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은 20세기의 저명한 기독교 지성인 G. K. 체스터턴이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과 벌였던 논쟁을 담고 있다. 체스터턴의 논증은 조각이 많은 명화 퍼즐과도 같아서, 일부만 읽었을 때는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그는 직설적인 논리보다는 역설과 아이러니, 유머를 활용하여 비판의 대상을 해체한다. 그리고 마침내 부분이 모여 전체가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출간된 지 100년이 지난 이 책이야말로 현시대의 문제를 선명하게 포착한 진단서임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이단』은 책 전반에 걸쳐 체스터턴의 예언자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다원주의 사회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그것을 예측하고 우려한 그의 통찰력은 놀랍다. 확고한 선과 진리, 의미에 대해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 시대에 대해 체스터턴은 ‘악하다’는 정죄 대신 ‘약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우리는 머리로는 보편성을 부정하는 한편, 보편적인 기준에 맞춰 타인의 흠결을 발견하는 데 혈안이 된 사회에 살고 있다. 그것이 오늘날 체스터턴의 이야기가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정통』은 나의 첫 출간을 좌절시킨 애증의 책이다. 부푼 마음으로 기독교 변증서를 집필하던 당시, 단순히 참고 자료로 삼기 위해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다. 그러나 이는 축복인 동시에 치명적인 실수였다. 『정통』은 더 이상 변증서에서 신선한 내용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나의 오만을 산산이 부수었고, 더 나아가 스스로 작가가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이 의심은 회의감으로 이어져 결국 첫 원고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만족스러운 저서를 출간한 지금도 『정통』이 경이로운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의 모든 챕터에는 기독교에 대한 체스터턴 특유의 예리한 통찰과 독창적인 논리가 빼곡히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그의 글쓰기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지겠지만, 정신을 차릴 즈음에는 어느새 그에게 설득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별히 체스터턴 특유의 직관적이면서도 탁월한 비유들은 왜 그가 C. S. 루이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가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영원한 인간』은 인류 역사와 종교의 발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걸작이다. 특히, C. S. 루이스가 여러 차례 ‘최고의 기독교 변증서’라 칭하며, 그가 무신론을 버리게 된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꼽은 책이기도 하다. 이번에 직접 읽어 보니 그 평가가 과장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 책이 과학적 주제도 일부 다루고 있는 만큼, 새로운 발견들을 토대로 반박된 부분이 있는지 열심히 팩트를 체크하며 읽었다. 세부적인 논쟁거리도 있었지만, 오히려 1900년대 초반에 쓰인 책이 이토록 정확하게 현대의 발견들을 예견했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면, 체스터턴은 선사시대 인간에게 종교가 없었을 것이라는 당대 역사가들의 주장을 순수한 논리만으로 비판하는데,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들은 그의 견해가 옳았음을 입증해 준다. 『영원한 인간』은 과학과 역사의 외피를 쓰고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지우려는 시도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또한 모든 종교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주장에 맞서 기독교와 그리스도의 독특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과학, 철학, 역사, 종교를 아우르며 독창적인 통찰과 직관, 때로는 유머와 비유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체스터턴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블록버스터 영화에 가깝다. 티저는 여기까지, 본편은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이번에 복 있는 사람에서 출간되는 체스터턴의 세 대표작 『이단』『정통』『영원한 인간』은 모든 독자에게 큰 자산이자 지혜의 보고가 될 것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빛나는 이 작품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느꼈던 감동과 경이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