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는 복음서가 어렵습니다. 귀신이 등장하고, 귀신은 예수님께 부탁을 하고, 예수님은 기도로 그 병을 고쳐주십니다. 하물며 손만 대어도 병이 낫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때 어떤 학자들은 복음서 속에서 ‘역사’를 발굴하면 현대인들에게 유의미한 결과를 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실제 팔레스타인 땅을 거닐던 예수님의 진짜 역사가 핵심이라 생각했습니다. 복음서 속에서 예수님이 진짜 남기셨던 흔적과, 후기 교회가 덧붙인 흔적 사이를 구분하려 애썼습니다. 반면 어떤 학자들은 복음서 속에서 ‘역사’를 발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연구해도 그가 발견한 것은 예수님을 만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었습니다. 네, 루돌프 불트만은 후자에 속한 사람입니다. 그는 복음서를 연구하는 신약학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주장합니다. 복음서를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의 신앙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신화』는 루돌프 불트만이 주장했던 비신화화(Entmythologisierung) 이론을 잘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가 보기에 복음서의 핵심은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의 신앙입니다. 따라서 그는 현대인들이 복음서를 통해서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처럼) 신앙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현대인들은 복음서 곳곳에 있는 (귀신이 등장하고 기적이 일어나는) 고대의 신화적 세계관 앞에서 걸려 넘어집니다. ‘십자가의 걸림돌(갈 5:11)’ 앞에서 넘어져야 참된 신앙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신화적 세계관이라는 어설픈 걸림돌 앞에서 넘어지는 겁니다. 따라서 그는 신화적 세계관의 걸림돌은 걷어내고 참된 십자가의 걸림돌이 드러나게끔, 성경을 현대인들에게 걸맞게 해석할 것을 제안합니다. 신약학자의 정체성 및 설교자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부분입니다. 이것이 바로 비신화화(Entmythologisierung)의 핵심주장입니다.
불트만의 주장은 예리합니다. 그의 통찰은 여전히 반짝입니다. 오늘날에도 유의미합니다. 하지만 그의 논리에는 시대의 한계에 따른 문헌적 오류가 있습니다. 또한 조직신학자의 주장이 아닌 만큼 완결성 있는 신학 체계가 아닌 제안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역자 이동영 교수는 번역에 더해 가이드까지 겸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신화』를 오늘날에 걸맞게 다시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문과 해제를 통해 맥락을 명료하게 해설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부분과 다소 한계가 있는 부분을 콕콕 집어내는 솜씨가 매섭습니다.
본서는 고전입니다. 고전에는 별다른 추천이 필요 없습니다. 저자를 알고, 제목을 알고 있다면 본서를 소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