 각자의 답을 찾아 가는 것이다.
p.199 일이 잘 풀린 건 전적으로 이 사람의 일이야. ... 내 답장이 도움이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인간의 상상력과 의지는 무한하며 기적을 일으킨다. 자주 자신의 의지 박약을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더 나은 곳을 향한 다짐을 해야 한다. 그런 순간들이 우리 자신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p.204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낳지 않는 게 좋다.
-어떤 준비나 계획도 없이 부모가 되었다. 때로는 감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역할 과부하 속에서 나의 힘겨움을 아이에게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생명을 주었으나 즐겁지 않은 경험을 하게 하지는 않는지, 난 아이를 위한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만한 부모가 될 수 있는지 반성한다.
p.258 가족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좋은 일로 잠시 헤어져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족의 참모습....
-그래야 함을 알고는 있지만, 종종 다 놓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이기심을 발산할 때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함께 해야 하는 성숙함을 생각한다. 노력한다.
p.264 가장 소중한 건 우리 가족이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버지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목숨이라도 바칠 각오야.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그랬는지.. 내 곁에 있는 배우자가 그러한지.. 내가 가장이라면 책임을 사랑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우직함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나에게 묻는다.
p.269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느낀다. 서로를 이어주던 마음의 끈이 뚝 끊기는 순간은 인생에서 겪은 가장 큰 괴로움이라는 말이 가슴을 열게 한다. 우리는 나누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소통하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p.305 결국 인생이란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개척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은 도움에서 그친다. 결국은 내 한 몸 이끌고 나가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다. 우리는 각자 다 자기자신이다.
p.349 집에서 남편을 내조하는 것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여자로서 자립
-자립이라는 게 어떻게 정의내리는 것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일반적인 의미로는 금방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자로서 요구받는 역할을 해낸다는 면에서 보면 자립이라 할 수도 있겠다. 전업 주부로서 내조, 자립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 짚고 넘어가본다.
역자의 말 중에서
p.450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지렛대가 되는 신기한 기적의 문을 열어 보인 것이다. 세월을 건너뛰어 우리 모두는 언제 어디서 서로 얽히는 것인지.
-전기 회로와 같다는 인물 사이의 인연의 끈이 서로에게 인생의 지렛대가 된다. 결국에 사람은 내 속에서, 그리고 사람사이에서 완성되나 보다. 이제는 나의 지렛대를 살펴보고 나의 얽힌 것들을 둘러볼 차례가 온 것 같다.
p.454지금 선택한 길이 올바른 것인지 누군가에게 간절히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고민이 깊어지면 그런 내 얘기를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울 것 같다.
-우리는 종종 서로에게 묻고 넋두리한다. 그러나 그렇게 내놓고 털어버리고 다짐을 하고 확인을 하는 사이에 길은 선명해지는 것 같다. 오늘도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고 왔다.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해결해 주지 않고 듣기만 해도 누군가가 길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참으로 뿌듯하고 기쁜 일이다.
p.452 당신의 노력은 절대 쓸데없는 것이 되지 않습니다.
항상 책을 읽고 나면 그럼 나는? 하는 질문이 남는다. 그러나 역시 읽고 나누고 쓰고 하는 이 순간순간들도 내 인생에 대한 노력이다. 이런 나의 노력도 절대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는 위로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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