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8
2026.07.21.
p.229
부모를 떠난 세월이 20년도 넘어 이젠 중년이 되었고 아이를 셋이나 둔 엄마가 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회복 중이다.이 지루한 시간이 지겹고 괴로워 그만두고 싶은 날도 많다. 다 덮어두고 모른 척하며 생각 없이 살 고 싶을 때도 있다.그러나 나를 위해서도, 내가 사랑하 는 이들을 위해서도 그래서는 안 된다.앞으로 얼마나 더 자기 대면을 하고 눈물을 흘려야 할지 모르지만 이젠 도망가지 않는다.그것이 나를 성숙하게 하는 길이고 내 가족을 지키는 길이기에 매일매일 치유하며 살기로 했다.때론 불행이 닥친다 해도심리치료사라고 해서 항상 마음이 평안하고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살다 보면 나도 몰랐던 상처가 건드려져서 아플 때도 있고,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거나 불행한 일이 갑작스럽게 몰아치기도 한다.아무리 성공하고 훌륭한 삶을 살아도 인간의 인생은 늘 꽃길이 아니다. 갑작스레 나타 난 진흙탕 길에서 누군가는 완전히 무너지고 누군가는 그곳을 빠져나와 회복한다.작년에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언니가 내게 너무나 익숙한 곳에서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느닷없는 소식에 심리치료사로서 언니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알 수 없는 분노로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같은 시기 친한 동생의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가까운 지인의 가족이 암에 걸리기도 했다.근 한 달 만에 벌어진 이 모든 일을 바라보며 잠잠했던 불안과 걱정이 치솟았다.나에게도 곧 이런 불행이 닥칠 것만 같았다.그래서인지 며칠 내내 악몽을 꾸고 명치 끝이 아파오는 고통을 느꼈다. 나는 우울하고 불안했다.예전 같았으면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무조건 억압하거나 회피하려 했을 것이다.하지만 나의 내면과 친해지고 나서는 나를 다독이고 격려하는 법을 배웠다."오늘 기분은 어때? 어제도 잠을 제대로 못 잤지? 아직은 많이 불안하고힘든 게 당연해. 너무 서두르 지 말자.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화가 날 수도 있 지. 울고 싶으면 울어도 괜찮아."마음속으로 나에게 말을 걸고 대답하며, 하루하루 마음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읽고 흘려보냈다.울고 싶으면 울고, 글도 쓰고, 내가 믿는 사람들과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위로받으며 마음을 회복했다.심리상담을 받고 마음을 공부한다고 해서 일상의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되거나 매일 행복한 것은 아니다.하지만 누군가 나의 상처를 건드리고 원치 않는 불 행에 넘어져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나고, 불행과 아픔을 다스리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나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 그렇게 나는 평생을 두고 회복탄력성을 키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