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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신이 놓친 악보』, 『시간에는 나사가 있다』, 『중심의 거처』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산들내 민들레』, 『뫔』, 『모경(母經)』, 『산경(山經)』 등이 있다.

작가의 추천

  • 외유내강은 전통적으로 동양적 인격의 척도로 가능한 사자성어다. 그런데 똑같은 인품의 핵심 요건이면서도 문자를 뒤바꿔 역설적으로 외유내강과 결을 맞추는 ‘외강내유(外强內柔)’가 있다. 겉으로는 강건하고 엄정하지만 내면은 부드러운 어루만짐이 노자의 상선약수를 빌려 자칫 강고해지기 쉬운 외형을 보완하는 것을 이른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박문구 작가다. 호쾌한 인상, 강한 북방식 억양, 선 굵은 쾌도난마가 돋보이는 천상 사내 중의 사내다. 칼칼하고 굵직한 목청은 좌중을 압도한다. 수시로 폭발하는 너털웃음은 주변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양념에 속한다. 언뜻 그리스인 조르바의 화신 같기도 하다. 굳이 구분하자면 좀 더 세련되고 생각이 깊다고 할까. 그러나 그 내면은 섬세하고 여린 아니마가 주조를 이룬다. 따뜻하고 드러나지 않는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어린 후배들과 어울리며 술도 곧잘 산다. 그러면서도 절대고독의 경지에 수시로 잠입하는 혼술의 대가다. 한 마디로 따뜻하다. 올곧고 명쾌하다. 그는 오랫동안 변방에서 비주류의 독자적 세계를 추구해 왔다. 그의 문장은 탄탄하면서도 속도감이 있다. 장편이 체질에 어울리는 서사 중심 소설에는 젊은 빅토르 위고와 헤밍웨이가 공존한다. 반면 이미 발표한 ≪안개사냥≫, ≪강릉, 겨울 그림자≫ 제목이 암시하듯 그의 소설은 모호의 수풀이 선명한 나무와 복선을 이룬다, 숲(배경)과 나무(주제)가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의 수위를 높인다. 일련의 전략적 장치인데 그 은밀한 호흡은 긴장의 발자국을 감추며 시적 은유를 이룬다. 이번 장편소설 ≪너나≫도 일단 재미있다. 20대 주인공을 내세운 데서 보듯 젊고 신선하다. 언어도 싱싱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며칠은 그 여운과 함께 보내야 한다. 때로는 꿈속에 소설의 주인공과 작가가 겹쳐서 나타나기도 한다. 아무쪼록 박문구 작가가 앞으로도 열정과 실험정신, 참신한 상상의 고삐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 사물에 대한 김휼의 시선은 그의 필명처럼 사물을 향한 측은지심과 긍휼, 이타적 배려가 바탕을 이룬다. 작고 소외되고 우울한 일상의 저변에서 소중하고 진정한 가치를 도출해내 그 프리즘을 키우고 빛나게 닦아 따스하고 섬세한 고차원의 작품을 빚는다. 김휼은 이번 시집에서 담양을 배경이자 주제로 한 시편들을 한데 모아, 지역적 특성을 보편적 명제로 끌어올리는 성취를 이룬다. 전통미학의 정수를 노래하면서도 대부분의 시인들이 반복해 온 구호적 찬미나 상투적 서정의 안일에 머물지 않고, 그 이면에 담긴 '그늘의 야사'를 조명하기 위해 언어적 치열과 내면지향형 사유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기에 언뜻 사담 혹은 사적인 정취를 술회하는 것 같은 구절도 궁극에는 내밀한 본질과 궤를 함께함으로써 직관과 사색을 통해 육화된 성찰의 메시지를 낳는다.
  • 한 편의 시를 위해 하루를 평생처럼 걷는 시인이 있다. 자전거에 심호흡을 불어넣은 애마 ‘첼로’와, 생철학의 상징어인 ‘사랑이’가 증인이다. 걸음마다 고요하고 정갈한 맨발의 숨결 속에서 자연의 육성인 생명 찬가가 낮고(깊고) 잔잔하게(따스하게) 울려 퍼진다. 안준철에게 시는 연꽃과 함께 쓰는 일기이자 생사의 간극을 뛰어넘는 유서이며, 연둣빛 생의 실록이다. 그는 소슬한 안갯속 겨울 길도 화창한 연둣빛으로 숨쉬고 걸으며 생각한다. 그 청명한 상춘의 율동 속에서 무지개 일곱 색 너머의 여색(餘色)을 밝혀내는 현미경에게만 그의 시는 ‘격의 없는 존엄’의 아랫목을 허락한다. 삼라만상은 아침이슬 한 방울에서 신비로운 저녁노을의 성찬을 음미하는 그에게 종자기(鍾子期)의 지음(知音)을 부여한다. 이런 그에게 시에 기교나 난해를 요구하는 것은 상투적 시론에 오염된 반자연적 사족일 뿐이다. 안준철의 시는 ‘산은 산이다’를 ‘산은 물이다’로 재해석한 후, 다시 ‘산은 산이다’로 귀환한 오랜 사유와 언어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돌이킨 ‘산’이 말라르메의 ‘실어’와 김현승의 ‘절대고독’을 순례한 만법귀일의 순수에 터잡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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