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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마음과 삶에 늘 관심을 두고 있었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만나고, 또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지에 대해 오래 생각했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었다. 『B01호에는 귀신이 산다』는 외롭고 위태로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이야기이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아이들의 마음 한구석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스마일맨』(2021), 『잃어 가는 것들』(2024)이 있다.

작품 밑줄긋기

r********8 2026.09.10.
p.225
"명성 아저씨. 보고 있죠? 저 졸업했어요. 제가 아버지와 담임샘의 사진도 찍어드렸어요. 쑥스러워하면서도 은근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아저씨도 함께였으면 분명 좋아하셨을 텐데. 하지만 저는 이제 너무 속상해하지 않으려고요. 아저 씨가 곁에 없다는 것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거든요. 아저 씨가 제게 남겨준 마음이 여기 남아 있으니까요. 저는 그 마 음을 잊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갈게요." 명성 아저씨는 더 이상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제 나는 안다. 아저씨는 더 이상 좁은 사무실에 갇혀 있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선가 훨씬 자유로운 모습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담임 옆에서, 아니면 아버지 옆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마디 거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은 그렇게 찍는 게 아니라고. 그 생각이 들자 나 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햇살 한 줄기가 내 어깨 위로 가만 히 내려앉았다. 한겨울의 찬 공기조차 잊힐만큼 따뜻했다. 명성 아저씨의 마음 같았다.
r********8 2026.09.10.
p.180
이곳에는 다시 찾은 친구 우성과, 목숨 같은 제 글과 그보다 더 소중해진 성재가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만나지 못 한 그리운 친구 성민. 어쩌면 성민을 만나게 된다면 이 세상 에 대한 미련은 조금 내려놓고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성이 주말만 되면 여기저기 다니며 성민의 흔적 을 찾았지만, 여전히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명 성은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 아니, 떠나고 싶지 않다.
r********8 2026.09.10.
p.126
"성재야, 내 얘기 잠깐 들어볼래?"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가 해주는 얘기라면 무엇이든 다 좋으니까. 아저씨는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 듯 아련한 표정으로 말 을 시작했다."아마도 글을 쓰는 건 내 오랜 꿈이었던 모양이야. 귀신이 된 이후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지는 못해도 기억과 함께했던 감정만큼은 또렷하게 느껴지거든.그래서인지 글을 쓰고 있는 네 모습을 볼 때면 후회와 미련과 같은 감정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아마도 귀신인 내가 낡은 연필을 쥐고서 여전히 책상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꿈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닐까? 네가 나처럼 미련 가득한 귀신, 아니 그런 어른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너는 지금 앞뒤 잴 필요도 없이 무턱대고 좋아하는 것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그런 시 절을 지나고 있으니까.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은 도전해 보는 게 어때? 넌 분명 글을 쓰는 걸 좋아하니까 말이야.""제가 글을 쓰는 걸 좋아하나요? 전 좋아하는 게 별로 없는데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어. 글을 쓸 때의 네 표정과 몸짓이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거든. 심지어 들숨과 날숨의 속도까지 다르지."그날 밤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했다.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게 재미있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었다.
r********8 2026.09.10.
p.120
내게는 나 대신 화를 내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위로를 해주는 아저씨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의 편이 되어준다는 게 이렇게나 좋은 것인 줄 예전에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람은 누구나 슬프고 괴로운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외로운 사람에게 슬픔은 바닷속으로 끝도 없이 가라앉다가 끝 내 깜깜한 해저 바닥에 처박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곁에서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바닷속을 헤엄쳐, 결국엔 물 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힘이 생긴다. 아저씨는 내게 위로이고, 구원이며, 떠오를 수 있는 힘이다. 그래서 형우를 이해해 보기로 했다. 나는 아저씨에게 충 분히 위로받고, 이해받았으니······. 당장 찾아가서 따져 묻고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할 만큼 상처를 많이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만 진짜 걱정되는 것은 따로 있었 다. 그것은 나의 존재가 아저씨를 이루는 어떤 것을 갉아 먹어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한없이 착하기만한 아저씨를 무섭게 변하도록 만든 원인이 바로 나니까. 엉망이 된 집보다 더 충격적인 광경은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공중에 둥둥 떠오른 채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은 내가 알던 아저씨가 아니었다. 공포 영화에 나올 법한 소름 끼치게 무서운 귀신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에게 아저씨는 단 순히 귀신이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존재이다. 내게는 유일한 빛이고, 위로이며, 가족이니까. 그래서 아저씨를 힘껏 불렀다.아저씨가 나를 알아볼 수 있도록, 아저씨가 자신을 기억할 수 있도록 몇 번이고. 다행히도 아저씨는 내가 알고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정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봐주는 유일한 가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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