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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1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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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08g | 145*210*18mm |
ISBN13 | 9791190538510 |
ISBN10 | 1190538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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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내 인생의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나이인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20대에 했던 미래에 대한 고민, 나에 대한 고민,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고 있을 뿐이다. 20대때 답을 얻지 못했던 그 질문들에 대해 지금은 정답에 얼마만큼 접근 할 수 있을까.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살게 되면, 내가 놓쳤다고 생각했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될까? 더 나은 삶, 더 나은 나를 생각하며 눈물도 많아진 요즘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눈물은 참아야 하는 것, 나쁜 것, 약한 것이라고 교육받아 왔기에, 눈물을 흘리며 뒤따라오는 죄책감이나 자괴감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눈물이 나려고 하면 어디 숨을 곳부터 찾아야했다.
하지만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한다. 왜냐하면 울음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공격성을 씻어 내는 배출구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공격성이나 공포 혹은 슬픔이 눈물이라는 맑은 분비물을 통해 방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울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좌절이나 슬픔을 경험할 때 해결되지 않은 공격성이 울음이라는 통로를 통해 빠져 나가게 놔두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쩌면 울음은 한없는 어둠으로 우리를 잡아 끌어내리는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굿판일지도 모른다. (p.71)
이 부분을 읽고 어찌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여태껏 흘렸던 나의 눈물을 모두는 아닐지라도 일부는 정당하다고 말해주는 듯 했다. 이제는 더 이상 분노와 슬픔을 씻어내기 위해 눈물을 흘린 후에, 영화나 책을 보고 슬퍼서 울었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나의 인생 후반전에서는 내가 좀더 괜찮은 나라고, 나는 치열하게 살았고,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으며, 뭐든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줄 것이다. 내가 나를 믿고 내가 스스로 나를 강하게 만든다면, 그 어떤 외적 스트레스 혹은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피어 오르는 약하고 나쁜 생각에 굴복하지 않고 좀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스스로 한심하고, 모자라고, 허둥대는 결점투성이로 바라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착하고, 남을 배려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바라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똑같은 나인데도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틀리면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고, 부당한 지적에는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늘 피해만 본다는 사고에 물들지 않고, 타인과 대등한 관계에 설 수 있는 태도 또한 나를 믿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내가 나를 믿지 않는데 누가 나를 믿어 줄 것이며, 내가 나를 보호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보호해 주겠는가. (p.93)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부터 살아야 하는 나의 인생2막을 잘 살아 내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생을 다 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웰 다잉’ 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남에게 피해 주는 걸 그렇게나 싫어했던 아버지는 갈 때 조차도 조용히 돌아가셨다. 토요일 밤 주무시다가 새벽에 돌아가신 것이다. (p.175)
사실 나는 자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다. 아픔도 고통도 또한 슬픔도 없이, 남편의 손을 잡고 편안하게 잠을 자다가, 생을 다하여 편하게 휴식하게 되는 그 순간을 바라고 또 바란다. 물론 이는 내가 나이가 아주 많이 들었을 때, 내 자식의 자식들과도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살 만큼 살아서 생을 다 하게 되었을, 그 순간에 그렇게 바란다는 뜻이다. 절대로 병원의 침대에 누워 생명유지장치를 대롱대롱 달고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닌, 따뜻한 내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있으며, 평소의 나의 우아하고 존엄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줄 수 있는 만큼의 사랑과,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의 곁을 떠나갈 때 잘 떠나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상적인 부모는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법이니까. (p.200)
자식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특히 아이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진심인 편이다. 자식들에게 최대한의 사랑을 주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만, 때로는 내가 잘 하고 있는게 맞는지, 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 부족하여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불안하다. 그런데 여기서,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말란다. 그 말 한마디로 묘하게 위로가 된다. 나는 아이들이 나의 곁을 떠날 때 씩씩하게 용감하게,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신들의 삶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진짜 잘! 떠나보내고 싶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버킷 리스트에 관한 얘기도 나온다. 나도 항상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어 봐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아직 한 번도 리스트를 작성해보지 못했다. 이제 인생의 중년을 달리고 있으며, 인생 후반부를 생산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한 기념으로, 버킷 리스트도 한번 용기내어 작성해 봐야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니 참. 나도 이제서야 씩씩하게 한 걸음 나아갈 때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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