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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작은 마을에서 자연의 시간에 기대어 삶을 기록하는 작가. 한국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무역회사에 다니다 IMF를 겪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도로 떠났다. 낯선 땅에서 관광 가이드로 일하던 중, 자전거 하나로 세계를 누비던 스페인인 남편 ‘산똘’을 만났다. 결혼 후 스페인에 정착해 삶의 방향을 찾아가다,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오랜 꿈을 따라 발렌시아 북서쪽 해발 1,200미터 비스타베야 평야에 터를 잡았다. 폐허에 가까웠던 200년 된 돌집을 손수 고치고, 빗물과 태양광에 의지한 자급의 삶을 일구며 세 아이 산드라, 누리, 사라를 키웠다. 그 일상은 KBS 〈인간극장〉, EBS 〈세계견문록 아틀라스〉 등을 통해 소개되었고, 2019년 첫 책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를 펴냈다. 지금은 지중해 연안의 올리브 농장에서 나무를 심고 계절이 내어 주는 것들을 식탁에 올리며 살아간다. 그 시간을 기록하는 에세이스트이자 크리에이터로, 유튜브 채널 ‘산들무지개’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유튜브 @spainmujige
인스타그램 @spainmusa
블로그 spainmudoldol.tistory.com

작품 밑줄긋기

미**츠 2026.06.07.
p.37
자연의 반응은 언제나 인간의 속도와 다릅니다.#리딩런
r********8 2026.06.01.
p.269
지금 머무는 집은 비스타베야의 돌집과 많이 다르다. 돌을 쌓아 올리며 시간을 버텨 온 집 대신, 나무로 지은 집은 바람과 햇살 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비가 오면 지붕이 먼저 소리를 내고 계 절이 바뀌면 집 안의 공기부터 달라진다. 재료는 달라졌지만 집을 대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여전히 우리는 집을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길들이는 존재로 여긴다.돌로 쌓은 집은 이제 없지만, 지중해 연안 도시 근교의 울창한 올리브나무 숲속 나무집에서 우리는 밤이 되면 완전한 어둠 대신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을 마주한다.고산에서의 삶은 끝났지만, 우리는 더 많은 기회를 향해 한 발 다가서면서도 자연과 완전히 멀어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붙잡고 있다.이곳에서도 고산에서 배운 삶의 태도를 지키려 애쓴다. 빠르게 갈 수 있는 길 앞에서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편리함 속에서도 손 을 움직인다.올리브 열매를 수확해 절임을 만들고 기름을 짠다.텃밭에서 수확한 제철 작물로 식탁을 풍성하게 채운다. 철마다 나는 과일로 잼을 만들고, 암탉이 낳아 주는 달걀로 음식을 만드는 날도 있다.지천에서 나는 야생 아스파라거스는 넉넉하게 이웃과 나눈다. 산과 도시 사이, 오래된 나무들이 묵묵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답게 살아가고 있다.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어디서든 우리를 굳건하게 지켜 줄 테니....그리고 어느 저녁, 그해 조합에서 갓짜온 신선한 올리브유를 빵 위에 두르며 먹는다. 우리 삶의 한 페이지가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r********8 2026.06.01.
p.244
언젠가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울 날이 온다면 그 또한 환영합 니다. 그때가 오면 내가 했던 말들, 자장가의 노랫말, 고요한 밤에 속삭였던 "사랑해"···. 그 모든 말들이 비로소 또렷이 마음에 닿기 를 바랍니다. 나는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은'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언어와 마음으로 온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린' 겁니다. 그 기 다림은 엄마로서의 사랑이자 존중이었습니다.
r********8 2026.06.01.
p.242
"이 집 아이들은 왜 한국어를 못해요? 국제 가족들은 다들이 중 언어 하던데···." 그 말을 들을 때면 마음 한편이 서늘해집니다. 나는 정말 한국 어를 '안' 가르친 걸까? 아니, '못' 가르친 건 아닐까? 하지만 곧 그 질문이 얼마나 가볍고도 무거운지를 떠올립니다. 어른들은 쉽게 아이들에게 못한다고 다그쳤고, 아이들은 주눅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언어는 단지 '배움'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정체 성과 정서, 두 문화 사이에서 흔들리는 중심을 잡는 일과도 같았습 니다. 하나의 언어를 붙잡기 위해 다른 언어를 잠시 내려놓아야 했 고, 말이 터지기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기다림이 아이들의 마 음에 상처로 남지 않게 하려 애썼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자신 의 속도로 받아들일 수 있게 시간을 주었고, 말보다 먼저 마음을 열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말은 소통의 도구일 뿐 전부는 아니니 까요.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고 흉보는 어른들이 많은데, 아이들 입 장에서는 큰 상처입니다. 우리는 손잡고 걷고, 서로를 안아 주고, 눈빛으로도 충분히 사 랑을 나누었습니다. 책을 함께 읽으며 웃었고, 내가 한국어로 들려 주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스페인어로 반응했습니다. 교차된 언어 속에서도 우리는 끈끈한 가족의 언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r********8 2026.06.01.
p.215
불길이 활활 타오르면 집안 가득 온기가 퍼집니다. 순간순간 사라지는 장작은 우리의 하루를 닮았습니다. 난로 앞에 조용히 앉 아 생각합니다. 비우고, 채우고, 태우며 나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 을 내려놓아야 할까요 나무는 살아서는 그늘을, 죽어서는 따뜻함을 내어 줍니다. 재 가 되어서는 다시 대지로 스며들어 새로운 생명의 밑거름이 되지 요. 우리의 하루도 그렇게 흘러가면 충분합니다.
r********8 2026.06.01.
p.178
별과 곤충, 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우리 가족은 어둠 속에서 반 짝이는 작은 것들을 쫓았습니다. 낮에는 그냥 스쳐 지나갈 존재들 이 밤에는 유난히 세상의 중심이 됩니다. 누군가는 이름을 불러 주 고, 누군가는 그냥 바라보고, 누군가는 조용히 손을 내미는 밤. 아 무것도 아닌 것들이 빛나는 밤이었습니다.
r********8 2026.06.01.
p.163
가을은 해마다 우리에게 선물처럼 무언가를 남겨 줍니다. 언 젠가 아이들이 이 풍경을 떠올리며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 랍니다.
r********8 2026.06.01.
p.147
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감자와 참나무는 참잘 자랍니다. 특히 이베리아참나무는 우직하게 어떤 시련에도 잘 견디며 자라나지 요. 그 뿌리 아래에서는 미식의 황제라 불리는 트러플(Truffle, 서양송 로버섯)이 자랍니다. 이곳의 트러플 농부들은 번개, 우박, 눈이 자주 내리는 해에 트러플이 많이 난다고 하지요. 우리에게는 성가신 이 런 날씨가 트러플 농사에는 좋은 환경인 셈입니다. "쉽게 자란 건, 쉽게 사라지지." 남편이 툭 내뱉었습니다. "그럼 우리는 트러플 같은 거네. 거친 땅에서 자라야 깊은 향 이 나는." 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r********8 2026.06.01.
p.104
우리가 건넨 물 한 모금은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 요. 하지만 그 작은 동물에게는 더없이 귀한 생명수였습니다.비스 타베야의 여름은 뜨거웠고, 야생 동물에게는 특히 견디기 어려운 계절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물그릇 몇 개를 집 근처에 놓아 두곤 했습니다. 야생 동물도 꼭 필요한 순간에는 가장 멀게 느껴지는 인간에게 의지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r********8 2026.06.01.
p.40
자연 속에서 살다 보니, 이런 소소한 것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됩니다. 생태계의 한 부분을 이해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작 은 역할을 배웁니다. 올봄도 새들이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길 수 있 도록 모이통 몇 개를 나무에 달아 두려 합니다. 작은 배려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니까요.#리딩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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