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네 신앙과 신학에서 뼈대를 이루고 있는 중요한 개념을 여럿 다루면서, 이 개념들에 대한 우리의 기존 이해가 가진 문제점을 드러냅니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자신의 획기적인 대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이해가 충분하지 않음을 보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현실 속에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함을 거듭거듭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는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지만 이 역시 조금도 위압적이지 않으며, 부드럽고 잔잔하게 제시합니다. 그에 이어지는 ‘작은 제안’,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저자의 글은 정말 부드럽고 친절하며 따뜻하고 솔직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성경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서부터, 인간 이해, 죄와 원죄, 하나님의 뜻, 구원과 하나님나라, 회개, 믿음, 내세와 종말까지, 그야말로 우리 신앙의 핵심적 사안들입니다. 이 묵직한 주제들을 다 다루면서도 이처럼 간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쉽고 잘 읽히게 표현했다는 점 하나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이런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꽤 ‘조직신학’적일 것 같지만, 뜻밖에도 저자는 계속해서 성경 본문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풀이하되, 제2성전기와 유대교까지 넘나듭니다. 따라서 이 책은 성경 전체를 배경으로 한 간결하고 압축적인 ‘성서 신학’이라고 표현해도 결코 무리가 없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해석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면서 동시에 그만큼 고통스럽게 합니다. 저자의 글은 이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정답이 아닌, 고민을 제시하며 각자 어떻게 이해하고 응답해야 할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정답이 아니라, 나름의 답을 향한 고민과 모색을 정직하게 나누는 책이라 볼 때 본서는 정확히 그런 책입니다. 특히 그저 막연히 본문을 진지하게만 읽을 것을 넘어 구약과 신약 안에 담긴,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랑’을 견지한다는 점 역시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를 드러내지 않는, 소위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류의 책은 그저 속절없는 중립을 말하는 책이 되어버리고 쉽고, 현실의 예민한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도 하지 않는 두루뭉술한 원칙적 진술만 가득한 무책임한 책이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고민이 가득하지만, 솔직하고, 명확한 시선을 지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