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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조사관으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에 작은 스피커 하나 연결하고 싶었다. 뭐 재미난 일 없을까 궁리하고, 틈틈이 읽고 쓰고 북한산에 간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는 이야기를 길어 올리고 싶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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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추천

  • 인권은 누군가의 고통과 투쟁의 자리에서 움트고 자랐다 .아픔과 그늘진 자리를 살피는 것은 인권의 마음이기도 하다. 인권의 마음으로 그늘을 살피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견딜 말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국어 선생님이 떠올랐다. 어느 날 선생님이 도서관 열쇠를 내게 주셨다. 선생님의 뜻밖의 선물로 나는 일요일마다 도서관 창가에 앉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읽고 생각하는 특권을 누렸다. 사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운동장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었다. 시골 아이의 그늘을 알아보신 선생님 덕분에 눅눅한 마음을 햇살에 말렸고 읽고 쓰기의 기쁨을 배웠다. 김형성 작가는 주눅 들고 움츠린 아이의 어깨를 알아보고 반짝이고 박수받는 자리가 아니라, 그늘지고 아픈 자리에 먼저 시선을 주는 이다. 선뜻 힘내라고 말하지 못하고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오래오래 생각한다. 나는 학교에 인권 과목이 생겨서 국어 영어 수학만큼 중요하게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아이들의 그늘을 살피고 읽는 일이 다름 아닌, 인권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임을. 김형성 작가의 그늘 읽기를 아니 인권 교육을 응원한다. 이제 우리가 다 함께 선생님의 마음을 읽을 차례이다.
  • 지질학자의 손에서 암석과 흙더미는 지구 시간의 증거가 된다. 공룡과 빙하기, 땅과 바다의 형성과 소멸, 생명의 연대기가 흙더미에 담겨 있는 것이다. 언어도 흙처럼 퇴적되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증명한다. 약자들을 향해 쉽게 뱉어진 차별과 혐오의 말들이 지표에 켜켜이 쌓이고, 그 말들은 무지, 무관심, 강자의 언어로 굳건히 지탱되는 듯이 보인다. 저자는 작은 삽자루를 꽉 쥐고 파괴된 말들의 층을 파헤쳐 속살을 드러낸다. 어떤 존재를 투명 인간으로 만드는 마이너스의 말들을 걷어내고 말의 존엄을 캐낸다. 인권은 본래 포크레인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는 묵묵한 ‘삽질’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고, 우리에게는 파괴된 언어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저자의 용감한 삽질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 다양한 삶의 무늬를 헤아리는 것이 인권의 마음이라 믿는다. 『완득이』는 이주민, 장애인,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약자 같은 무정한 이름 너머의 개인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웃고, 울고, 분노하고, 사랑하며, 미래를 꿈꾸는, 다양한 삶의 무늬를 가진 유정한 얼굴과 마주하는 동안 『완득이』는 먼 곳에 있는 타자가 아닌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완득이』를 응원하는 마음이 자신을 위로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더 많은 이들이 『완득이』와 함께 웃었으면 좋겠다.

작품 밑줄긋기

깅* 2024.08.13.
p.234
존엄은 쟁취된 것이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한 마치 하늘에서 툭 하고 존엄함이 떨어져 인간의 뼛속에 박힌 것처럼, 우리가 우리를 존귀한 존재라고 믿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모두가 존귀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인류의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귀족만, 백인만, 남자만, 비장애인만, 이성애자만 들어갈 수 있던 존엄의 테두리를 계속 넓혀 온 역사를 알고 있다. 그 역사의 페이지마다 형언할 수 없는 살육과 전쟁이 배제와 차별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깅* 2024.08.13.
p.231
쉬어야 할 때 쉬고 멈춰야 할 때 멈추는 능력, 그것은 현대의 많은 인간들이 오래전 잃어버린 능력이었다
깅* 2024.08.13.
p.229
목련꽃 같던 우리 불이가 생을 마쳤다. 피고 지고 썩고 다시 움이 트듯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이 모든 일이 자연의 한 과정인 줄은 알지만 내가 사랑하는 존재에 관한 것일 때 그것은 하나도 자연스럽지 않고, 당연한 것도 아니다. (…) 세상에 태어나 아무런 죄도 짓지 않고 오직 사랑만 주고는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여
깅* 2024.08.13.
p.228
매 순간 오감을 다 펼쳐서 살아가는 고양이라는 존재 덕분에 감각의 즐거움을 배운다. 촉각이 존재의 관계에 미치는 특별함을 생각하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냄새를 맡고 따스함, 부드러움, 말랑함, 촉촉함 같은 느낌들을 주고받는 행위는 얼마나 특별한가.
깅* 2024.08.13.
p.226
나에게 인권 지표를 개발하라고 한다면 숙식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시민의 수와 막춤일망정 일주일에 1번 이상 춤을 추는 사람들의 숫자를 여기에 포함시키고 싶다. 이러한 권리를 표현의 자유라든지 문화향유권과 같은 거창한 말로 설명하지 않고 걱정 없이 춤추고 씻으며 살 권리라고 표현한다면 인권이 얼마나 쉽고도 다정하게 들릴까? 인권위 법의 인권의 정의 없이 이렇게 쉽게 고치고 싶다. 시를 쓰는 것이 인권이다. 춤출 수 있어야 인권이다.
깅* 2024.08.13.
p.222
엇갈리는 주장과 상식에 어긋나는 조치들, 말장난 같은 억지가 가득 담긴 서류 뭉치를 받아들일 때 “다 사정이 있겠지”라고 말해 보면 어떻게든 시작할 엄두가 났다. 다 저마다의 사정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깅* 2024.08.13.
p.195
사실 나는 개인적인 문제로는 캐묻고 따지지 못하고 대강 넘어가는 편이다. 직업병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이 가져온 엉킨 실타래를 풀다가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그런지 내 일은 갈수록 웬만하면 어물쩍 넘기는 온순한 인간이 되어간다. 이런 온순함을 성숙해진 것으로 포장하고 싶지만. 솔직히 그냥 에너지 부족 현상일 뿐이다. 이거 굉장히 공감 ㅎㅎ
깅* 2024.08.13.
p.171
진정인을 대할 때마다 공중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야 사회생활의 기본기라 쳐도 이제는 마음에 없는 상냥함을 과장하는 것까지 어느새 기본기가 되어가는 것 같다.
깅* 2024.08.13.
p.159
법적 강제력 있는 결정을 포클레인에 비유한다면 권고는 나무 자루가 달린 작은 삽이다. 포클레인으로 한 시간이면 끝낼 일을 삽으로 몇날 며칠을 걸려 퍼내는 셈이다. 삽질하기 같은 인권위에 일은 그래서 함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포크레인 같은 힘은 없지만 여럿이 천천히 꾸준히 한 삽씩 뜨는 진정성이 있고, 그 힘으로 길도 뚫고 산도 옮길 수 있다고 감히 믿는다. 고속도로를 두고 국도로 돌아가는 형국이지만 이런 느림과 비효율은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 불가피한 시간과 비용일 수 있다. 인권위 제도의 의의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일이란게 이토록 비효율을 안고 천천히 느리지만 꾸준히 갈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점을.
깅* 2024.08.13.
p.156
머릿 속에서 그려지는 인권의 피해자들은 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무해한 존재이며, 선량한 시민이거나 무고한 희생자, 억울한 피해자였지만, 현실에서 만난 이들이 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때때로 악랄하고 위선적이고 탐욕스러운 존재에 가까웠다. 그때마다 나는 놀라고 당황하며, 인권을 보호한다는 것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지곤 한다. 인권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사람의 한계일 수도 있고 실제로 인권의 이념과 현실 사이에 까마득한 골짜기가 생긴 탓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들어 그 골짜기는 더 깊게만 느껴진다. 골짜기 위를 날아다니는 까마귀처럼 관조하듯 세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음을 고백한다.ㅡ 그놈의 인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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