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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시詩를 전공했다. 출판과 트렌드 산업 분야에서 일하다가 전업 작가로 살고자 삼십 대 후반에 돌연 산골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일본에 머물며 취재와 집필을 하면서 죽은 이가 남긴 것과 그 자리를 수습하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후 귀국하여 특수청소 서비스회사 ‘하드웍스’를 설립하여 일하고 있으며 그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죽음 현장에 드러난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작가의 추천

  • 이 책을 펼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안녕을 논할 수 있을까? 저 멀리, 선정적인 뉴스 보도와 드라마 사이에서 부유하는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바로 여기, 내 가족과 동료, 이웃에게 엄습하는 죽음과 소외의 현실을 밝히는 이 뜨겁고 면밀한 기록을 외면하고서.
  • 사는 동안 우리 입술을 떠나는 말 중에서 유언이 아닌 말도 없습니다. 이곳에 영원히 남아 있을 이는 아무도 없기에. 그리고 우리가 하는 어떤 말도 결국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사랑의 증언이거나 사랑의 부재를 알리며 여기에 와달라는 초청이거나. 저물녘 물에 띄운 이 고운 잎사귀들이 가라앉지 않고 밤새 강 건너 당신에게 무사히 닿기를……. 그 아침에 들어주세요. 우리 잎들이 전하는 말을. 귀 기울이면 세상에 노래가 아닌 것도 없고 기쁨과 눈물 아닌 것도 없고 당신과 내가 아닌 것도 없겠지요. 그래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인 사랑 말고는. 잎이 나무에게, 겨울이 봄에게, 밤이 아침에게, 떠나는 내가 오시는 당신에게 남기는 어떤 유산도.
  • 이상적인 문학가 정여울이 자신만의 숲과 호수를 찾으며 채록한 다정하고 간곡한 선물 정여울 작가의 글은 언제나 읽는 자의 편에서 등불을 들고 걸어가는 것 같다. 말하는 자신보다는 듣는 당신 편이 환하도록. 찾아오는 이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줄 것만 같은 초대. 그 빈자리에 찾아드는 것은 영혼의 눈부심밖에 없으리라. 이 책은 월든 숲으로 가는 사뿐한 계단이다. 한 계단만 오르면 우리가 축복받는 존재임을 깨닫는 삶의 여정이 환하게 펼쳐질 것이다. 믿음직한 안내자 정여울과 함께 숲으로 들어가 우리 삶을 되찾자.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당신을 판단하려는 모든 권력에 맞서 싸우자. 산책으로, 월든으로, 내 마음의 평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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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

읽다
특수청소부 김완 “죽음이 왔다 간 자리, 사연이 남았다”
죽음이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죽음을 잘 알아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거든요. 삶과 맞대고 있는 죽음에 대해 성찰한다면, 삶도 더 뚜렷해지고요.
2020.07.14.

작품 밑줄긋기

카**라 2024.06.01.
p.239
일이 드문 겨울철도 걱정이지만 짧은 기간에 업무가 몰리는 여름철도 가시덤불 위의 여정이다. 혓바늘이 돋고 입술 가장자리가 찢어지고 관절과 근육은 제짝이 아닌 것처럼 제각기 겉돌며 덜걱거린다. 특히 육체에서 가장 왜소한 손가락은 마디마디 저리고 쑤신다. 비타민과 항생소염제, 피로 해소제를 섞어서 들이마신들 이미 시들어진 꽃에 물만 성실하게 갈아 주는 꼴이다.
카**라 2024.06.01.
p.224
사건과 사고를 뉴스로만 접하는 평범한 시민에겐 생소하겠지만 범죄로 부당한 피해를 입은 이를 보호하고 도움을 주는 취지로 유혈 상해 현장의 특수청소를 지원한다. 예전에는 각 지방검찰청에 속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주로 맡던 일을 언젠가부터 경찰청 인권보호 담당관의 주관하래 전국 지방경찰서도 동참한다.우리를 부른 자가 경찰이든 검찰이든 하느님을 모시든 부처님을 섬기든 그저 피해자 편에서 깨알 같은 핏자국 하나라도 더 찾아내서 언젠가 떠올릴지도 모를 악몽의 씨앗을 모조리 제거할 뿐이다. 사건의 흔적이라곤 어떤 사소한 것조차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청소하는 것만이 우리 같은 특수청소부가 자부할 일이다.
카**라 2024.06.01.
p.223
범죄 현장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대개 표정이 얼어붙어 있다.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들 우리를 부른 지방경찰청 청문감사실의 행정직 경찰들과 사건이 일어난 주소지 관할 파출소의 현장직 경찰 등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원들. 한날 한자리에 모인 모든 이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둡고 싸늘하다. 피를 닦으러 온 우리 청소부들도 현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야 사건과 관련없는 한담을 주고받으며 물렁한 얼굴이었을지 몰라도, 양손에 장비를 들고 폴리스 라인 안쪽으로 넘어서는 순간부터 불포화 지방산의 동물성 기름에 바싹 튀긴 표정으로 딱딱하게 굳어 버린다.
카**라 2024.06.01.
p.207
기억 속에서 주인이 홀로 죽고 개가 그 곁을 맴돌며 숱한 피의 발자국을 남긴 방의 모습도 떠올랐다. 언젠가 보았던 그 검붉은 발자국을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카**라 2024.06.01.
p.159
지역마다 고유한 제사 음식이 있는 것처럼 죽은 뒤에 민간 처방도 지방색이 있는 것 같다. 남해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는 죽은 사람의 혼을 달래겠다며 톳인지 모자반인지 알쏭달쏭한 마른 해초를 태웠다. 산등성이 아래 비옥하고 널따란 농경지로 둘러싸인 농가에서 마른 쑥을 태우는 것은 흔한 일. 악취를 잡고자 얻어 온 커피의 원두찌꺼기를 종이컵에 담아서 원룸 건물을 계단 곳곳에 두는 서울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보건과 위생의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효과적인 처방은 아닐지라도 대도시보다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맞닥뜨리는 처방에서 뭔가 원초적이고 심지 깊은 태도, 이것 참 인간적이구나 싶은 소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비록 들끓는 파리와 구더기의 행렬은 유감이지만.
카**라 2024.06.01.
p.139
당신이 하는 일처럼 내 일도 특별합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귀중한 사람이 죽어서 그 자리를 치우는 일이거든요. 한 사람이 두 번 죽지는 않기 때문에 오직 한 사람뿐인 그분에 대한 내 서비스도 단 한 번뿐입니다. 정말 특별하고 고귀한 일 아닌가요?
카**라 2024.06.01.
p.134
남은 음식을 치우는 일은 가볍고 쉬운 것, 죽은 사람에 남긴 육체 조각과 혈흔을 없애고 냄새나는 살림을 채우는 일은 무겁고 엄숙한 것이라고 누가 선을 그을수 있는가. 특수청소를 하는 것은 남다른 일, 특별하고 어려운 행위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한 처치일 뿐 그 일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다.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을 누군가 대신하는 것뿐. 그래서 세무서가 발행한 사업자등록증엔 이 사업의 업태를 서비스라고 표기한다.특수라는 수식어를 앞세우지만 여전히 우리 업종은 사람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유령 직업 같다. 이런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특수청소업은 우리나라 세법에서 사업 종목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일반 청소업의 거대한 카테고리에 종속된 채 숨어 있다.
카**라 2024.06.01.
p.97
죽은 사람의 몸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출한 것처럼 잠을 자듯 온전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폐색전증 같은 허파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 이삼일만 내버려두면 엄청난 양의 피와 액체가 몸에서 쏟아져 나온다. 목을 매고 숨을 거두면 직립한 채로 늘어진 사체가 근육을 조절하는 힘을 잃은 탓에 온갖 오물을 배설해 놓는다. 인간의 육체는 유기적인 화학 공장과 같다는 표현은 상투적이지만 꽤 적절한 비유 같다. 사람이 죽으면 박테리아가 증식하여 온갖 장기가 부풀어 오르고 풍선이 팽창하다가 폭발하는 것처럼 복부가 터지면 온갖 액체를 몸 밖으로 쏟아 낸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할 때 몸에서 수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5%. 인간의 유기물질과 체내 수분이 함께 쏟아진 뒤 부패하면서 지하의 창문과 벽을 넘어 골목길까지 이토록 비극적인 냄새를 뿜어 댄다.
카**라 2024.06.01.
p.95
도로명 주소가 인쇄된 파란색 사인 보드를 찾을 필요도 없이 지독한 냄새가 먼저 마중 나와서 내가 가야할 반지하 주택 앞으로 친히 안내했다. 현관문을 열고 어둠 속에서 스위치를 올려 보았지만 전등은 켜지지 않았다. 요금 미납으로 인한 전기 공급 중단이라면 새삼스럽지 않다.
카**라 2024.06.01.
p.78
거실 바닥에는 파리 성충으로 변태하지 못하고 생장을 멈춰버린 붉은 번데기들이 정월을 대보름 날의 팥알처럼 잔뜩 흩뿌려져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에 밟혀서 우두둑 하고 알갱이 터지는 소리가 난다. 동물이 죽으면 어김없이 파리들이 꼬이고 그 죽음을 양분 삼아 번식하며 수많은 생명체를 부화시킨다. 사람이 죽은 것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지구 생태계에서 구더기이야말로 죽음에서 생명을 얻는 가장 역설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작가에게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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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님들께서 1건의 코멘트를 남겨주셨습니다.
우연하게 도서관에서 보게 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너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작가님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s******1 2025.05.07. 오전 1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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