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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작가이자 기자. 광주 MBC 보도국 사회부에서 10년간 사건·사고, 범죄, 재해를 취재하며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고 기록해 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집단 발포와 민간인 학살의 책임 규명을 위한 탐사보도, 그리고 법조 비리·기업 부패를 고발한 기사들로 5·18 언론상,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방송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The Nation, CNN 등 미국 매체를 통해 한국의 참사와 학살을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기자로 다양한 언론사와 협업해 취재와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IN 연재 〈경계의 사람들〉에서는 사회에서 누락당하고 거절당한 이들, 그리고 이들을 다시 삶으로 이끄는 환대의 목소리를 함께 기록한다.

작가의 추천

  • 작가 김민철이 평생 갈고 닦은 설득과 애호의 기술이 그가 가장 사랑해온 세계에 도달했다. 독서의 세계다. 지독하게 아껴온 책 앞에 선 ‘읽는 인간’은 경이와 황홀을 고스란히 내어놓길 두려워하지 않는다. 순도 높게 감탄하고, 삶을 다해 감응하는 감수성은 참으로 탐나는 것이라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술렁였다. 줄어들지 않는 사랑의 힘을 가진 작가가 밑줄 그은 책들이 이 안에 있다. 잘못 읽거나 틀리게 읽는다는 ‘오독’을 내세워 독해의 자유를 허하는 가이드인 줄 알았더니, 오독의 의미를 새로 발견하는 책이다. 책과 책을 엮어 더 나은 이야기를 찾고, 책과 삶을 엮어 자기 서사를 다시 쓰며, 책과 사람을 엮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오독이라면, 그 독서법을 내 삶으로도 들여오고 싶다. 이 책 이후로 작가 김민철을 재정의하도록 하자. 생생한 목소리로 말을 거는 그는, 우리의 경험을 추동하러 온 작가다.
  • 기자 심수미라는 인간의 관점으로 잠시 살아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취재를 이끌며 ‘나라를 구했다’라는 말을 듣던 심수미가 방송기자다운 간결함과 담백한 진솔함으로 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기의 특종에서 시차를 두고 쓰인 이 책은 정직함을 무기로 택했다는 점에서 내가 아는 심수미답다. 질곡을 겪고 투명을 선택하는 용기가 빛난다. 저널리즘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빚졌는지 그 명과 암을 소상히 밝히며 세상에 하나라도 더 돌려주고 싶어하는 태도는, 아는 것을 최대한 널리 알리려는 직업의식의 연장이다.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은 현업자로서 심수미 기자가 체득한 걸 아낌없이 풀어놓았으니, 미래의 기자들이 이 안에서 살아 있는 경험담을 건져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자기 분야에서 10여 년간 분투해온 한 여성이 일이 주는 희로애락을 도려내지 않고 직면한 덕에, 웃고, 울고, 화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담대하게 굴다가도 뒤돌아 아파하는 그의 삶이 입체적으로 전해진다. 동시대인에게 끈질기게 묻고, 동시대와 끊임없이 호흡해온 기자가 남길 수 있는 글이다. 참으로 인간적인 미시사를 써냈다.
  • 이 책 없이 엡스타인 파일만 보는 건 진실의 반만 보는 것이다. 이 회고록은 침묵을 깬 생존자의 마지막 외침이며 생을 걸고 거듭한 증언의 최종본이다. 모든 면을 기록했다 싶을 정도로 치밀한 서술은 트라우마 안에 갇혀 반추했을 고통스러운 시간을 그 자체로 증빙하며 피해자에게 가해진 가혹한 의심과 부당한 낙인을 하나씩 논박한다. 이 책에 담긴 건 엡스타인과 그 주변 권력자들이 저지른 끔찍한 학대나 숨 막히는 고문, 무책임한 방조의 흔적만은 아니다. 이것은 권력의 견고한 비호를 받는 가해자들과 온몸으로 맞서 싸워 기어이 세상을 바꾸려 한 인간의 용기 있는 기록이다. 가진 자들이 덜 가진 자들을 인간 이하로 다루며 인간성의 가장 연하고 아름다운 부분을 훼손하려 할 때조차도, 결코 꺾을 수 없는 존엄성이 인간 안에 존재한다는 걸 입증해내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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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밑줄긋기

꿀*니 2026.02.24.
p.207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맥락을 제거한 채 화해를 강요하는 일이 아니라, 지워진 맥락을 복구하는 작업이다. 또한 김지수 기자가 말했듯 "갈등의 맥락을 재배치해 더 나은 언어를 설계"하는 일이다. 갈등이 있다고 외치기보다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묻고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꿀*니 2026.02.22.
p.261
제대로 슬퍼하려면 기억을 나누어야하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오래 슬퍼하려면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꿀*니 2026.02.22.
p.261
자신의 고통을 대중 앞에 꺼내든 사람은 취약해진다. 사적인 감정은 스스로 처리하라는 나무람이나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는 짐짓 이성적인 체하는 반응도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반복 재생하면서까지 해내려는 일이 무엇인지 짚어본다면 이런 말들은 힘없는 잡음에 불과해진다.
꿀*니 2026.02.22.
p.259
한 공동체가 슬퍼하기로 결정한 죽음을 들여다보면 그 사회가 욕망하는 사회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생각하도록 주어의 영역을 확장해 준다. '무엇을 애도하는 사회인가',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답변하는 과정은, 적어도 그 사회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지 정도는 눈치챌 수 있게끔 한다. 기저에 깔려있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불만 위에 죽음과 상실이 하나의 예시로써 얹힌다. 단편적이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충분히 제시하는 그 사례로 인해, 어렴풋했던 문제는 사람들이 이입하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가 된다.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게 한다.
꿀*니 2026.02.22.
p.238
일상을 살아가며 연민을 잊지 않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균형과 전환사이에서 기이한 파열음이 나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라는 건, 개인들의 자유로운 반응 속에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화학작용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며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 자유를 지켜볼 수 있을지를 더 자주 곱씹어보게 된다.
꿀*니 2026.02.22.
p.206
저항을 무효화하는 효과적인 방식은 억압된 자들이 들고 일어 났을 때 저항이야말로 갈등의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것이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뒤집는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교묘하게 맥락을 지우는 일이다. 언론은 갈등 상황을 '화해'가 필요하고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며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이쪽도 힘들고 저쪽도 힘들다고 나열하며 사안의 무게를 재려하지 않고 등가로 기록하고 지나간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의 효용은 매우 분명하다. 구조적인 오류를 수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다. 억압의 맥락을 자른 보도는 억압을 재생산하고 기존 질서를 공고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곤 한다.
꿀*니 2026.02.22.
p.202
오랫동안 고쳐지지 못한 채 고여있는 사회문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도할 것인지가 매우 의도적인 선택이며, 맥락이 있는 사건에서 맥락을 도려낸 채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공평한 비율'로 나열하는 건 실상 중립과 거리가 멀다. 물론 '갈등'이나 '논란'이라는 말을 제목으로 단 모든 기사가 중립을 가장하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말은 아니며, 실제 갈등 상황을 요약해 정리할 때에는 당연히 필요한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제목의 기사들을 약간은 미심쩍은 눈으로 보게 될 때가 있다. 중립적인 척하는데 불과하지는 않는지, 맥락을 자르지는 않았는지, 갈등과 논란을 단순히 중계하고 있지는 않는지, 중계한다는 명분으로 갈등을 재생산하거나 오히려 부추기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니까 언론 스스로가 갈등을 만드는 행위자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되어서다.
꿀*니 2026.02.22.
p.201
"페미니즘은 철학이나 이론이 아니며, 심지어 관점도 아니다. 이것은 세상을 몰라보게 바꿔놓는 정치 운동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정치적·사회적·성적·경제적·심리적·신체적 종속을 끝내면 세상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 그러곤 답한다. 우리도 모른다고, 한번 해본 다음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고. " 영국의 젊은 철학자 아미아 스리니바산 Amia Sriniyasan의 말이다.
꿀*니 2026.02.22.
p.167
고통을 언제 보여줘야 하고 언제 보여주지 말아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고통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하고 응시를 참아내야 하는가? 고통을 얼마나 보여주고, 또 가려야 하는가? 보여주기의 윤리와 보여주지 않기의 윤리는 누구를 지키는 것이며 누구를 위한, 향한 것인가?
꿀*니 2026.02.22.
p.161
우리는 사회 변화의 수단으로 고통을 전시하고, 그 전시를 위해 피해자를 설득할 때가 있다. 어떤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일,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이슈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일 자체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이를 위해 개인인 피해자들이 맡아야 하는 역할에 의심이 드는 것이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적 담론장 안으로 가져오고 여러 매체 앞에서 비슷한 말을 증언하는 노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지쳐가는 일이 대체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대한 논리 속에서 지나치게 쉽게 합리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떨쳐내기 어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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