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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시간을 아세요?

안 에르보 글, 그림 / 이경혜 역 | 베틀북 | 2003년 09월 15일 | 원제 : L'Heure V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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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3년 09월 15일
판형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쪽수, 무게, 크기 32쪽 | 506g | 235*318*1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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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명)

그림 : 안 에르보 (Anne Herbauts)
벨기에 위클에서 태어나 왕립 브뤼셀 미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를 전공하고 카스테르만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 졸업과 동시에 그림책을 내기 시작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이며 시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림책 작가로 인정받고 있지요. 쓰고 그린 책으로는 『조약돌 주우러 갈까?』, 『꼭두새벽을 보았니?』, 『엄마 아빠랑 난 달라요엄마 달라요』, 『비비가 올... 벨기에 위클에서 태어나 왕립 브뤼셀 미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를 전공하고 카스테르만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 졸업과 동시에 그림책을 내기 시작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이며 시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림책 작가로 인정받고 있지요.

쓰고 그린 책으로는 『조약돌 주우러 갈까?』, 『꼭두새벽을 보았니?』, 『엄마 아빠랑 난 달라요엄마 달라요』, 『비비가 올 거야가 거야』, 『나뭇가지 아이와 하나이면서 다섯인 이야기나뭇가지 이야기』,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내 들어주세요』, 『바람은 보이지 않아않아』 등이 있으며,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로1999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새로운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주로 쓰며, 영어와 프랑스어로 된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어요. 그림책 『행복한 학교』 『새를 사랑한 새장』, 동화책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사도사우루스』 『말 더듬는 꼬마 마녀』 등을 썼고, 『무릎 딱지』 『뉴욕에 나타난 곰』 『가벼운 공주』 등을 우리말로 옮겼어요. 무엇이든 선물하고, 선물 받는 것을 참 좋아해서 작은 선물 가게를 꾸린 적도 있고요. 그래서 이 책을 옮기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주로 쓰며, 영어와 프랑스어로 된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어요. 그림책 『행복한 학교』 『새를 사랑한 새장』, 동화책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사도사우루스』 『말 더듬는 꼬마 마녀』 등을 썼고, 『무릎 딱지』 『뉴욕에 나타난 곰』 『가벼운 공주』 등을 우리말로 옮겼어요. 무엇이든 선물하고, 선물 받는 것을 참 좋아해서 작은 선물 가게를 꾸린 적도 있고요. 그래서 이 책을 옮기는 일이 더욱 즐거웠답니다.

예스24 리뷰

생각에 잠기고, 꿈을 꾸게 하는 시간을 아시나요?
김미정(sbbonzi@yes24.com)
알고는 있지만 어려운 어떤 개념을 여러 번 설명하다가 실패하자 드디어 상대는 이렇게 요구한다. "다섯 살 짜리 꼬마에게 말하듯 설명해봐"라고. 그럴 때 가장 좋은 표현법 하나를 권유하라면 단연코 '비유'를 가장 우위에 두겠다. 가령, 이런 경우도 말이다. 창가에 기대 앉아 책을 읽다가 그림자가 책장을 덮어 좀 어둡다 싶은 그 시간, 읽던 책을 그대로 펼쳐 놓은 채 생각에 잠기고 꿈을 꾸는 시간, 펼친 책장이 희미한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그 시간을 다섯 살 꼬마에게 전해야 하는 난감한 경우에도 비유의 언어는 마법을 타고 상대의 귀에 들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낮에서 밤으로 곧장 흐르던 옛날, '태양 왕'과 '밤의 여왕'만이 살던 그 때, 낮의 세상은 이글거리는 '태양의 왕'이 나타나면서부터 자기 색깔을 찾는 화려함으로 가득해지고, 컴컴한 어둠이 찾아오면 모든 것을 암흑으로 바꾸어 버리는 냉정한 얼굴의 '밤의 여왕' 이 지배하게 된다. 두 왕의 분명하고 팽배한 대립이 있던 시간 사이, 그 이분법적 세계를 흔들 '누군가'의 존재가 조용히 다가온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하루의 시간이 그렇게 낮과 밤만을 곧장 흘러가지 않기에 조용히 나타난 그 존재는 낮과 밤 그 사이사이, 빡빡하게 도는 생존과 생활 사이에 놓인, 잔잔하고 고즈넉한 모양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여기서부터가 세상의 꼬마들에게 전하는 안 에르보의 상상의 위력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안 에르보는 그 상상력의 이름을 '파란 시간'이라 이름 짓는다.

어른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것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아이는 그것을 자기들의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언어로 바꾸어 이해한다. 이 '파란시간'은 아이 적의 가슴을 잃지 않은 작가가, 어른의 언어를 아이의 언어로 건너게 하는 상상력의 다리가 된다. 원제 '텅빈시간'(L' heure vide)이 말해주듯이 어른들이 말하는 텅 빈 그 시간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기까지 안 에르보의 설명은 명쾌하기만 하다.

샛노란 태양 왕과 시커먼 밤의 여왕의 당당한 모습에 반해, 길고 마른 몸에 푸르스름한 외투를 걸친 슬프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파란 시간은 낮과 밤이 서로 으르렁 대며 싸우는 동안, 부드럽게 우리의 일상 안에 고인다. 해질녘에만 자리했던 파란 시간은 새벽공주를 사랑하게 되면서 새벽녘 즈음에도 자기 빛깔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또한 하얀 장미를 책 속에 끼워 넣은 덕분에 안개 낀 밤의 중간에서도 등장 한다. 혹은 책을 읽고 난 아이에게서도 그 파란 시간을 찾아볼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의 단단한 문화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느라 방황하는, 누구에게 집중 받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을 알리려 하는 아이의 모습 안에서, 파랗고 슬프고 우스꽝스러운 자신을 보게 될 테고 그 아이의 영혼 안에 파란 흔적을 두고 가는 걸 잊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내 어린시절에도 이런 그림책이 있었다면 나는 꼭 시인이 되었을 텐데"라고 말하는 역자의 고백은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읽은 글귀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불문학자의 글에서 읽은 건데 불란서 사람들은 해가 지고 사물의 윤곽이 흐려질 무렵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한대. 멋있지? 집에서 기르는 친숙한 개가 늑대처럼 낯설어 보이는 섬뜩한 시간이라는 뜻이라나 봐. 나는 그 반대야. 낯설고 적대적이던 사물들이 거짓말처럼 부드럽고 친숙해지는 게 바로 이 시간이야. 그렇게 반대로 생각해도 나는 그 말이 좋아. 빛 속에 명료하게 드러난 바깥세상은 사실 나에겐 맨날맨날 낯설어, 너무 사나워서 겁도 나구, 나한테 적의를 품고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아서 괜히 긴장하는 게 피곤하기도 하구. 긴장해 봤댔자지.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기껏해야 잘난 척하는 게 고작이지. 그렇게 위협적인 세상도 도처에 잿빛 어둠이 고이기 시작하면서 만만하고 친숙해지는 거 있지. 얼마든지 화해하고 스며들 수도 있을 것 같은 세상으로 바뀌는 시간이 나는 좋아."

해질녘 그 시간은 울다가 잠에 잦아드는 아이처럼, 모든 것에 깃든 욕망이나의지 따위는 내려놓고 뭐든 잘 이해되고 그저 다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은 넉넉한 기분을 알게 해 준다. 일상의 빡빡함 뒤에 얇게 낀 엷은 미소처럼 말이다. 어느 해질녘, 파란 시간의 비밀을 간직한 채 혼자서 넉넉한 기분이 되어 배시시 웃고 있다가 마침 놀러 온 조카아이와 눈이 마주치게 되더라도 나는 근사한 대답하나를 할 수 있으리라. 또한 다섯 설 꼬마에게 이 '흐릿하고 포근한' 시간을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 없이 멋진 선물 하나도 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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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극히 아름답고 세련된, 시적인 그림책 한 권이 있다. ‘텅 빈 시간(L'heure vide)’이란 원제까지 떠올려 보면 철학적이기까지 한 책이다. 옮긴이로서, 아동문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하게 되어 몹시 기쁘고 행복하다.
아이들은 모든 추상적인 것들을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인격체로 바꿔서 받아들이는 힘이 있다. 이 그림책을 만든 안 에르보야말로 그런 어린 시절의 능력을 잃지 않은 드문 작가이다. 어른들이 어렵게 말하는 텅 빈 시간, 파란 시간의 개념이 그의 그림책 속에서는 길고 마른 몸에 푸르스름한 외투를 걸친, 슬프고 우스꽝스런 얼굴의 남자로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파란 시간은 하루의 시간대로 보면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해질녘의 짧은 시간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생활이나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라는, 맹렬한 시간들 사이에 낀 잔잔하고 고즈넉한 시간이다. 생각에 잠기고 꿈을 꾸는 시간. 그것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야 하는 존재들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슬프고 아름다운 시간이다. 그 파란 시간이 해질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벽 공주를 사랑하게 된 덕분에 새벽녘에도 우리는 그를 볼 수 있고, 하얀 장미를 책 속에 끼워 넣은 덕에 하얗게 안개 낀 밤의 틈바구니에서도 우리는 그를 만날 수 있다. 파란 시간의 철학적 깊이와 아름다움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아이들은 파란 시간의 슬프고 우스꽝스런 이미지를 가슴에 품게 될 것이다. 그것이면 아이들의 영혼은 한 순간이나마 파란빛으로 물들 것이고, 밤과 낮만 알았던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이가 될 것이다. 내 어린 시절에도 이런 그림책이 있었다면 나는 꼭 시인이 되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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