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용기 사이에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읽었으면
여덟 명의 공저자 원고를 읽으면서 자주 멈추었습니다. 공저자들이 만난 학생이 몇 년 전 제가 만난 학생들과 겹쳐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공저자들은 맡았던 학생들을 향한 기억과 기록을 잘 가지고 계셨습니다.
초등 교사로 23년째 근무하는 저는 과연 어느 정도 진급한 제자들을 기억하고 응원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일할 수 없는 시스템이 특수교육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집필하신 선생님들 모두 고생 많으셨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서 보지 못한 자리에서 공저자들은 제자들을 품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2022년 창원천광학교에 가서 그림책 활용 수업 강의를 한 적 있습니다. 강의 의뢰를 받고 부담스러웠습니다. 특수교육은 잘 모르는 영역이었으니까요. 특수교육대상자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적용하는 부분은 저에게 기대하진 않겠구나 싶어서 수락했던 강의였습니다. 강의 마칠 때 어느 선생님이 혼잣말처럼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활동하면 좋겠다.”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그때 아이들을 향한 염원을 담았던 선생님이 기억납니다.
이러한 분들에 비해 저는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긴장하는 일 중 한 가지가 ‘통합학급 담임 여부’였습니다. 특수교육 연수는 받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결정하고 준비하는 일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사이동 점수까지 주는 ‘통합학급 담임’이기를 포기하고 같은 학년 선생님들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같은 학년에 특수교육 대상자가 학급 수만큼 배치되었다면 어쩔 수 없이 한 명을 맡기도 했는데요. 해당 학생의 학부모와 소통하는 일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교우관계는 풀리지 않는 실타래 같았습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결과와 제가 지도할 수 있는 역량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책이 진작 출간되었다면 1년 내내 힘들어했던 제가 해결책을 발견했을 텐데요, 이번 책이 반가우면서도 아쉽습니다.
또 한 번은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실무원이 매시간 함께해야 하는 해도 있었습니다. 해당 학생이 할 수 있는 조작 활동 위주로 우리 반 수업 내용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반 전체가 어울리게 수업을 구성하는 일도, 실무원이 우리 반에 두세 시간이 앉아 있는 상황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실무원 선생님은 학생의 수업과 생활에 도움을 주는 분입니다. 저를 관찰하러 오는 분이 아닌 줄 알면서도 매번 공개수업하는 느낌을 받았던 건, 저의 서툰 특수교육 이해가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번 책에서 실무원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따스함이 묻어나서 읽으면서 저도 미소를 지었습니다. 실무원 작가님은 아이를 돕고 응원하면서도 무대에 서는 일이 없도록 몸을 낮추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무원 작가님 글을 통해 저는 제 주변에 있는 특수교육 실무원뿐만 아니라 학생 교육을 위해 돕는 손길들에게 더욱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요』는 여덟 명의 특수교사와 특수교육 실무원,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가 함께 써 내려간 기록입니다.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저마다 다른 아이들을 만나 왔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결국 하나의 마음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아이가 오늘 하루, 조금 더 편안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입니다.
강화정 선생님의 「골방에서 교실까지」를 읽으며 저는 특수교육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용기로 만들어져 왔는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30년을 빛도 들지 않는 방 안에서 살아야 했던 삼 남매가 마침내 교실 문턱을 넘던 그 장면은, 제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여닫는 우리 반 교실 문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금호정 선생님이 그려낸 태민이와 준서, 민지의 이야기 속에서는 문제행동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아이들의 절박한 신호를 읽어내는 특수교사의 섬세한 시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더 잘 알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더 생겼다"라는 문장 앞에서 저는 오래 머물렀습니다.
두 분 포함 여덟 명의 결이 다른 목소리는 마치 서로 다른 악기가 모여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이루듯, 특수교육이라는 세계를 입체적으로 완성해 냅니다. 학교에서 배운 힘이 삶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제가 힘들다고 느꼈던 그 1년이, 어느 부모에게는 평생이었다는 것을요. 제가 부담을 가졌던 교우관계 상담 전화가, 부모의 용기로부터 시작된 연결음이었다는 것을요. 매주 흔들림 없이 특수교육의 자리를 지켜온 이 책의 저자들 앞에서 더 깊이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이 책에는 화려한 성공담만 담겨 있지 않습니다. 오해로 상처받고,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밤새 흘린 눈물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더 신뢰가 갑니다. 특수교육 현장을 미화하지 않고, 그 안에서 매일 흔들리면서도 끝내 아이 곁을 지켜낸 사람들의 정직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특수교육이라는 낯선 문 앞에 처음 선 부모님들께, 오늘도 교실에서 한 아이의 손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교사들께, 저처럼 통합학급 앞에서 흔들렸던 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합니다. 다시 시작할 용기를 함께 안겨 줄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함께 가는 힘으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