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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영문학과 국제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했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의미 있는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궤도』 『형태 없는 불안』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매니악』 등이 있다.

작품 밑줄긋기

달**러 2026.08.22.
p.230
변함없는 건 없다는 것. 모두 지나간다. 이 역시 그러하다. 언젠가 끝이 나면 이것도 설 곳을 잃고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잠 못 들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고 밤마다 잠에 빠져들 것이다.
달**러 2026.08.22.
p.227
감히 언덕 아래 집으로 돌아가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자연에 파란색이 극히 드문 이유를 알아내고 싶 게 만드는 이것은 무엇인가? 근육이 몸을 움직이고 계속 나아가게 하도록 시냅스를 자극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계속 행복할 것을 주장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패배를 한사코 거부하는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달**러 2026.08.22.
p.192
사랑, 사랑, 슬픔, 모두 꼭 껴입는다. 당신의 새아빠는 갑자기, 너무 일찍, 크게 고통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당신의 두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사촌, 친구의 친구들, 가족의 친구들, 개 다섯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 이게 다다. 당신은 운이 좋았다. 행운, 고통, 사랑, 슬픔, 삶, 사랑, 상실, 모두 하나로 꼭 껴입는다. 당신이 겪은 몇 차례의 유산, 대부분 몸에 찾아온 고통, 담요 속에서 보낸 크리스마스까지, 어린아이처럼 꼭 껴입는다.
달**러 2026.08.22.
p.180
글쓰기가 내 삶을 구원했다. 지난해에 글쓰기는 잠자기 다음으로 최고의 일이었다. 가끔은 자는 것보다 좋았다. 글을 쓸 때 제정신이며 신경이 안정된다. 나는 제정신이며 신경이 안정된다. 나는 제정신, 제정신이다. 행복해진다. 글을 쓸 때 다른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달**러 2026.08.22.
p.39
우리는 남의 글을 읽으며 공감할 거리를 찾고 공통의 경험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말의 이면에 꼭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말은 사물 없이도 드리워질 수 있는 그림자다.요즘은 소설 손 누군가가 잠을 못 자서 고생하고 있으면 그 인물 그리고 작가와 연대하고 싶어 마음이 요동친다. 잠에 관해 썼으니 틀림없이 그에 통달하고 있으리라 여기며. 하지만 말은 생각에 달라붙은 글자 모음에 불과하다. 그리고 생각은 이 세상 무엇에도 달라붙어 있을 필요가 없다. 경험이 빈약해도 말은 풍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을 평평 쓰고 쓰고 쓰면서 밥벌이를 할 수도 있다.
달**러 2026.08.22.
p.148
세상의 모든 과학자는 잠으로 가는 비단길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질서와 논리를 찾고 있다. 세상의 모든 종교 는 우리가 눈을 감고 가라앉기 전에 찾아오는 자비와 은총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달**러 2026.08.22.
p.141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는다. 참 사랑스럽고 적확하지 아니한가. 요즘 나는 무형shapeless이 라는 단어를 자주 생각한다. 무형의 어둠, 무형의 생각 안 개, 문간에 서 있는 인간 형체와 상반되는 무형의 외로움, 날들이 경계 없이 합쳐지는 무형의 불면 생활
달**러 2026.08.22.
p.137
걱정과 불안은 엄연히 다르다. 걱정은 좀 더 일시적이고, 대상에 치중하고, 구체적이고, 불안만큼 널리 퍼지지 않는다. 불안은 보통 대상이 없으며, 자기 존재를 정당화 하기 위해 걱정거리로 변모해 달라붙을 대상을 찾아낸다. 바로 이것, 되풀이되며 자기 지시적인 자기 생각과의 싸움, 이 이상한 것이 불안이다. 원래 나는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때 그 술집에서 나는 불안에 잠식되다 못해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던 게 아닌가 싶다.
달**러 2026.08.22.
p.120
마지막이어서 거룩한 것이라면 모든 순간이 거룩하다. 모든 순간은 언제든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까. 우리는 그런 생각을 너무 가볍게 치부한다. 마지막 날인 것처럼 매일을 살자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그러지는 않는다.모든 게 거룩하다. 거룩함은 우리가 죽었을 때만 소환되는 단어다. 그러나 모든 건 언제나, 줄곧 거룩했다.
달**러 2026.08.22.
p.100
이 모든 것 너머에 살아 있음을, 그리고 그게 나 자신임을 인식한 것이다. 그걸 가리는 통증이나 졸음이나 열이 견히고 나니 곧바로 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된 지금, 그것이 아닐 가능성도 알게 됐다. 삶과 죽음은 연속된 표면으로 둘러싸인 하나의 구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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