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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저술, 번역, 퍼포먼스, 방송, 여성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학계를 나와서도 인간이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식 틀과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논문, 인터뷰, 르포, 칼럼, 에세이, 시 등 장르의 구분 없이 글쓰기의 가능성을 실험해 왔다. 지은 책으로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아무튼, 잠수』 『상처 퍼즐 맞추기』(공저) 『그 밖에』(공저) 등이 있다. 여성 우울증을 다룬 첫 책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2025년 출판 관계자가 뽑은 ‘21세기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선정되었다.

작가의 추천

  • 침묵.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영역 너머에 존재하며,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행자에게 침묵은 반복해서 돌아가야 할 자리이지만, 한편으로 침묵은 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재이기도 하고, 타인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관점의 군형감이다. 소리를 내는 일과 듣는 일, 고요한 곳에 머무는 일과 스스로 입을 다무는 일, 침묵의 성스러운 면과 잔혹한 면을 문학·음악·사회학·과학·역사 등의 다양한 분과를 넘나들며 치우침 없이 다루고 있다. 소음에 지친 사람이든, 고독이 두려운 사람이든 일단 집어들어 읽기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물도, 사물도, 사건도 아닌 침묵이라는 상태를 중심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매우 귀하니까. 생각해볼 거리가 가득하고, 진지하면서 무겁지 않은, 매력적인 논픽션이다.
  • 어떤 정신은 그 자체로 인류의 귀중한 아카이브다. 특히 그 정신이 도망자, 이주민, 체제 전환기에서 성장한 인물의 것일 때는. 책을 읽으며 설레는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이리나 그리고레라는 저자의 등장에 감사했다. 그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 몸을 느끼는 방식, 이 모든 경험을 말을 조립하고 글로 구성해내는 방식이 그 내용만큼이나 신선하다.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영혼의 조각을 찾은 느낌이다.
  • 어떤 책은, 책의 표면이 전달하는 내용 너머 좀 더 깊은 지점에 잠재된 저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 마음에 두려움이 포함되어 있을 때, 두려운데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해보기로 결심할 때, 나는 그 글을 신뢰하게 된다. 이 책에 수많은 만남이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자로서 직접 목격했을 현장. 은둔 청년들과 가족들과 나누었을 대화. 두려워하면서도 방법을 모색했을 시간들. 서로를 경청하고 목격하느라 무언가가 벌어지기 시작한 어떤 꿈틀거림이 일견 건조해 보이는 신문체의 문장들 사이를 비집고 내게 전해졌고, 감히 희망적으로 느꼈다. 은둔청년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쉬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들여보려 애쓰는 동안 그 모든 제스처들은 최소한 듣는 이를 변화시켜 놓기 마련이다. 우리가 가진 공포와 두려움을 타인을 향한 연민과 진지한 관심으로 굴절시킬 때, 어떤 작은 기적이 벌어지는지 이 책이 존재로서 입증하고 있다.

작가 인터뷰

읽다
[인터뷰] 하미나 “느끼기, 경탄하기, 몸이 말해주는 것을 듣기”
“손을 더럽히면서” “불순하고 오염된” 존재로 엉망진창 진실을 탐구하는 여성의 글쓰기.
2025.12.02.
읽다
하미나 "의미가 부여된 고통은 사람을 파괴시키지 않는 것 같아요"
"의미가 부여된 고통은 사람을 좀 파괴시키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의미를 찾지 못할 때 그리고 그게 온전히 내 잘못인 것 같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지 못할 때는 다르죠."
2021.11.16.

작품 밑줄긋기

k*******1 2026.07.22.
바다가 모두에게 열려 있으니 이것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는 듯하다.프리다이빙은 어떻게 보면 사치스러운 스포츠고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는 스포츠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돌이켜보면 정말 그랬나 싶다. 여행을 다니며 만난 프리다이버 중 시간과 돈이 넘쳐나서 프리다이빙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보다는 바다 곁에 더 오래 머물기 위해 다른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프리다이빙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래 들어 미래에 대한 생각을 덜 하게 됐다. 목표를 정하는 일도 잘 하지 않는다. 다음 행선지는 길이 열리는 곳으로 따른다.(...)어제의 깨달음은 오늘을 편견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은 슬펐지만 내일은 기쁠 수도 있다. 그냥 계속 해야 할 일을 한다. 다만 전보다 나다운 방식으로. 다음 잠수에서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준비호흡을 시작한다. 몸에 특별히 긴장이 서린 곳은 없는지 느껴본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또 내쉬며, 편안하게 릴랙스...
k*******1 2026.07.22.
못하는 연습, 내려놓는 연습, 욕심을 버리는 연습, 힘 빼는 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 마구 몰아치고 한계까지 몰아붙여 내가 성과를 내게 하고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지내왔다.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들을 얻어왔지만 그보다 더 크고 넓은 것을 갖고 싶다. 오래 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만들고 싶어서. 그러려면 지금과 같은 속도와 방식이어서는 안 됐다. 그걸 배우려고 보홀에 왔나 보다.
k*******1 2026.07.22.
내 기쁨을 누리고 있자니 그제야 나 말고도 자기만의 문제에 매달려 매일의 실패를 견디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시도가 얼마나 고단한지 조금을 알 것 같았다. 무언가를 이루거나 성공하지 않은 날에도 물에, 바다에 들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내가 잘 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인생이 가졌던 것을 잃어 애도하는 마음과 갖고 싶었던 것을 얻어 기뻐하는 마음 사이를 진동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면 매번의 다이빙이야말로 인생의 축소판 아닐까. 사바아사나, 즉 송장 자세로 매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요가처럼.
k*******1 2026.07.22.
오늘 다이빙은 쉬었다. 좀 쉬면 기관지 상태가 괜찮아져 이퀄라이징이 잘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감기도 나아가고 있다.이곳에서 행복할 수 잇는 또 다른 이유를 안다. 하나는 돈을 벌지 않고 쓰고만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 이유가 매우 강력한데, 집안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k*******1 2026.07.22.
이민진 작가가 유튜브 영상속에서 울면 나도 따라 운다. 그의 강연 영상을 여러 개 연달아 보면서 그가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고 그 덕분에 독자도 관객도 그와 진심으로 만날 수 있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지점이 인간에게 잠재된 신성이라고 느낀다. 인간에게 남아있는 약간의 신적인 부분. 종교와 관계없이 말이다.글쓰기 혹은 예술을 통해 인간이 하는 말은 결국 거의 비슷한 것이 아닐까. 수백 수천 년간 반복해서 이야기되어온 것들 말이다. 문제는 이것이 너무나 평범하고 익숙한 말들이라 사람들이 안다고 생각해서 흘려듣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낯설게 말하고 어떻게 들리게 할지가 작가가 해야 할 역할일 것이다.(...)"데이비드 화이트는 인간 경험의 대부분은 상실과 축하 사이의 대화라는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현실의 이러한 대화 같은 속성, 이것은 사실 생명의 드라마이기도 하지요."나는 이 말을 곱씹는다. 인간 경험의 대부분은 상실과 축하 사이의 대화, 그리고 이것은 현실의 대화이기도 하짐나 실은 모든 생명이 지닌 드라마... 그렇다면 생명이 있는 것은 언제나 상실과 축하 사이를 오간다고도 할 수 있다. 곧, 우리는 살아 있는 한 잃은 것을 애도하고 얻은 것을 기뻐하는 일 사이를 오간다.데이비드 화이트는 시인이자 해양생물학자다. 그는 갈라파고스섬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말하며 과학의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느껴 시를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과학은 항상 '나'를 지우고자 하지만 시인은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깊어지는 '나'에 관심이 있다.갈라파고스 섬에서 2년 동안 제가 한 것은 몇 시간이고 통물과 새들,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것이었어요. 굉장히 주변에 귀를 기울이는 상태였죠. 그러면서 천천히 깨달은 게 있어요.내 정체성이 내가 가진 믿음, 내가 만들어낸 믿음, 혹은 다른 사람에게 물려받은 믿음이 아니라 나 아닌 다른 것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느냐에 따라 깊어진다는 것을요. 이러한 지향과 관심이 깊어질수록 내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감각은 더 넓고 깊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자신을 확장해가는 그의 마음을 상상하려고 애썼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무엇인가가 '진짜로' 일어나는 유일한 곳은 바로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나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예요. 당신이 세상에 대해서 무엇을 바라든 세상은 당신 바람대로 되지 않죠. 다행히 세상이 당신에 대해 무엇을 바라든 당신 역시 세상 바람대로 되지 않습니다.(...) 일어날 일의 절반은 알려지지 않았어요. 당신 안에서도, 밖에서도 말이에요.나는 내가 모르는 마음을 알고 싶어서 그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는다. 지금 여기가 나인 것과 내가 아닌 것의 경계여서, 그래서 아마도 무언가가 진짜로 일어나는 곳이어서.
k*******1 2026.07.22.
하와이에서의 교통사고와 스스로 숨을 참고 바다에 들어가는 프리다이빙, 둘 다 내가 일상에서 다연하게 여기던 삶의 감각에 균열을 냈는지도 모르겠다. 숨을 쉬고 살아 있따는 것을 자각하기 위해 숨을 참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사는 것을 좋아하고 누리고 있다.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선뜻 인정하지 못했을 뿐. 살고 싶다는 마음은 왜 조금은 창피하게 느껴질까?
k*******1 2026.07.22.
내가 아무리 힘을 빼려고 해도 몸은 무의식적으로 긴장 풀기를 거부했다. 성문, 연구개, 경구개, 혀뿌리... 도대체 이것들을 어떻게 세심하게 조율한다는 말일까? 내가 일상에서 제대로 인지하면서 산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들이었다. 글로 배울 수 없는, 스스로 경험을 통해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나는 책으로 배운 것들, 글로 쓰인 지식들이 다양한 앎의 세계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다.
k*******1 2026.07.22.
바다는 내 몸이 어떤 모양이건 신경쓰지 않는다. 구부러지고 퍼지고 흐르며 공간을 채운다. 내 몸의 모든 면을 안아준다.
k*******1 2026.07.22.
마음이 먼저 갈 때는 몸을 기다려주고 몸이 먼저 갈 때는 마음을 기다려주며 나 자신의 정렬이 바로 선 채로 가고 싶다. 그것이 왜 이다지도 어려울까. 나는 나를 기다려주기 위해서 보홀에 온 것이 아닐까. 프리다이빙에 빠진 것이 아닐까.여기서 다이빙을 하면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건 오래 한 사람이건 모두 같은 프리다이버라는 메세지를 계속해서 받고 있다. 백 미터를 육박하는 깊이를 잠수하는 딥다이버들 사이에서 약간 주눅이 들어 "저는 쪼렙이에요"라고 말하면 바로 정색하며 다이버들이 답한다."그런 거 없어요.""초급이나 고급이나 똑같아요. 똑같은 상황에 부딪히는 거예요.""강사 아무것도 아니에요."맞다. 우리는 각자 자기의 다이빙을 하고, 각자 자기의 삶을 살고, 각자 자기의 싸움을 하고 있을 뿐이다.이런 메세지를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남과 견주어 더 앞서가고 싶다는 열망에 쉽사리 휩싸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프리다이빙 같은 기록을 견주는 스포츠에서는 그런 열망이 더욱 자라기 쉽다. 하지만 육지에서는 몰라도, 바다에서는 자기에게 허락된 만큼의 수심을 넘어 욕심을 부리면 정말 위험해진다.
k*******1 2026.07.22.
우리는 어두컴컴할 때 마우나케이산에 올라 별과 달을 보고 마지막으로 해가 떠 그 모든 밤의 장막을 걷어내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별에서 온 존재라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의 모든 분자의 모든 원소의 모든 원자는 오래전 우주 공간에서의 폭발로 만들어졌으니까. 그러니 별을 올려다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올려다보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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