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창세기 번역’ 《舊約撮要》(구약촬요)를 추천하며
한국 성공회의 첫 구약성경이다. 이 책은 한국교회 최초로 ‘구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과 창세기 번역으로서 처음이라는 점에서 공헌과 영예가 있다. (……) 새로이 《舊約撮要》(구약촬요)로 펴낸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며 한국교회와 신학계가 기뻐할 일이다.
영국성교회는 ‘조선 개국 503년 갑오년’(1894년)에 《죠만민광照萬民光》을 펴냈다. 주로 복음서를 중심으로 예수의 탄생과 교훈, 고난과 부활, 그리고 승천 등을 간추린 발췌 성경이다. 제목 ‘죠만민광照萬民光’은 햇빛과 비를 의인과 악인에게 고루 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마태 5:45)와 영국성공회 고교회(高敎會, High Church)의 분위기와 품격이 느껴진다. 5년 후 고요한 주교(존 코프, The Right Reverend Charles John Corfe)는 구약성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舊約撮要》(구약촬요)를 발행한다. 창세기에서 내용을 뽑아내 35꼭지로 엮고 한문과 한글을 한 단락씩 교대로 실었다. 한문은 委辦譯本(위판역본) 성경(1854년)과 《聖敎鑑?》(성교감략)(1866년) 등을 참고하였다. 한국어 번역은 누가 참여했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이중언어로 발행하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보통 고전이나 종교적 문헌의 경우 최초 언어를 싣고 현지 번역어로 옮긴다. 《舊約撮要》(구약촬요)는 《죠만민광照萬民光》의 방식대로 위에 한문을 싣고 그뒤 한글을 붙였다.
남우희 사제가 펴낸 이 책은 1부와 2부로 짜여 있다. 1부는 1899년 《舊約撮要》(구약촬요) 원본의 두 본문, 곧 한문과 한글 본문을 왼쪽 면에 싣고, 오른쪽 위에 저자의 현대적 풀이, 아래에 한국가톨릭의 2005년 판 《성경》의 해당 본문을 배치하였다. 독자는 1899년 《舊約撮要》(구약촬요)의 한문과 한글 본문, 그리고 오늘날 해설과 번역본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간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오리게네스(Origenes, 185?~253?)의 헥사플라(Hexapla)와 흡사하게 한 본문을 네 가지 다른 버전으로 읽을 수 있다. 2부는 해설이다. 저자의 학구적 열의와 성서 신학 및 성서 번역사에 대한 박식한 면모가 드러난다. 저자는 이 책의 서지사항부터 개략적인 구약성경의 역사와 번역사를 통하여 《舊約撮要》(구약촬요)가 나오기까지 그 취지와 과정을 소상하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