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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여자의 덕목은 남편 집안의 대를 이어주고 남편을 섬기는 것이라 믿었던, 지독히 구시대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들이 아니라서, 재능이 없어서 철저히 외면당했던 소심한 어린아이는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성인이 되었다. 나이만 먹으면 자연스럽게 엄마 노릇, 아내 노릇을 할 줄 알았건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에서 미술치료와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겁도 없이 애 셋을 낳고 기르며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마주하게 되었고, 인간 내면을 탐구하며 나 자신도 몰랐던 내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른이 넘어서야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 과거를 치유하고 회복하고 있다.

지금은 상처 입은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건강한 가정을 세우는 일을 하며 큰 기쁨과 소명을 느낀다. 현재 캘리포니아에 있는 ‘Child & Family Counseling Group’에서 심리치료사로서 어린이와 부모를 상담 및 교육하고 있으며 한국 이민자를 대상으로 상담교육, 부모교육, 마음 수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작품 밑줄긋기

r********8 2026.07.21.
p.239
결국 '진짜 어른'은 사회적 지위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내면이 성숙한 인격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 다. 이제 불혹을 넘긴 나도 이 세상에서 머물고 떠난 자 리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매일 고민하고 반성하며 살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년 이후의 얼굴은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 한 다. 거기에 덧붙여서 중년 이후의 삶은 오롯이 자신의 가치관과 인격에 달려 있다. 젊음도, 건강도, 재능도, 실 력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스러지고 남는 것은 오로지 인 품과 삶의 태도뿐이다. 젊은이들의 고개를 절레절레 흔 들게 하는 고집쟁이 할머니가 아니라 닮고 싶은 어른으 로 늙어가기로 오늘도 결심한다.
r********8 2026.07.21.
p.229
부모를 떠난 세월이 20년도 넘어 이젠 중년이 되었고 아이를 셋이나 둔 엄마가 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회복 중이다.이 지루한 시간이 지겹고 괴로워 그만두고 싶은 날도 많다. 다 덮어두고 모른 척하며 생각 없이 살 고 싶을 때도 있다.그러나 나를 위해서도, 내가 사랑하 는 이들을 위해서도 그래서는 안 된다.앞으로 얼마나 더 자기 대면을 하고 눈물을 흘려야 할지 모르지만 이젠 도망가지 않는다.그것이 나를 성숙하게 하는 길이고 내 가족을 지키는 길이기에 매일매일 치유하며 살기로 했다.때론 불행이 닥친다 해도심리치료사라고 해서 항상 마음이 평안하고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살다 보면 나도 몰랐던 상처가 건드려져서 아플 때도 있고,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거나 불행한 일이 갑작스럽게 몰아치기도 한다.아무리 성공하고 훌륭한 삶을 살아도 인간의 인생은 늘 꽃길이 아니다. 갑작스레 나타 난 진흙탕 길에서 누군가는 완전히 무너지고 누군가는 그곳을 빠져나와 회복한다.작년에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언니가 내게 너무나 익숙한 곳에서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느닷없는 소식에 심리치료사로서 언니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알 수 없는 분노로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같은 시기 친한 동생의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가까운 지인의 가족이 암에 걸리기도 했다.근 한 달 만에 벌어진 이 모든 일을 바라보며 잠잠했던 불안과 걱정이 치솟았다.나에게도 곧 이런 불행이 닥칠 것만 같았다.그래서인지 며칠 내내 악몽을 꾸고 명치 끝이 아파오는 고통을 느꼈다. 나는 우울하고 불안했다.예전 같았으면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무조건 억압하거나 회피하려 했을 것이다.하지만 나의 내면과 친해지고 나서는 나를 다독이고 격려하는 법을 배웠다."오늘 기분은 어때? 어제도 잠을 제대로 못 잤지? 아직은 많이 불안하고힘든 게 당연해. 너무 서두르 지 말자.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화가 날 수도 있 지. 울고 싶으면 울어도 괜찮아."마음속으로 나에게 말을 걸고 대답하며, 하루하루 마음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읽고 흘려보냈다.울고 싶으면 울고, 글도 쓰고, 내가 믿는 사람들과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위로받으며 마음을 회복했다.심리상담을 받고 마음을 공부한다고 해서 일상의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되거나 매일 행복한 것은 아니다.하지만 누군가 나의 상처를 건드리고 원치 않는 불 행에 넘어져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나고, 불행과 아픔을 다스리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나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 그렇게 나는 평생을 두고 회복탄력성을 키워가고 있다.
r********8 2026.07.21.
p.186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면 우리는 훨씬 더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다. 감정은 감정일 뿐이다. 개인이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본능적으로 나오는 반응인 것이다.그래서 시시각각 느끼는 감정엔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우리는 그 감정으로 인해 때로 '나쁜 행동'과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다.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솔직히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은 자녀도 키우다 보면 미워질 때가 있고 꼴 보기 싫을 때가 있다.이런 감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때 아이에게 심한 말을 하거나 체벌을 하는 '행동'이 문제다. 그 상황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나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사람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옳다. 그리고 감정은 영원하지도 않다. 평생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사는 사람도 없고 평생 미워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도 없다.우리의 감정은 늘 이랬다저랬다 한다. 그러니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드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때론 형제가 미울 수 있고 시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 심지어 부모가 미워지고 가끔 귀찮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직장에 가기 싫고 학교가 지겹고 공부가 하기 싫은 그 모든 감정은 다 나쁜 것이 아니다.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마음이 들어도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하면서 살아간다.그러니 감정을 억누르거나 애써 부정할 필요가 없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오히려 좋은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아주 무딘 사람이 된다.삶의 작고 소소한 희노애락을 놓친다면 삶의 즐거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고,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또한 내 감정을 제대로 읽어내고 표현하지 못하면 타인의 감정에도 예민할 수 없다.즉 공감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나 또한 오랫동안 나를 키워준 부모에게 고맙기도 했지만 참 밉기도 했다. 이런 이중적인 감정에 나 자신이 싫어질 때도 있었다. 어떻게 키워준 부모에게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을까? 어떻게 내 자식을 미워할 수 있을 까? 나는 효심도 모성애도 없는 나쁜 사람 같았다. 그렇게 감정을 부정하고 억압할수록 부정적 감정은 내 안에서 더 커지기만 했다.나는 감정을 공부하고 난 뒤부터는 시시각각 느끼는 내 감정을 인정하고 흘려보냈다.'그래, 그땐 그랬지. 그럴 수도 있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이렇게 내 감정을 흘려보내자 예전처럼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는 일이 거의 줄었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 이렇게 무거운 감정들 이 마음에 쌓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는 평안해졌다.
r********8 2026.07.19.
p.175
화해는 혼자 할 수 없다 우리는 종종 용서와 화해를 동일시한다. 그러나 용서와 화해는 전혀 다른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용서는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상대에 대한 부정적 감정으로 또 다른 악순환 을 만들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화해는 상대방과 다시 화 목한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를 용서했다고 해서 그 사람과 굳이 화목하게 지낼 필요는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용서가 곧 화해는 아니라는 것 이해해야 한다.
r********8 2026.07.19.
p.173
나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인간관계가 다 내 맘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의 간절함 이나 진정성과 상관없이 상대의 반응과 마음은 그의 선 택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가치관과 생각은 다 를 수밖에 없고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내면은 아직 덜 성장했을 수 있다. 흘러간 세월의 무게만큼 성숙하지 못 하고 그대로 굳어진 사람들은 가족이나 세상이 요구하 는 대로 변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용서는 나를 위해 하는 것
r********8 2026.07.19.
p.162
어렸을 적 상처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나의 내 면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상처받은 나 를 대면하고 애도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그때는 부모 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 집은 다른 집에 비 하면 나은 편이었다', '부모님도 못 배워서 그런 것이다', '이 정도로 자란 것도 다 부모님 덕이다'라며 부모를 먼 저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아픔을 넘기려 한다. 그 러나 해소되지 않은 감정과 상처는 반드시 인생의 어느 순간에 우리 발목을 잡는다.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러면 치 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감정은 터져 나와 흘러가야 한다. 그 당시 상처 받은 내가 표현하지 못했던 모든 감정이 터져 나와야 회 복이 시작된다. 이 해소 과정은 그 당시 괴롭고 힘들었 던 기억을 소환해야 하기에 두렵고 아프다. 그래서 대부 분은 그저 덮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로서 당연 히 가지고 누려야 했던 것들을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애도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상처는 아물기 시작한다.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면 이제 해결되지 않았던 나의 욕구를 채워야 한다. 인간은 각자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누군가는 명예나 부, 누군가는 인정 이나 자기실현일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 면 한이 된다. 한이 된 것은 후에 미련과 후회 또는 집착 이 된다. 해보고 싶었던 것, 원하고 바랐던 것을 어느 정 도 충족하는 것이 우리 내면의 성장에 꼭 필요하다는 말 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마음을 숨기기 때문에 내 면아이가 성장하지 못한다. 이 욕구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그 욕구를 채울 수 있다.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변화가 있고 성장이 있다. 이렇게 내면아이와 소통하 는 것이 진정한 어른으로 가는 길이다.
r********8 2026.07.19.
p.105
자존감을 키우고 싶다면 자유와 책임을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쌓이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이것들이 쌓여 자기 효능감이 발달하고 자기 주도성과 열정이 생기는 것이다.열정으로 원하는 일을 성취하는 경험이 반복될 때 비로소 자존감이 튼튼해진다.많은 사람이 주어진 일을 무척 성실히 해내면서도 자존감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부모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사회적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실패를 피하기 위해 하는 선택은 자존감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인생의 방향과 삶에서의 선택권이 본인에게 있음을 믿고 용기 있게 도전하며 결국 끝까지 해낸다.비록 그 일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하찮고 실패한 것처럼 보여도, 스스로 선택한 일을 책임진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더 큰 도전이 가능해진다.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인생의 목표가 사회적 인정이 아닌 스스로 해내는 성취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성공과 실패는 경험으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r********8 2026.07.19.
p.96
진짜 어른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스스로 얼마나 독립적인가'다.아무리 부모 자식, 형제지간이라 고 해도 각자는 다른 인격체다.다른 인격체를 가진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하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너무 많다.그 안에서 서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고통받는 관계들이 얼마나 많은가.건강한 소통은 상대방을 설득해서 결국 나의 뜻에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다.상대의 생각이나 의견이 나와 다르더라도 그 의견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건강한 소통에는 건강한 독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그래서 때론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필요하다.더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자립이 되어야 진정한 독립이다. 이렇게 건강한 독립을 한 사람만이 가까운 사람들의 집착이나 간섭에서벗어나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다.독립에는 반드시 자유와 책임이 따른다. 독립을 함으로써 누리는 자유를 책임지지 않는 사람은 이기적 이고 방탕해진다.나는 성인이 된 후로 내가 선택한 모든 일에 책임지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에서 배우자와 새로운 진로를 선택할 때 부모님의 동의를 구하진 않았지만 내 선택에 대한 책임에 최선을 다하며 그것이 옳았음 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스스로 자존감을 키워냈다.
r********8 2026.07.19.
p.84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사람의 행동이 바뀌려면 자신의 습관이나 신념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오랫동안 굳어진 행동이나 생각을 바꾸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분명 변하는 사람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깨 달은 사람들이다.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이런 깨달음은 보통 다양한 경험이나 교육에 의해 얻어진다. 회색빛으로 보이던 세상이 사실은 다채롭고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하고 부정적 인 내면의 목소리를 바꾸는 데 경험과 교육만큼 좋은 것은 없다.
r********8 2026.07.19.
p.76
어쩌면 인간의 인생은 그 '한 사람'을 찾아 헤매는 여정일지도 모른다.크고 작은 역경이나 실패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견뎌내는 능력인 회복탄력성도 그 토대는 '주변에 마음을 터놓을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는가' 에 있다.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총체적인 우울과 불안도 그 '한 사람'과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함께 사는 부모가 자녀에게 그리고 배우자 서로가 그 한 사람이 되어주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도 수많은 가정이 깨지고 있고 수많 은 가족이 서로를 비교하고 비난하면서 타인보다 못한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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